종교개혁의 달 10월, 칼빈이 남긴 10가지 신학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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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교수의 Engagement 26] 종교개혁 503주년 특별기고(2)

루터 신학이 십자가와 구원에 초점 맞췄다면
칼빈 신학은 하나님의 총체적 주권과 영광에
위기 맞은 한국교회, 칼빈 신학 효과적 적용을

칼빈 신학의 영구적인 유산(Permanent Legacy of the Theology of John Calvin)과 한국교회의 개혁

16세기 종교개혁을 이끈 대표적인 두명의 지도자가 루터(1483-1546)와 칼빈(1509-1564)이었다는 사실에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루터와 거의 동시대에 스위스에서 종교개혁을 이끈 츠빙글리(1484-1531) 역시 위대한 복음적 지도자였다. 하지만 츠빙글리의 영향력은 루터에 비해 넓거나 깊지 않았다. 도리어 2세대 개혁자인 칼빈을 통해 츠빙글리가 남겼던 신학적 유산도 유의미하게 계승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칼빈은 루터와 츠빙글리 등 1세대 개혁자들의 복음적인 신학사상을 적극 수용하여, 종교개혁 신학을 한 차원 더 진전시키고 성숙시킨 신학자였다. 그런 의미에서 칼빈이 남긴 영구적인 신학적 유산을 살펴보고, 그것을 현재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것인가를 논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칼빈의 신학은 칼빈이 주님의 부름을 받은 이후 소위 개혁신학(Reformed theology) 또는 칼빈주의 신학 (Calvinism)의 전통을 통해 계승됐다. 루터파 신학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그에 기초한 인간의 구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개혁신학은 구원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하나님의 총체적인 주권과 영광에 초점을 맞춘 신학이었다.

지난 500년의 역사를 이어온 개혁주의 전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칼빈신학의 10가지 유산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성경의 최고권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과 영감으로 기록된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신적 권위를 가진다. 성경 자체가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성경이 말하는 데까지 말하고, 성경이 침묵하는 곳에서는 침묵한다는 것이 칼빈 신학의 정신이었다.

그리고 성경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이기에, 성경의 주된 목적은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특별히 칼빈에 의하면 성경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Knowing God)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성경은 창조주로서의 하나님과 구속주로서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는 것이 칼빈 신학의 핵심이었다. 또한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 ‘언약’ 개념의 중요성을 칼빈은 강조했다.

2.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에 대한 강조이다.

칼빈은 성경이 계시하는 참되고 살아계시고 유일하신 하나님이 삼위일체 하나님임을 고백하고 강조하였다. 칼빈의 신학은 루터의 신학에 비해 훨씬 더 포괄적이고, 삼위일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그의 주저 <기독교 강요> 자체가 삼위일체적 구조로 저술됐다. 총 4권으로 저술된 <기독교 강요>의 1권은 성부론, 2권은 성자론, 3권을 성령론, 4권은 교회론을 다루고 있다.

칼빈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이 만사와 만물의 목적임을 강조했다. 만사와 만물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극장이요 거울이라는 것이 칼빈 신학의 중핵이었다. 동시에 하나님의 절대주권이 만물을 다스리고 통치하심을 강조하였다. 심지어 마귀의 존재와 역사조차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의해 허용되고, 통제됨을 그는 성경을 통하여 명확하게 증거하였다.

3. 인간의 전적 부패와 타락, 그리고 그 결과로서 전적 무능력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귀한 존재이지만, 그들의 자유의지를 오용함으로 범죄하였고, 그 결과 인간의 영육과 지정의 등 모든 영역이 죄로 물들게 되었다. 또한 영적으로 죽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는 영적 무능력의 상태에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외부로부터 오시는 구원자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인간이해는 루터의 인간 이해와 매우 유사하다. 칼빈의 이 사상은 후대 칼빈주의 5대 교리(Five Points of Calvinism)의 제1항을 구성하게 되었다.

▲제네바 빠스띠옹 공원에 세워진 종교개혁 400주년 기념비. 왼쪽부터 파렐, 칼빈, 베자, 낙스. ⓒpixabay.com

▲제네바 빠스띠옹 공원에 세워진 종교개혁 400주년 기념비. 왼쪽부터 파렐, 칼빈, 베자, 낙스. ⓒpixabay.com

4. 예수 그리스도의 절대적 유일성이다.

타락한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성육신하게 하셨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만이 죄없는 제물로 준비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는 당신의 삶 전체를 통해 모든 율법을 완성하셨다. 그리고 죄인의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대속의 제물로 피를 흘리셨다. 또한 장사된지 사흘만에 부활하셔서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다.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신 주 예수는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를 위하여 중보하시며, 교회와 온 우주를 다스리시고, 성령을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게 하신다. 예수 그리스도는 유일무이한 구세주요 주님이시다. ‘오직 그리스도만으로(solus christus)’라는 신학적 원리는 칼빈신학의 중심 기둥들 중 하나이다.

