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성 거룩한 성]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본 비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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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원장(샘병원. 4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박상은 원장(샘병원. 4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씨의 임신과 출산뉴스가 연일 검색순위에 오르고 있다. 이는 결혼하지 않은 비혼 여성이 일본에서 본인과 무관한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시술을 통해 임신을 하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임신은 남녀가 사귀다가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모습이다. 물론 사별을 하거나 부득이 이혼하는 경우 부모 중 한쪽이 어쩔 수없이 양육을 맡게 되기도 한다. 또한 혼인 전 예기치 않는 임신으로 미혼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기도 한다.

문제는 이와 달리 아예 결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정자를 구해 시험관시술로 자신이 계획적인 임신을 하여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최근 연애와 결혼기피 풍조와 맞물려 이러한 형태의 임신은 더 확산될 조짐이다. 배우자가 어떤 사람일지 모르며 남편이나 아내에게 구속받기 싫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본인이 교제하고 혼인하는 과정에서의 불편감과 비용부담 없이 오히려 검증된 유전인자를 가진 정자나 난자를 받아 시험관시술로 아이를 가지면 훨씬 더 우수한 자녀를 가질 수도 있고 배우자에게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기 쉽다. 과연 그럴까?

요즈음 지나치게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을 마구 사용한다. 자유의지는 인격적인 존재인 인간에게만 주어진 신의 선물이지만 생명나무는 건드리지 말라고 성경은 경고하고 있다. 이는 인류를 위한 최소한의 윤리를 말씀하시는 것이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치거나 자기 멋대로 생명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살인이나 자살이나 낙태 등은 자기결정권의 그릇된 사용이며 남용이다. 아울러 인간복제나 대리모임신, 정자-난자매매 등도 인류사회의 최소한의 질서를 위해 제한하는 것이다.

사유리씨가 누구로부터 정자를 어떻게 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아이의 50% 유전자는 정자제공자로부터 온 것이 분명하다. 아이는 자신의 반쪽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와 권리를 가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입양아들이 생모-생부를 찾아 구만리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지 않는가? 이는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물음이며 근원적이고도 존재론적인 질문인 것이다.

행여 정자를 구매하였다면 이는 한국에서는 위법한 행위이며 향후 정자은행과 난자은행은 거대한 상업화의 길로 향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유전자편집과 조작을 통해 뛰어난 맞춤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탐욕이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은 결코 소유물이 아니다. 마치 애완견처럼 더 좋은 종자를 만들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한번 멋지게 키워보는 수단적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비혼 여성의 시험관시술 허용은 이미 만들어진 배아의 매매나 기증으로 이어지며 비혼 남성들도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자기만의 아이를 키우려할 것이다. 나아가 수많은 인간복제공장에서 자신의 취향에 따리 마음에 드는 인간을 선택해 복제해 키우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자기결정이라는데 누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러나 인간은 결코 그렇게 해서 헹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인류사회가 그렇게 해서 존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첨단과학은 호기심을 좇아 끝없이 바벨탑을 쌓으려한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다 해도 되는 것은 아니며 할 수 있다고 다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결정은 반드시 사회적 윤리규범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수많은 법과 윤리가 이 사회를 지탱하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도 스타디움을 가로질러 가서는 안 되며 옆선수를 밀쳐서도 안될 것이다.

세상이 점점 유물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인간생명도 돈으로 사고, 자기 소유인양 애완견처럼 생각하는 시대를 맞이해 향후에는 애완견과의 가족구성을 법으로 요구할지도 모르며 외국의 예처럼 유산을 애완견에게 상속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인간이 뭐든지 결정하겠다는 인간중심의 이기적 인본주의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는 생명권과 생명결정권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심장이 뛰기 시작해 멈추는 그날까지 마음껏 삶을 영위하는 것이 생명권이라면 생명결정권은 생명의 시작과 마지막을 내가 결정하겠다는 오만이며 이는 결코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마치 인간생명이 자기의 것인 양 마음대로 자살하거나 낙태하거나 복제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남의 생명도 내가 마음대로 살해하거나 안락사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에 필자가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위원장 재직 시에 발표한 생명존중선언문에 언급된 바와 같이 인간생명은 신의 최고의 선물로 받아들이며 이를 존중하는 것이 옳은 태도일 것이다.

사유리씨의 이번 비혼 출산과 양육을 계기로 다시금 목적적 존재로서의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되새겨보며 아울러 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로 회복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한 정부를 비롯한 의료계, 학계, 교계, 시민단체의 사회적. 윤리적. 종교적 진지한 논의를 기대해본다.

박상은 원장 (샘병원, 4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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