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칼럼] 쓰레기 대란, 지구를 살려라
해를 거듭할수록 환경오염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쓰레기 문제다.
필자가 자치위원으로 있는 남양주시가 인천에 매립하는 연간 쓰레기는 총 1만 2천톤이다. 이미 초과됐다. 페널티(penalty)가 생각보다 만만찮다.
문제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맘대로 버릴 수 있지만, 업체가 더 이상 가져가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남양주시는 쓰레기 20% 줄이기를 시작했다. 동별 30%를 목표로 한다. 쓰레기를 최소화하려는 ‘쓰레기와의 전쟁’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아이스팩(ice pack)과 스티로폼(styrofoam)의 분리수거이다. 남양주시는 아이스팩 5개를 모아오면 10L 짜리 종량제 봉투를 주는 보상 수거제를 실시했다. 아이스팩이 ‘나이스팩(nice pack)’이 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주민센터가 자발적 캠페인을, 주민자치위원들이 앞장 서 전개하며 아파트 카페에 아이스팩 분리수거의 글을 올리는 등 독려하다보니 다산동이 전국적으로 1위가 됐다.
그렇게 해도 매주 아파트에는 일회용 쓰레기와 프라스틱(plastic)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지고 있다. ‘쓰레기 대란’ 우려는 전 세계이고 전 지구적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 음식 주문량이 늘자, 일회용품 사용도 함께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류 폐기물은 하루 평균 848톤 발생했다. 1년 전(734톤)보다 15.6% 늘어난 수치다.
버려진 일회용, 아이스팩의 미세분자, 플라스틱들은 어디로 갈까? 최근 일상에서 마시는 물과 갑각류, 맥주, 소금 등을 통해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무게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믿기 힘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 횟수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생산, 운반, 소각 시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켜 환경오염을 더욱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교란하며 면역체계를 무너뜨린다. 암 발생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에 따르면 연간 8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유출되면서, 흘러간 플라스틱 폐기물 때문에 해양 동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 등이 지난 6월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 내 부검실에서 바다거북 해부를 진행했는데, 소장, 내장, 대장을 부검한 결과 비닐쓰레기가 나왔다. 이틀 동안 진행된 검사에서 바다거북 3마리의 몸 속에서 24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호주 뉴캐슬 대학이 올해 발표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에 의하면 평균 한 사람이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 2000여개를 매주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세 플라스틱은 통상 크기가 5㎜ 이하인 작은 플라스틱을 통칭한다.
이제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인 줄 알고 삼킨 어류가 우리의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여기에 환경호르몬을 배출해 인류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우리도 매주 무게로 따지면 5g으로 신용카드 한 장이나 볼펜 한 개를 먹는다는데, 한 달이면 칫솔 한 개 분량인 21g을, 1년이면 250g이 넘는 미세 플라스틱을 먹는 셈이다.
이같은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경로는 놀랍게도 우리가 주로 마시는 수돗물을 포함한 식수이다. 한 사람당 매주 마시는 물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1,769개를 섭취하는 꼴이다. 다음으로 갑각류에서 182개, 소금 11개, 맥주 10개 등이 미세 플라스틱 섭취 경로로 밝혀졌다.
창조 환경 문제, 깊게 보고 멀리 보자. 일회용 쓰레기와 플라스틱은 해양과 수로를 오염시키고 해양생물을 죽음으로 몰아갈 뿐 아니라, 인류도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먹지 않으려면 매년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을 자연에 버리는 일부터 막아야 한다.
인류가 촉발한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지구가 쓰레기장이 되고, 인간이 만들어낸 생성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플라스틱 대량생산 60여년 만에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다가 가득 찼다. 바다생물은 이를 먹이로 착각해 먹고, 인간은 그들을 먹고, 그렇게 지구는 ‘플라스틱 행성’이 되어간다.
환경 파괴로 코로나가 생기고 인간의 복지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창조 세계를 돌보기 위해 환경 친화적 정책과 함께, 환경을 지키는 노력과 생활 방식을 채택해야 할 듯 싶다. 우리가 받은 세상을 보존하고 건강한 사회를 유지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것이 인간의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창조 세계의 자원들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일회용으로 낭비하는 것은 가능한 피하면 좋겠다. 새로운 상품들을 사 냉장고나 집에 쌓아두고 싶은 유혹이나 압박을 거부하는 자족한 삶을 살면 어떨까. 어차피 나그네 인생인데, 좀 부족한 듯 사는 것도 좋을듯 하다.
개인의 행동이 큰 영향을 끼치든 말든 상관없이, 나머지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에 충실했으면 한다. 나와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것이 ‘에코 패밀리(ecofamily)’다.
‘에코 패밀리’는 지구를 살리는 환경실천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가족을 말한다. 배운 것을 실천하며 이웃에게 전파하고 모두가 에코 패밀리가 되는 것을 꿈꾸어 본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생활 쓰레기를 최소화하며 우리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자발적 주민 참여 환경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면, 음식 배달시 일회용품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장을 볼 때 조금 불편해도 가게에서 상품을 담아주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거부하거나, 장바구니와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면 환경을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개인과 사업체가 환경 친화적 실천을 채택하고, 창조 세계에 심각하게 해를 입히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권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주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이 시급하다. 또한 개인과 지역사회, 교회 스스로 적절한 노력을 모색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창조 세계를 잘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하는 만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개인과 지역사회 시민단체(NGO)들의 관심과 참여,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환경’은 좋은 말이 아니라 좋은 행동이다. 지역을 건강한 사회로 만들고 생태 환경을 회복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여간 어색한 일이 아니다. 또한 나 혼자 이렇게 한다고 될까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쉬 주저하곤 한다.
힘을 내서 시작해야 한다. 가족과 이웃과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고 하나씩 실천하면서 말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셨던 창조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도록 창조 세계의 지킴이로 부름받은 소명을 가지고, 오늘도 올바로 실천해보려 한다.
이효상 원장
시인, 칼럼니스트
근대문화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