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5] 중세의 성과 토마스 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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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서기 400-1000년 사이의 중세 서구 가톨릭교회의 신학은 어거스틴에 이어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25~1274)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다. 아퀴나스는 중세 최고 신학자로서, 나중 개신교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아퀴나스는 하나님의 뜻이 “자연”(nature)으로 또는 신성하게 규정된 사회적 위계로 내려와 사회화 되었다고 보았는데, 성에 대해서도 그러하였다. 그는 당시 사회의 성적 타락 때문인지, 성적 죄악에 대해서도 2세기 이래의 기독교 성윤리를 더욱 엄격하게 규정하였다. ① 결혼은 자연법(natural law)의 일부이다. ② 결혼은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할 법칙은 아니며, 자유선택(free choice)이다. ③ 결혼하는 행위(actus matrimonialis)는 죄스럽지(sinful) 않다. 왜냐하면 결혼은 사물의 자연 질서 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④ 결혼하는 행위는 옳고 가치 있을 수도 있고, 나쁘고 죄스러울 수도 있다. 만일 종교의 가치를 위해 행동한다면(하나님을 섬길 자식을 낳는 것), 그런 행위는 가치가 있다. 그러나 만일 욕망에 따라 행동하면, 혼외정사로 가지 않더라도 그것은 죄이다.

아퀴나스는 어거스틴이 말한 성의 세 가지 선함 중 거룩함을 가장 중요시하였다. 그는 결혼의 거룩함과 평등의 정신을 위반한다는 의미에서 혼외정사와 일부다처제를 반대하였다. 원죄로 타락한 사람에게는, 성적 쾌락은 이성에 의해 지배되지 않으며, 오히려 마음을 빼앗아 영적 신앙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결혼한 사람이라도 성찬받기 전날, 성축일, 기타 기도나 영적인 일에 헌신하는 동안에는 성행위는 부적절하다고 하였다.

아퀴나스는, 성적 욕망에 따른 죄의 종류를 말하고 있다. 첫째 올바른 이성을 위반하지만, “자연 질서를 위반하지 않는 욕망의 죄”로서 ① 단순한, 결혼하지 않은 남녀 간의 합의된 성행위(simple fornication). 이는 제3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나 부모 없는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 때문에 죄이다. ② 유혹(seduction)은 동정(virginity)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다 큰 죄이다. ③ 간음(adultery 한쪽 파트너가 기혼일 경우의 성행위). 당연히 죄이다. ④ 강간은 폭력 때문에 죄이다. ⑤ 신성모독적인 성, 즉 거룩한 삶을 사는 사람과의 섹스는 신성모독으로 신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므로 가장 나쁜 죄이다.

둘째 “자연 질서를 위반하는 악“(unnatural vices)은 앞서 말한 이성에 반하는 죄보다 더 나쁜 죄이다. 그 이유는 이 죄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행위로 자연과 “생명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① 근친간, ② 자위, ③ 결혼 행위에서의 타락(예: 피임), ④ 동성애, ⑤ 수간 등이 포함된다. 이런 결론은 아퀴나스가 인간적 이익(human good) 보다 자연 질서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아퀴나스의 생각은 일상적인 인간의 삶을 매우 형이상학적으로 보는 것 같다.

열렬한 신학적 논쟁과 교훈에도 불구하고, 중세의 일반 사회에서는 비기독교적이고 비윤리적인 성문화가 번성하고 있었다. 중세 성문화에는 여전히 고대 그리스 문화와 로마 의사 갈렌(Aelius Galenus 129-c. 200/c. 216)의 의학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교회의 성적 규율, 종교적 이상, 성의 거룩함 등은 흔히 무시되거나 위반되거나 왜곡되었다. 부부생활에서 열정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성경에서 말하는 부부간의 사랑과 기쁨이라는 개념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종교개혁까지 기다려야 했다) 중세에는 남녀 차별에다가 남성 우월주의가 지배하였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완전한 존재라는 것이었다. 성욕 자제의 윤리는 남성에게는 관대한 편이고 주로 여성들에게만 강조되었다. 그 전형적인 예가 정조대이다.

중세에는 그 특유의 어둡고 은밀한 쾌락추구의 세계도 공존하고 있었다. 사회적 위력을 가진 남자들과 소수의 여자들은 방탕의 어두운 세계에서, 강간, 매춘, 수녀유혹, 소년들과의 항문성교, 등등을 자행하였다. 흥미롭게도 중세 카톨릭교회는 매춘에 대해서는 관대하였다. 중세는 의심의 문화가 지배하던 시대로서, 섹스와 여성성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마녀는 대개 여자였고, 그들은 가혹하게 색출되고 박해받았다. 미신과 주술이 유행하였고, 괴이한 성적인 신체적 표현이나 기이한 행동 등등이 환상적 이야기로 떠돌았다. 교회도 성을 억압하였지만, 1,000년에 걸친 빈곤, 질병, 더러움, 역겨운 냄새 등도 성욕 억제에 한몫했다고 한다. 중세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동성애를 반대하였는데, 그 이유는 동성애가 비자연적이라는 점과 신의 분노를 자극하여 “역병”을 불러온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모순된 두 세계의 공존은 재편성의 변화를 보이며 20세기까지 이어져 왔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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