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향한 분노와 배신감… 용서란 ‘낯선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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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3)] 연마되는 기술, 쌓여가는 내공

▲권율 목사.

▲권율 목사.

인간은 예로부터 행복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현대인도 마찬가지이다. 그 옛날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이란 삶의 의미이자 목적이요, 인간 존재의 총체적 목표이자 끝이다(Happiness is the meaning and the purpose of life, the whole aim and end of human existence).”

100%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상당히 통찰력 있는 문장이다. 특히 “인간 존재의 총체적 목표이자 끝”이라는 말이, 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전능자 안에서 인간은 존재의 목표를 전능자로부터 오는 행복으로 설정한다. 이러한 인간의 행복은 곧 전능자 자신에게도 영광이 된다.

허나 이것을 깨닫기까지는 숱한 과정이 필요하다. 행복은 잠시 있다 소멸되는 흐뭇한 감정이 아니다. 수많은 삶의 여정을 통해 조금씩 터득되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은 연마되는 기술이고, 점점 쌓여가는 내공이다. 단번에 거저 주어지는 ‘로또’ 같은 것이 절대 아니다!

이번 글에도 행복을 연마하기 위한 쓰라진 사연이 이어진다. 필자에게만 쓰라린 경험이면 좋으련만, 행복은 관계적 언어이기에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주변인들과 함께 쓰라림과 아픔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그 대상이 필자의 사랑하는 모친이라는 점이 한때 전능자에게 늘 불만이었다. 지금은 전능자의 품에서 안식하고 계실 테지만.

어느 날 엄마에게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다. 할머니가 고모들과 작당하여 어처구니없는 모함을 엄마에게 뒤집어씌웠다.

이 사람들은 맏며느리를 길들이기 위해서라면, 어떤 순간이라도 연합할 수 있는 엄청난 저력(?)이 있었다. 할머니는 고모들을 전부 모아놓고 엄마를 즉시 농장으로 불러들였다.

“이 망할 년아, 바른 대로 말해! 돈 어디로 빼돌린 기고?”

“어무이요, 제가 무슨 돈을 빼돌렸다는 거라요?”

고모들은 엄마를 한 가운데 무릎 꿇게 하고서 빙 둘러앉아 한 마디씩 내던졌다.

“어디, 시어머니한테 그딴 식으로 말대꾸하는 기고? 식당일 해서 모은 돈 너희 친정으로 빼돌린 거 아이가?”

“다들 정말 너무 하심니더. 지는 진짜로 억울함니더!”

이때 아버지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어린 나 같아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무슨 말이라도 했을 텐데….

이제는 더 이상 엄마가 마음 둘 곳이 없었다. 아마 엄마가 그때 이 집안에서 탈출하려고 마음먹은 것 같다.

어느 날, 엄마는 정말로 우리 삼부자를 남겨 두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큰 이모로부터 엄마가 전라도에 있다는 ‘제보’를 받고, 우리는 황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형제는 엄마의 황당한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어떻게 두 아들을 팽개쳐 놓고 집을 나갈 수 있었을까?

다행히도 엄마는 우리와 다시 살기로 마음먹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후로도 엄마의 ‘가출행각’은 종종 반복됐다. 이런 일이 계속되니까, 아무리 어린 나라도 우리 집안이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린 나는 그게 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아니, 어른들이 절대 알려 주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의 가출 사건이 있은 후, 할머니는 아버지를 불러다 놓고 호되게 야단쳤다.

“니는 마누라 하나도 똑바로 간수 못하노? 허구한 날 계집 치마폭에 싸여 사니까 그런거 아이가? 니가 내 아들이라도 참 한심하데이!”

어느 날 밤,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동생과 나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엄마를 데리고 나가 마구 나무라더니, 급기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피투성이가 된 엄마를 질질 끌고 할머니한테 가서 아버지는 큰소리치며 말했다.

“이래도 내가 계집 치마폭에 싸여 살고 있는 거라요?”

경상도 남자들이 좀 그렇듯이, 아버지는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었다. 꼴랑 자기 자존심 하나 지키겠다고 ‘사랑하는’ 아내를 두들겨 패서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다니!

아버지는 이렇게 해서라도 자기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을 그때는 전혀 몰랐다.

하지만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이 없다. 사랑하는 모친은 생전에 당신의 아픔을 아들에게 소상히 들려주었다.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배신감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용서라는 말은 한동안 나의 내면에 들어올 수 없었다. 아내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남자를 무슨 수로 용서한단 말인가. 전능자의 아들이 십자가에 처참히 죽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깨달을 때까지, 나에게 용서라는 단어는 참으로 낯선 것이었다.

권율 목사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부산 부곡중앙교회와 세계로병원 협력목사로 섬기면서 가족 전체가 필리핀 선교를 준비하는 중이며, 4년째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집중강의 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는 <21세기 부흥을 꿈꾸는 조나단>,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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