5. 성령의 신성과 인격성이다.

우리 밖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완성하신 구원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며, 그 구원의 혜택을 우리에게 적용하시는 분은 성령이시다. 성령은 그 본성상 하나님이시며, 인격적 존재이시다.

성령을 비인격적인 힘이나 세력으로 이해하는 것은 철저한 오해이다. 칼빈이야말로 성령의 신학자였다(the theologian of the Holy Spirit). 칼빈에 의하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모든 신령한 복은 오직 성령을 통하여 전달된다.

6. 구원은 오직 은혜(Sola Gratia)의 선물이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시고 자격없는 죄인에게 무조건적인 선물로 주신다. 하나님이 아무런 자격이나 공로가 없는 자를 선대하심을 성경은 은혜라고 부른다.

구원은 결코 인간이 이뤄내는 어떤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와 긍휼에서 나오는 선물이다. 이 선물을 받을 자들을 주님은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하시고 예정하셨다. 따라서 칼빈의 예정론은 사실상 그의 은혜론의 귀결이었다.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은 어느 누구도 하나님을 선택하려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그런 죄인의 구원은 오로지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와 그 은혜에 기초한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 칼빈 예정론의 중심 사상이었다.

▲칼빈이 사역했던 제네바의 종교개혁 500주년 모습. ⓒ크투 DB

▲칼빈이 사역했던 제네바의 종교개혁 500주년 모습. ⓒ크투 DB

7. 구원은 오직 믿음(Sola Fide)으로 받는다.

죄인이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주님과 구주로 믿고 영접할 때 그는 거듭남/중생, 죄사함, 연합, 칭의, 양자, 성령세례/내주 등과 같은 구원의 복을 누린다.

어떤 율법의 행위나 도덕적 선행으로 구원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모든 선행은 때묻은 의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죄인이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연합할 때, 그리스도의 완전한 의가 죄인에게 전가(imputation)되고, 하나님은 그를 의인으로 선포하신다. 그러므로 칭의는 오직 믿음만으로이다.

8. 성화의 주관자는 성령이시며, 성도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할 책임이 있다.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는 성령은 전 인생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실재적으로 변화되도록 이끄신다. 우리는 성령의 이끄심에 순종함으로써 실재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성령은 구원받은 성도가 끝까지 그 믿음을 지키고 견인하도록 이끄신다. 그러므로 참되고 진실한 믿음으로 한번 구원받은 자는 결코 구원에서 탈락할 수 없다.

칼빈은 그의 성화론에서 율법을 재해석한다. 루터에게서 율법의 주된 기능은 죄를 드러내고 고발하는 기능이다. 반면 칼빈에게 있어 율법의 주된 기능은 소위 ‘제3의 용도’이다. 그것은 성도의 성화 과정에서 윤리적인 규범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칼빈이 말하는 율법은 구약적 컨텍스트에서 이해되고 해석된 율법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율법에 대한 더 온전하고, 내면적인 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9. 교회의 절대성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신부, 성령의 전으로서 예배와 영적 재생산, 양육, 훈련을 제공하고 복음전도와 선교에 힘쓰는 공동체이기에 성도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회는 결코 어떤 선택사안이 될 수 없다. 필수적 사안이다. 그래서 칼빈은 교회를 ‘모든 성도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생물학적으로 갓 태어난 어린아이에게 어머니가 없다면, 그의 성장과 성숙은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영적으로 갓 태어난 어린 성도에게 영적 어머니 역할을 감당하는 것은 교회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로부터 분리되어 영적인 성장과 성숙을 추구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일 수 밖에 없다.

10.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재림이다.

주님의 재림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궁극적 소망이며, 그 소망 안에서 우리는 밝고 행복한 종말 신앙을 견지한다. 칼빈 신학은 결코 어둡고 두려운 종말론을 가르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

물론 천년왕국론과 관련해서 칼빈은 무천년설을 지지했다. 그 점에서 필자의 입장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어둡고 두렵게만 그려내는 건강하지 못한 종말론에 대해, 칼빈의 종말론은 적절한 치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종합

한국교회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거룩한 새판 짜기가 시급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칼빈 신학의 10가지 영구적인 유산을 오늘의 한국교회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때 한국교회의 개혁은 더 앞당겨지고, 그 미래는 더 밝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성욱 교수.

▲정성욱 교수.

정성욱 박사
美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저서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10시간 만에 끝내는 스피드 조직신학>, <삶 속에 적용하는 LIFE 삼위일체 신학(이상 홍성사)>,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십자가 신학과 영성>, <정성욱 교수와 존 칼빈의 대화(이상 부흥과개혁사)>, <한국교회 이렇게 변해야 산다(큐리오스북스)>, <밝고 행복한 종말론(눈출판그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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