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4] 초대교회와 어거스틴의 결혼관

|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섹스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전적으로 오해이다. 성경은, 남자와 여자가 부모를 떠나 한 몸을 이루는 신비를 말하고 있고(엡 5:31~32), 부부 간의 사랑과 헌신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사랑과 헌신과 같다고 말하고 있으며,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축복하시었다. 사도바울이 권고한 바(고린도전서 7장)를 풀어 해석하면, 결혼을 하는 것이 좋고, 결혼했으면 헤어지지 말고, 결혼한 부부는 서로 낭만적 애정을 보이고, 상호 만족시키며, 혼외 섹스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부부는 결혼 서약상 각자의 “몸”은 배우자의 소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누가 이런 교훈을 부정적이라 말 할 수 있을까? 이는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에 대한 성혁명적 윤리이다. 이 교훈은 현대에도 충분히 권위를 가진다.

초대교회 첫 400년은 금욕이 강조되었다. 이는 아마도, 특별히 신앙으로 부름을 받은 초대교회 지도자들이, 로마가 성적으로 타락하여 멸망하는 것을 보고 그에 대응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대부분의 초대 교부들, 특히 서기 2세의 오리겐(Origen of Alexandria c.184–c.253)은 아담과 이브의 타락으로 인해 섹스에 내재한 죄가 스며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많은 크리스천들이, 주의 일에 헌신하기 위해서는 사막에서 금욕과 고행 위주의 수도생활에 나섰다. 그들 중의 최고 영웅은 사막에서 순수한 쾌락마저도 부인하며 수도하던 성 안토니우스 였다. 그러나 보통사람에게는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권고되었다. 그러나 오로지 결혼 내에서의 섹스만 인정되었고, 부부간의 섹스도 절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서기 4세기의 어거스틴(Aurelius Augustinus Hipponensis 354-430)은 초대교회의 신학적 혼란을 정리한 위대한 신학자이며 신앙인이었다. 그는 흥미롭게도 『참회록』에서 자신의 젊었을 때의 성에 대한 경험을 정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성적 충동의 노예였으며, 성적 죄에 대해 매우 고통스럽게 생각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성적 충동을 하나님의 간섭 없이는 통제하지 못할 비이성적인 충동, 탈출할 수 없는 결박, 사회에 대해 위험하고 파괴적인 에너지로 보았다. (어거스틴의 참회는 정신분석의 원형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성을 원래 하나님께서 선하게 만드신 것이었고, 하나님의 섭리에 따른 자연이라 보았다. 그러나 이브로부터 시작된 인간의 타락으로 육욕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것은 원죄의 예증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많은 교부들은 여자는 남자의 영적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존재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어거스틴은 여자 역시 남자와 같은 이성적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단지 신체 조건상 여자는 남자에 복종하는 것이 자연적이라 하였다. 당시 지배적인 철학을 고려하여 정신의 에너지는 이성적 지성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당시 갈렌의 남성 위주의 의학이 지배적이었음을 고려하면 훨씬 현대적이다.

어거스틴은 섹스와 성욕을 죄스럽게 보았으며, 오로지 결혼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라 보았다. 궁극적으로 어거스틴은 금욕하기보다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이 위험한 섹스를 가장 정당하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부부간에 섹스가 소박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 하였다.

어거스틴은 섹스와 결혼은 오로지 인류의 존속과 사회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결혼 밖의 성은 당연히 죄라고 하였다. 결혼하지 않은 두 사람간의 합의된 성행위(fornication)나 한쪽 파트너가 기혼일 경우의 합의된 성행위(adultery)는 모두 자신과 하나님을 배반하는 죄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신자의 몸은 성령의 성전이기 때문이다.(고전 6:18-19) 어거스틴은 이 죄들은 결혼을 위태하게 할 뿐 아니라,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가족, 친족, 내지 종족 관계의 계승을 훼손하는 것이라 하였다. 성을 남용(목적 외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떠나는 것이 된다. 어거스틴이 동성애를 죄악시 한 것도 창조(생식)의 섭리(자연)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거스틴은 결혼을 영적으로도 보았다. 그에게 결혼은 성적 절제 내지 수양(sexual discipline)이며, 종교적 이상(ideal)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이상적 결혼은 타락 이전 에덴동상에서의 결혼 상태로, 정절, 자녀, 거룩함의 세 가지 유익을 준다고 하였다.결혼이 “거룩하다”는 것은 결혼은 그리스도와 교회간의 연합(에베소서 5:32)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독교가 섹스에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혼외 섹스를 엄격히 금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것은 사람들이, 내심 무분별한 쾌락을 동경하는 죄의식을 투사한 결과일 것이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