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6] 르네상스 성문화

|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서구의 성역사를 보면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지 성적 쾌락을 얻으려 온갖 수단을 부려왔고, 기독교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를 통제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14세기에 중세가 끝나면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성에서도 르네상스였다. 중세의 기독교 성문화에서 혁명이 일어난 셈이었다. 르네상스 지식인들은 인간의 몸과 관능과 감정을 재발견하고 “휴머니즘의 이름으로” 또는 “예술의 이름”으로 로맨틱한(로마적인), 그러나 실제로는 에로티시즘을 예찬하였다. 기독교 이전에 숭배되고 즐겨졌던 그리스 신들의 섹스 이야기들과 나체가 회화와 조각으로 화려하게 다시 등장하였다(인간의 몸이 물건 내지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전에는 죄가 되었던 것이 이제 죄가 아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찬양되기 시작하였다. 현대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탈리아로 몰려들어 르네상스의 멋진 유산에 찬탄을 금하지 못한다. 현대의 지식인들도 르네상스 시대의 궁정과 고급 창녀(courtesans)의 세련됨과 우아한 매너에 선망을 느낀다.

이러한 찬탄은 19세기에 지식인들이 르네상스 시대를 마치 황금시대인 양 묘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학자들은 르네상스에 대한 환상에 의문을 표시하기 시작하였다. 즉 르네상스 시대는 모순된 중세의 말기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중세의 특징인 비이성적 사고방식, 가난, 불평등, 무지, 점성술과 마술, 마녀사냥, 반유태주의, 종교/정치적 박해, 전쟁 같은 일들이 더 심했다고도 한다. 새로 발견한 신세계를 두고 탐욕스런 은행가와 정치가와 군인들 간의 경쟁이 피를 튀게 하였다. 편협성과 편견과 불관용이 난무하였다. 모든 궁궐과 관청들과 개인 집들의 어두운 뒷방은 유혹, 거래, 병듦, 그리고 온갖 종류의 음모의 온상이었다. 실제 르네상스 사회는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추악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 화가 그리고 그들의 후원자들 등, 극소수의 엘리트들은 자기들이 중세의 암흑기를 끝내고 새 시대를 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성문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14세기 이전의 중세문화가 지속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적이었으며, 남성은 여성에 폭력적이었다. 당시 결혼은 남녀 두 사람의 연합이 아니라, 두 가문을 묶는 것이었다. 이는 현대적 의미에서는 폭력적이었다. 결혼은 황소들을 같이 일하게 하는 “멍에”였다. 현실에서 부부간에는 사랑의 열정이나 에로티시즘은 기대되지 않았다. “로맨틱”은 귀족과 그의 정부(courtesan) 사이에서만 흔적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결혼 밖”에서의 성의 해방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당시 부와 여유를 즐기라(carpe diem)는 교훈이 유행하였는데, 이는 부자나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 자유로운 성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은 집안에서 정숙하고 우아하게 머물러 있어야 했다.

매춘이 광범위하게 성행하였다. LeBaron Jr(2010)에 의하면, 1490년 로마에는 7,000명의 창녀가 있었고, 베니스의 30만 인구 중에 창녀가 11,654명이었다 한다. 사회와 교회는 매춘을 은밀하게 용인하였는데, 창녀들은 교회나 수도원이 소유한 집에 살았다. 거리는 사제들과 더불어 매춘부와 소돔인들(sodomites)들이 우굴 대었다. 여기서 소돔인들이란 남색, 수간 같은 성도착행동들과 성적 방탕을 포함한 모든 성범죄적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였다. 동성애 같은 성도착적인 성행위들이 금지에도 불구하고 은밀히 유행하였다. 결국 15세기경부터 동성애에 대한 경찰감시가 강화되기 시작하였고, 가혹한 형벌을 받기 시작하였다. 르네상스인들은 성적 타락을 언급할 때는 거북해 하면서 라틴어를 사용하거나 완곡 표현을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명칭을 말할 수 없는 사악함“ 같은 것들이다.

당연히 매독이 창궐하였다. 현대사회에서의 에이즈에 대한 공포처럼, 르네상스시대에는 매독이 흑사병, 나병과 더불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진실은 르네상스 시대의 성적 타락은 현대 사회의 성적 타락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죄 된 인간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르네상스를 찬양하려 할 때는 당시의 이면의 성문화를 고려하여야 한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6회 총회

“퀴어신학 이단 규정, 감리교 회복 단초… NCCK·WCC 탈퇴 보류는 안타까워”

행정총회 중 발견된 문제점들 지적 녹색·여성 신학 주창 실체 드러내 예문집 등 통한 사상 설파 막아야 기독교대한감리회 동성애대책통합위원회(위원장 김찬호 목사, 이하 위원회)가 지난 10월 30-31일 교단 제36회 총회 중 발견된 문제점들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7…

남경필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와 함께한 남경필 집사 “마약 중독, 사랑이 답이다”

11월 6일 다니엘기도회 간증에서 남경필 집사는 아들의 마약 중독 문제와 가족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공개하며, 마약 중독 문제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강조했다. 남 집사의 고백은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 이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도회

美 기독교 지도자들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위해 기도하자”

11월 6일 새벽(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를 지지해 온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건넸다.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회(SBC)의 총회장이자 노스캐롤라이나주 히코리그로브침례교회의 담임인 클린트 프레슬리(Clint Pressley)…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탈북민 정유나 자매의 간증과 북한 MZ세대

북한 사람들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념이나 정치적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과 빛 통해서만 가능 대한민국이 헬조선? 북한은 ‘헬’ 北 MZ세대 한국 드라마 보면서 탈북 꿈꾸는 현상, 北 체제 붕괴 시사 동시에 자유 대한 향한 갈망 남북한 통합의 중요한 다리…

순교자의소리, 중보기도

中 경찰, 교회 세례식 급습해 고령 신자들까지 체포

중국의 존 차오(John Cao) 목사가 지난 10월 15일 원난성 전슝현에서 사역하는 창 하오(Chang Hao) 전도사를 방문해 새 신자들에게 세례를 베푼 후 경찰에 연행됐다. 한국순교자의소리(이하 한국 VOM)와 그 중국 사역 파트너인 차이나에이드(China Aid)는 “창 하오 전도사가 …

저스틴 웰비

英성공회 보수 지도자들, 동성혼 옹호 대주교에 회개 촉구

세계성공회미래회의(The Global Anglican Futures Conference, GAFCON) 지도자들이 종교개혁기념일을 맞아,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영국성공회 캔터베리대주교를 질책하고 공개 회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캔터베리…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