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기독교인 4명 살해되고 교회와 집 불타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폐허에서 까맣게 그을린 희생자 끌려나와
종교적 화합과 관용을 조성하는 국가에서
이 같은 분별없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섬에서 구세군 소속 교인들이 살해되고, 교회를 비롯해 교인 6명의 집이 불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29일(현지시각)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아와이 세티요노 인도네시아 경찰 대변인은 “테러 단체 소속 10여 명이 지난 27일 오전 술라웨시 중부에 위치한 시기(Sigi) 지역의 언덕 마을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경찰이 용의자들 수색에 나섰다”고 밝혔다.

박해감시단체 국제기독연대(ICC)은 “테러 용의자들이 리워누 렘방통고아 구세군 교회를 공격한 후, 교회와 성도 6명의 집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ICC는 “폐허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희생자가 끌려나오는 영상을 지켜봤다”며 “상반신을 45도 일으킨 자세는 피해자가 죽기 전 견뎌낸 고뇌와 고통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ICC 동남아 지역 담당자 고지나 씨는 “ICC는 테러 용의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인도네시아 형제·자매들의 죽음을 애도한다”면서 “우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용의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들을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종교적 화합과 관용을 조성하는 국가 이념인 ‘판카실라’(Pancasila)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이 같은 분별없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세군 인터내셔널은 25일 교인의 집 6채와 교회 건물이 불에 탄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2020년 11월 27일 인도네시아 렘방통고아 교회가 공격을 받고 4명의 교인들이 생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구세군 소속 교인들은 29일 주일 함께 모여서 3분간 침묵하며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을 위해, 또 화합과 하나님의 평안을 위해 기도했다.

구세군에 따르면, 지역 경찰이 조사를 시작함에 따라 마을에 대한 보호가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동자바 수라바야 지역에서 성모 마리아 가톨릭교회, 인도네시아 그리스도교회, 수라바야 중앙오순절교회 등 3개 교회를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로 15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정부는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테러범을 이번 테러의 배후로 의심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헌법은 하나 뿐인 신, 사회적 정의, 인간성, 통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5가지 원칙인 판카실라 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는 이슬람수비대전선(FPI), 히즈부트 타흐리르 인도네시아(HTI), 이슬람개혁운동(Garis), 이슬람공동체포럼(FUI) 등 극단주의 단체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들 단체는 판카실라와 ‘기독교화’를 반대하고 있으며, 이들의 주된 목적은 무슬림의 개종과 기독교 예배당 건립을 막는 데 있다.

현지에서 테러 단체로 보이지 않는 이들은 기독교인들과의 싸움에서 꾸란에 나타난 제재를 가한다. 이들은 종종 꾸란의 가장 긴 장인 알바카라 120절을 사용하는데,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은 당신이 그들의 신을 따르지 않는 한 결코 당신을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라! ‘알라의 지도가 유일한 지침이다.’ 만약 당신이 그들의 욕망의 추종자가 된다면, 당신에게 이러한 지식이 온 후에는 아무도 알라로부터 당신의 보호자가 될 수 없을 것이고, 도움을 주는 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HRW) 연구원인 안드레아스 하소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인도네시아의 기독교 소수 민족을 향한 공격이 심각하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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