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목사 “아들의 마지막 메시지는 ‘감사’였다”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지구촌교회서 故 이범 집사 추모예배 드려

범이 잃고 보니, 자식 먼저 앞세운 부모들,
암환자들 위해 진지하게 기도하지 못했다
저희보다 고통스런 분들 안고 위로하겠다

▲이동원 목사의 둘째 아들 故 이범 집사의 추모예배가 12일 지구촌교회에서 진행됐다. 이동원 목사가 가족을 대표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의 둘째 아들 故 이범 집사의 추모예배가 12일 지구촌교회에서 진행됐다. 이동원 목사가 가족을 대표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지구촌교회

지구촌교회 원로 이동원 목사의 둘째 아들 故 이범 집사의 추모예배가 12일 지구촌교회(담임 최성은 목사)에서 진행됐다.

이 집사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약 4개월간 투병하다 10월 9일 4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집사가 다니던 미국 토렌스조은교회에서 당월 16일 천국환송예배를 진행했고,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뒤늦게 추모예배를 드렸다.

설교를 전한 홍정길 목사는 “이별은 땅에서는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천국에서는 어떨까. 우리 범이가 주님의 영접을 받고 품에 안겨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했다”며 “상거가 먼데 달려가 껴안은 아버지의 뜨거운 환영을 받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복되다”고 전했다.

홍 목사는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주님께 한 작은 헌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주님은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상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며 “범이가 수고하고 헌신한 것이 사라지지 않고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 결실하는 선한 역사가 있을 줄 믿는다”고 전했다.

이 집사의 지도교수였던 에릭 엔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이 집사에 대해 로스쿨 학생회장으로서 믿음의 삶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가르쳐 준, 사랑하는 제자였다고 회상했다.

엔로 대학원장은 “그는 한동대 로스쿨 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로스쿨은 기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스승을 위해 기도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며 “입학 성적이 부족했지만, 결국 학교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유명 법률회사에 들어간 첫 번째 학생이 되었다”고 전했다.

엔로 대학원장은 “그는 한동대 법대 졸업생들이 기독교 윤리를 실천하는 증인들로 서고, 말씀을 묵상하고 법률가로서 예수님을 증거해야 한다고 믿었다”며 “입학이 거의 거절당할 뻔했던 학생이 믿음으로 학교의 탁월한 영성의 증언자가 되고, 후배들에게 귀한 길을 열어주었다. 범이 형제가 없었다면 한동대 로스쿨 졸업생들이 법률계에서 지금처럼 기독교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동대에서 외국인 학생으로 공부한, 이 집사의 친구 이프롬 위트먼은 “유일한 미국인 학생으로 외로웠던 나에게 강의노트를 나누며 공부와 운동에서 라이벌로 우정을 나눴다”며 “그는 늘 나에게 하나님은 우리가 바라지 않았던, 기대할 수 없는 계획을 갖고 계시다고 말해왔다. 그의 말처럼 하나님 영광 안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가족대표로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가 인사를 전했다. 이 목사는 “여러분의 말처럼 유머가 많은 친구였다. 한번은 범이에게 ‘아빠 죽으면 장례식 어떻게 해줄래’라고 물었더니 ‘아빠 부활 믿어? 부활 믿지? 그런데 무슨 걱정이야. 아무 데나 던져도 부활할 것 아니야’라고 했다. 이제 제가 그 말을 거꾸로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이 목사는 “43세, 인생의 절정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를 기억하며 슬픔의 시간 동안 그의 절정은 언제였을까(생각해 봤다). 학교에서 수석으로 졸업한 것도, 좋은 직장에 취직한 것도 아니다. 어릴 때 게임 중독을 걱정할 정도였는데 나중에 게임회사 변호사가 되더라. 하지만 그것이 절정이 아니라, 어쩌면 투병하는 이 시간이 내 아들의 인생의 절정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암 수술을 했을 때 ‘어떠니’라고 묻자 ‘아빠, 그냥 하루하루 즐기고 감사할 거야’라고 답했다. 아들이 이런 자리에 있는 부모라면 치유와 기적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기도제목을 바꿨다. ‘하나님과 정말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라고 했다.

이어 “그가 다니던 LA 교회 담임목사님이 범이를 만날 때마다 어떠냐고 물으면 일관성 있게 ‘하나님만 바라봅니다.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가 떠난 후 남긴 카톡을 봤더니 마지막으로 올린 아들과 찍은 사진 아래 세 단어 ‘믿음, 소망, 사랑’이 있었다. 믿음, 소망, 사랑이 완성된 그 나라에 도착했다는 사실 때문에 위로받는다”고 전했다.

끝으로 “저희 가족보다 훨씬 아프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많은데, 특별한 위로를 받는 게 불편하고 고통스럽다”며 “범이를 잃고 보니 자식을 먼저 앞세운 수많은 부모들, 암환자들을 위해 진지하게 기도하지 못했던 것을 회개했다. 저희보다 더 고통스런 사람들을 품에 안고 위로하고 섬기기 위해 마지막 여정을 다하겠다는 말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부활과 영생의 소망을 드러내는 모든 유가족들, 그를 그리워하는 친구들과 성도들과 함께해 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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