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감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여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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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칼럼] 한국교회여! 트렌드(trend)를 멀리하라

▲ⓒ픽사베이

▲ⓒ픽사베이

“카페인(caffeine)을 하세요?”라고 묻는다. 예전에 마시던 박카스나 커피같은 각성 물질을 마시던 그 카페인이 이미 아니다.

이 카페인은 젊은이들이 소통하는 생활방식인 카카오톡(kakao tok),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을 줄여 뜻한다.

그동안 웹(web) 2.0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는 블로그(blogs),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s), 메시지 보드(Message Boards), 팟캐스트(Podcasts)등으로, 참여·공유·개방이 특징이다. 네티즌들이 적극 참여해서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사회적인 연결성을 중시했다.

웹(web) 3.0은 데이터의 의미를 중심으로 서비스되는 시대를 말한다. 개인화·지능화·상황인식 등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 중에 내가 지금 필요한 정보와 지식만을 추출해서 보여주는 맞춤형 웹의 시대가 웹 3.0 시대다.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해서 정보를 모으고 필요한 정보만을 편집하여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AI) 웹이다.

예를 들어 웹 3.0에서는 우리가 여행을 가고 싶을 때 그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웹사이트를 일일이 들어가 정보를 모으고 예약하는 과정 대신, 우리의 휴가 일정과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 등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정보를 다 찾아보고 그것에 맞춰 알려준다.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이 사회에서 회자되면서 많이 쓰이는 용어 중 하나가 ‘메가트렌드’와 ‘빅데이터’이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사물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 변화가 나타나는 코로나로 인한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변종(變種)이 생겨날 정도이다. 교회는 이같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대응해야 할까?

1980년대는 산업화의 뒤를 이어 ‘경영’과 ‘부흥회’가 목회의 필수 키워드(Keyword)가 된 적도 있고. 1980년 후반에는 ‘제자훈련’, 1990년대는 ‘빈야드’ 사역이, 2000년대에는 ‘복지’가 유행이었다. 2010년경부터는 인간 이해를 전제로 한 ‘상담’이 목회의 필수 과정처럼 어필(appeal)되기도 했다.

어찌 보면 한국교회가 트렌드(Trend)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롤러코스터를 해 왔다. 한때 미국의 어떤 교회가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마치 그것이 교회 성공의 비결인 것처럼 여겨지고 유행처럼 번져, 교회 강단과 세미나를 독점하고 필수코스로 탐방하며 그 과정은 그대로 국내 도입되었다.

교회와 목회와 사역에 무슨 트렌드가 있을까마는, 강조점이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한때의 흐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트렌드를 잘 선용하면 교회의 여러 활동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교회가 너무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트렌드에 맞추느라 요란스럽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트렌드는 그때 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선택은 자유겠지만, 존재의 가벼움보다는 존재의 진중함이 더 종교가 가진 고유의 성질과 맞다.

어찌 보면 트렌드는 ‘유행’이고,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같은 것이다. 짧게는 3년 길어야 10년을 못 넘긴다. 왔다가 반짝하고 지나가는 허상이다. 영원한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혹자는 ‘교회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기술에 매몰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회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교회는 기술적 가치에 의존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다움’이라는 영성적 기준이 있다.

이런 기능에도 불구하고 트렌드가 어떤 방향이나 모습으로 변화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게 어려운 만큼, 지금의 교회는 신기술과의 접점을 넓혀가면서도 초대교회의 영성과 공동체성, 공교회성과 공공성을 오히려 강화하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전통적인 교회 안에도 인공지능 문화가 도입될 수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교회들은 백화점 문화센터와 비슷한 방식으로 교양 아카데미, 카페와 서점, 꽃집 등을 만들어, ‘거룩한 공간’이라기보다 평일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 공간화’함으로써 대중적 접근, 특히 교회와 거리를 두는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대중의 일상적 삶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종교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비즈니스나 마케팅 지상주의에 빠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알아차리는 일은 중요하되, 그것이 정말 필요한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미래학자의 책을 100여권 읽고 여러 강의를 들었지만, 그들의 예측도 틀린 경우가 허다했다. 미래학자들의 헛발질을 보며, 그들의 말이 꼭 맞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그렇다고 시대의 트렌드를 외면하고 모르는 일이 능사도 아니다. 줌(Zoom)이나 화상회의가 그렇다. 현 시대를 읽고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트렌드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트렌드를 따르는 순간, 트렌드에 휩쓸려 결국은 트렌드와 함께 추락할 수 있다.

오늘날 너무 많은 크리스천들이 그런 함정에 빠지고 있다. 세상 문화가 추구하는 많은 것들에 동조하고 세상 풍속을 따라간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Leo Tolstoy)는 “자기 스스로 사색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색과 주장과 선동에 따르게 된다. 자신의 사색을 그 누구에게 공물로 바치는 일은 자기 육체를 공물로 바치는 것보다 천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과 소통하고 문화를 접목하며 꼭 트렌드를 앞서가고 주도해야 한다. 트렌드에 맞춰가기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를 넘어선 교회가 가진 영성의 깊이에 있다. 교회는 한 사람 한 사람 영혼의 갈급함과, 방황하는 그 영혼을 어떻게 하나님의 사람으로 붙들어 세울 것인가를 더 크게 고민해야 한다.

트렌드는 포장지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뿐이다. 화려한 포장지가 있어도, 정작 그 알맹이가 허당이면 사람들은 금방 실망하고 떠나가게 된다. 알맹이, 즉 내공이 없으면 무슨 사회적 영향력이 있겠는가?

이미지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는 문화 시류에 맹목적으로 편승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남의 뒤에 서겠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런 문화현상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있을 거친 반발과 비판을 두려워해서, 세속적인 현상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인지 트렌드를 멀리하고 시대를 거슬러 ‘수도원적 영성’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오히려 역설적 대안일 수 있다.

트렌드의 옷을 입고 젠틀(gentle)한 교회의 모습은 지녔지만 은혜가 메마른 교회보다는, 트렌드를 멀리하더라도 영성의 깊이를 더해 영혼을 향한 눈물과 가슴이 뜨거운 교회가 그래도 더 건강하고 희망적이다.

한국교회여! 트렌드를 멀리하자. 트렌드는 본질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여기저기 세미나 돌아다니며 들은 풍월로 따라한들, 언제 전문가가 되겠나. 빌게이츠처럼 한다고 첨단목회가 되겠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전문가인 평신도들의 몫으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그렇게 그들에게 맡기고 목회자는 차라리 목회의 본질을 부여잡아야 한다.

교회여! 영성과 능력을 지닌 교회로 가자. ‘다시 복음으로’, 트렌드와는 결이 다른 길을 가자.

코로나 위기 속에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으며, 다시 말씀을 깊이 파서 실력을 쌓고, 다시 기도의 분량을 채우며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야 산다. 시대를 읽고 실력을 쌓으며 트렌드와 반대로 갈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남다른 생존과 탁월함을 이뤄낼 수 있다.

어느 시대나 시대정신을 읽고 성공하는 사람은 그 생각과 가는 길이 이미 다르다. 그래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감으로써 시대를 열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이효상 목사.

▲이효상 목사.

이효상 원장
근대문화진흥원 원장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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