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 건너편서 숨진 아기… “더 이상 책임 떠넘기지 말길”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베이비박스 맞은편 공사 자재 더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이를 추모하는 이종락 목사. ⓒ베이비박스
▲베이비박스 맞은편 공사 자재 더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이를 추모하는 이종락 목사. ⓒ베이비박스

주사랑공동체교회(담임 이종락 목사)의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갓난아기의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날 오전 5시 30분께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맞은편의 공사 자재 더미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영아와 관련, 친모 A씨를 이날 오전 검거해 수사 중이다. A씨는 2일 오후 10시 10분께 영아를 베이비박스 건너편 드럼통 위에 두고 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베이비박스는 영아를 임시로 보호하는 간이보호시설로, 온도, 습도, 저체온증 등에 취약한 아기의 생존이 가능하도록 한 상자다. 국내에는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가 최초로 설치했으며, 지난 10여년간 약 1800명의 아기를 보호했다.

이 같은 소식에 베이비박스 측은 “11월 3일 오전 5시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골목 맞은편 공사 자재 더미가 있던 곳에서 아기가 발견되었다. 이미 새벽에 영혼은 하나님 품에 안겼으나, 모든 분들이 가슴으로 애도하고 슬퍼했다”며 “11년간 국가가 품어주지 못한 귀한 생명들을 계속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베이비박스 측은 “9년 동안 그렇다 할 논리와 학설로 입양특례법에 문제가 없다고 변명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아동의 생명을 생각했다면, 입양특례법을 수정하거나 비밀출산법을 통과시켜야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영아유기가 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지난 2012년 8월 시행된 입양특례법을 꼽는다. 당시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친부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아이를 입양하려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출생신고를 먼저 하게 됐다.

그러나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여성들은 자신의 출산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 낙태 또는 영아 유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2012년 이후 입양은 꾸준히 감소했고, 반면 영야유기는 2012년 4.8명에서 2018년 9.8명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중고물품 거래 어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아이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 20대 여성도, 아이 아빠도 없이 입양 절차를 밟던 중 복잡한 규정에 화가 나 순간적으로 글을 올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해외 선진국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비밀 출산제’ 또는 ‘남성 책임 강화법’의 중요성을 지속 강조해왔다.

베이비박스 측은 “더 이상 ‘국민들의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마시고 당장 아이들이 밖에서 유기되어 생명을 잃지 않도록, 아기들의 입장에서 미혼부모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펼쳐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며 “오늘 새벽, 하나님의 품에 안긴 소중한 생명이었던 아기를 위해 우리 모두, 세계 사람 모든 분들과 함께 추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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