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성 거룩한 성] 미국 프로라이프 활동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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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팀장(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장지영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팀장(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2019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봉된 영화 ‘unplanned’는 미국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에서 낙태 상담가로 활동했던 애비 존슨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화다. 가족계획협회는 정부의 막대한 세금을 지원받아 활동하는 민간기구로 미국에서 가장 큰 낙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 시행한 낙태 건수는 345,672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영화 제작 과정부터 낙태 지지 진영의 지속적인 방해가 있었고, 심의 과정에서는 낙태 과정이 묘사된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 불가인 R등급을 받았다. 흥행 참패가 예견되며 광고도 모두 거절당했지만, 개봉 3일 만에 620만 달러, 작년 한해 동안 2,100만 달러의 흥행을 달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 개봉되지 못했지만, 회고록이 출판되었다.

침례교 가정에서 성장한 애비 존슨은 어린시절부터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돕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대학생 때 참가했던 자원봉사 박람회에서 가족계획협회를 접하게 된 애비는 그 곳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협회에 지원한다. 가족계획협회에서 일했던 8년의 시간 동안, 타고난 열심과 성실함으로 빠르게 승진하며 최연소 지부장이 되었고, 2008년에는 올해의 직원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협회에서 교육받은 대로 “이것은 그냥 혹이지 사람이 아니에요, “그것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해요 (아기라는 말은 협회 내에서 금기어이다)”라고 말하며 위기에 처한 여성들이 고통스럽지 않게(?) 낙태를 선택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돕는다. 그러던 2009년 9월의 어느 날, 애비는 13주된 태아의 초음파 유도 낙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으로 낙태 시술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13주된 태아는 단지 세포덩어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그녀가 본 것은 필사적으로 수술 도구를 피하는 한명의 ‘사람’이었다. 8년동안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2,200명의 낙태에 가담했고, 개인적으로 두번의 낙태 경험이 있었던 애비는 그 충격으로 한달 후 가족계획협회를 사직한다.

애비가 낙태산업에서 벗어나고자 처음 도움을 요청한 곳은 평소 클리닉 앞에서 낙태 반대 기도집회를 열어 직원들을 성가시게 했던 프로라이프 단체 ’40 days for Life’였다. ‘40 days for Life’는 2004년 낙태 근절을 위한 텍사스의 작은 기도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4명이 기획했던 40일, 960시간 동안의 기도와 금식, 지역사회 선교 프로젝트에는 6주가 채 안되어 1,000명 이상이 합류했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 낙태율이 28%나 감소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는 본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미국 전 지역뿐 아니라 토론토, 런던, 시드니, 멕시코 시티, 케이프 타운, 보고타, 모스크바, 홍콩 등 전세계 63개국 100개 도시에서 기도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도 집회를 열었던 107개 낙태 센터가 영구적으로 문을 닫았고, 206명의 낙태 산업 근무자들이 일을 그만두었다. 얼마전인 9월 23일부터 시작된 기도와 금식, 낙태 클리닉 앞에서의 논스톱 24시간 기도 집회는 11월 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애비는 현재 낙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그만 둘 수 있도록 돕는 and Then There Were None(ATTWN)을 운영하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500여명의 근로자들이 낙태 산업을 떠났으며,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여러 클리닉이 영구적으로 폐쇄되었다. ATTWN의 활동은, 1. 낙태 산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해당 기관의 퇴직 증명서를 받으면 구직 기간 동안 과도기 소득 제공, 2. 근로자들이 낙태클리닉에서 목격한 불법활동을 밝히고자 할 때 법적 보호 및 법률 대변인 제공, 3. 전문 채용 담당자를 통한 구직 활동 도움, 퇴직한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는 회사들과 네트워크 유지, 4. 과거의 끔찍한 경험과 수치, 죄책감을 치유 받을 수 있도록 정서적 지원 및 전문 상담 제공, 과거 경험을 공유하는 비공개 포럼 개최, 5. 퇴사했거나 퇴사를 고려중인 근로자들이 신앙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교회와 연결, 6. 외로움, 죄책감, 자기 증오 및 약물 남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퇴직자들을 위한 치유 수련회 개최 등이 있다. 현재 애비와 함께하는 활동가 중에는 가족계획협회 근무 중 심적 트라우마로 알코올중독에 빠졌던 아네트 랭커스터, 7명의 자녀를 둔 미혼모로서 위기에 처한 다른 여성들을 돕기 위해 가족계획협회에서 일했으나 낙태의 참혹함을 목격하고 ATTWN을 통해 치유를 경험한 마이라 네이어 등이 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그리고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라는 단체의 이름은 낙태 산업 내부로부터 낙태를 종결시켜야 한다는 애비의 신념이 담겨있다. 무분별한 낙태는 태아뿐 아니라, 산모와 그 일에 가담한 의료 종사자들까지 피해자가 되게 한다. 낙태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사람이 양심을 지닌 인격적 존재이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필연적 고통으로, 법이 허용해 주었다 하여 없어지는 그런 값싼 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의 끔찍했던 경험을 극복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는 애비 존슨은 프로라이프를 넘어 프로러브(Pro-Love)를 향해 오늘도 전진하고 있다.

장지영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팀장(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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