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기의 시작… ‘시댁’의 핍박 속 태어난 사내아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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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1)] 존재의 탄생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연인’들을 위한 지침서 <연애 신학>을 펴낸 권율 목사님이 본지에 ‘행복 신학’을 연재합니다. 교리와 신학적 진술을 엄밀하게 논증해 오던 권 목사님은 이번에 교리와 신학적 진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삼위 하나님을 증거하는, 인문학적 글쓰기를 시도합니다. “모두가 따뜻하게 읽을 수 있고, 찬찬히 읽다 보면 어느새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그런 글쓰기”입니다. -편집자 주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다고 하면 틀린 말일까? 존재는 단순히 ‘있음’이 아니다. 존재는 그 자체로 의미 있고 목적이 있는 ‘있음’이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말은 어떤 의미와 목적을 지니고서 그를 존재하게 한 창조주를 향한 있음(beingness)이다. 여기에 행복이라는 요소가 들어 있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이 불행하기를 바라는 창조주는 없을 테니까.

우선 ‘존재의 탄생’부터 얘기해 보자. 이 글은 철학적인 존재 개념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한 생명이 겪은 팩트(fact)를 가감 없이 소개하면서, 그 존재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현장 보고서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던 그가 어떻게 행복해졌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니는 집안의 가장인데, 허구한 날 니 마누라한테 붙잡혀 살믄 어쩌자는 기고?”

“어무이도 참, 내가 언제 마누라한테 붙잡혀 살았다는 말인교? 근데 어무이는 뭣 땜에 매일 딸들만 끼고 도는데? 아들은 늘 뒷전 아이가?”

“뭐야, 이놈아! 가장인 니가 동생들 돌봐야 할 거 아이가?”

할머니는 언제나 딸들만 편애하며 아들을 무시했다. 그러면 아들은 불같은 성격 때문에 어머니의 이상한 충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도리어 자존심을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어머니한테 잔소리를 들은 아들은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비겁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면 여인은 남편이 시어머니한테 붙잡혀 사는 꼴을 늘 못마땅하게 여겼다.

“여보, 당신은 집안의 가장 아인교? 집구석 꼬라지를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라요? 질서를 좀 잡으이소! 장독대를 쳐뿌시든지, 안 그러믄 당신 여동생들 귀때기를 때려서라도 가장의 권위를 제발 좀 세우이소!”

“뭐? 이 망할 년이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가만 안 둘 줄 알아!”

“뭐라카능교? 난 이대로는 답답해가 도저히 같이 못 살겠심더.”

부부 싸움은 고부간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그 옛날 일제강점기에 고단한 시집살이를 한 할머니는, 아직 시집 온 지 얼마 안 된 맏며느리를 날마다 나무라댔다. 할머니 눈에는 맏며느리의 시집살이가 성이 차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덩달아 시누이들도, 한 생명을 품은 여인에게 시집살이를 똑바로 하라며 아주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심지어 큰 시누이는 자기 집에 밀린 빨래를 모조리 싸들고 와서 맡겨 놓고, 며칠 뒤에 찾으러 오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것도 생명을 잉태한, 집안의 맏며느리에게 말이다!

하지만 성격이 무뚝뚝한 아들은, 시집 식구들에게 시달리는 아내를 위로하기는커녕, 도리어 그들처럼 나무라기만 했다.

“망할 년이 나보고 동생들 귀때기 때리라카디만 그거 참 잘됐구만.”

“당신, 정말 내 남편 맞능교?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노?”

집안은 평안할 날이 없었다. 여인은 거의 속은 상태로 시집와서, 골치 아픈 시집 식구들에게 모진 서러움과 핍박을 당해야 했다. 남편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아내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패서 어머니한테 데리고 가기도 했다. 이래도 여자한테 붙잡혀 사냐고 따지기 위해서이다. 심지어 여인은 남편이 홧김에 던진 부엌칼에 얼굴이 관통될 뻔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여인이 겪은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5·18 민주화 운동이 있은 지 얼마 후에, 여인은 사내아이를 순산했다. 득남의 기쁨도 잠시였다. 여인은 골치 아픈 집안에서 자식을 어떻게 키울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집안의 분위기는 앞으로 이 아기의 인생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 주는 징조였다. 이런 고난의 현장 가운데 태어난 아기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다.

존재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창조주를 향한 의미 있는 ‘있음’이 되려고 힘겨운 곳에서 태어났다. 창조주를 향한 목적 있는 ‘있음’이 되려고, 통속적인 행복과는 다르게 출생했다. 자기 의지와는 무관한 타자들의 실타래처럼 얽힌 사연 가운데 내던져졌다. 그러고는 행복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전능자의 손길은 그전부터 작용하고 있었다. 비록 그가 의식하지 못했을지라도. <계속>

권율 목사는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부산 부곡중앙교회와 세계로병원 협력목사로 섬기면서 가족 전체가 필리핀 선교를 준비하는 중이며, 4년째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집중강의 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는 <21세기 부흥을 꿈꾸는 조나단>,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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