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칼럼] 인구 데드크로스, 출산율 재고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구 문제 중 하나는 사회 전반적으로 아이를 적게 낳아 출산율이 감소하는 저출산 문제이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장차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게 되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의 부양 부담이 상승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인구와 경제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유엔 미래 보고서 2040」에서 “인구 감소가 이미 시작된 선진국은 예외 없이 국력 감소가 나타났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일본의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를 사례로 들었다.
이에 우리 정부와 지방자체단체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출산장려를 위한 예산은 매년 증가하는데, 전혀 출산율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추락하고 있다. 출산을 강조하지만 실제 출산에 대한 직접지원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정부의 출산장려 예산이다. 2021년도 현재 저출산 명목의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 2021년도 지난해보다 6조원 늘어난 46조원이 편성됐다.
이렇게 정부가 돈은 많이 쓰고 있다는데, 아이 키우는 환경도 함께 나아지고 있을까. 2006년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저출산 지원예산은 모두 200조 원 넘게 투입됐다.
예산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21.1%나 증가했다. 예산은 매년 늘어나는데, 정작 주변에서 ‘아이 키우는데 저출산 예산의 덕을 봤다’는 가정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출생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이른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지난해 이미 현실화됐다. 2020년 강원도 내 모든 시·군에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일어났다. 도내 전역에서 일어난 건 사상 처음으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2021년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비교적 인구가 많은 춘천시, 원주시, 강릉시를 포함 도내 18개 전 시‧군에서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섰다.
2019년에는 원주시, 화천군을 제외한 16개 시‧군에서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2020년 원주시, 화천군에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역전하면서 도내 전역으로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확대되었다.
강원도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출생자 수가 27만여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비해 사망자 수는 30만명을 넘으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세대수는 1인 세대 급증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60대 이상 인구가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달해 고령화가 심화했으며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도 심해졌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모두 5,182만 9,023명으로 전년도 말보다 2만 838명(0.04%)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활력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인구 늘리기에 비상이다. 그럼 출산장려 지원을 젊은이들이 체감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는 저출산 예산이 매년 늘었다고 하는데, 정작 젊은 부부들은 왜 체감하지 못할까.
2018년 이후 처음 1명대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은 2020년 0.9명에도 못 미쳤다. 계속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다. 국민소득 300달러에서 3만달러로 성장하면서 출산율은 오히려 4.5에서 1 미만으로 추락했다.
결혼과 출산을 당연시하던 기존 생각들이 여성의 지위 향상과 자기 결정권이 생기면서, 비혼과 출산은 이제 선택사항이 되었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뜨겁다. 후보들의 정책 이슈는 단연 ‘출산지원’이 화두이다. 나경원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서울에서 독립해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총 1억 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밝히며 이슈를 선점했다.
그녀의 공약은 결혼하면 4,500만원, 아이를 낳으면 추가로 4,500만원을 지원하고, 여기에 대출이자를 9년간 100% 대납해 총 1억원 넘는 혜택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에 여러 후보들이 공격하고 나섰지만, 정작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나 후보의 공약이 오히려 주목받는 이유다.
나 후보자는 “저출산 문제는 이번에 당선될 서울시장이 무엇보다도 먼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라며 “저출산·고령화가 얼마나 재앙적이고 심각한지 뼈저리게 체감했다”고 밝혔다.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20대까지 4선 의원을 지내며 재임시 저출산·고령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 분야에선 전문가의 공약이어서 수긍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는 “주택문제는 저출산에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며 “단순히 현금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 신혼부부가 토지 임대부 주택을 마련할 때까지 이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현금 살포하고는 다르다”고 짤라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극복할 수 있는 일·가정 양립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이미 선진화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해외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프랑스와 스웨덴, 덴마크는 성공적인 가족정책 사례로 손꼽힌다. 프랑스는 저출산·고령화를 정책의 힘으로 극복한 대표적 사례이자,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 가운데 독보적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린 사례이다. 다양한 가족 구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는 점이 프랑스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신혼부부 모두들 서울이나 프랑스로 이사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지방자치단체별로 들쑥날쑥한 출산장려금을 정리하고 가족 정책 전반적인 큰 틀에서 시행할 컨트롤타워(control tower)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이다.
충남도의 경우 결혼한 지 2년 안 된 청년 부부가 공공아파트에 입주한 뒤 자녀 두 명을 낳으면 임대료를 전액 감면해주는 ‘더 행복한 주택’을 공급한다. 방 규모는 기존 임대아파트보다 큰 최대 59㎡(17.8평형)이다. 주거 문제를 해결해 준다.
충북 제천시의 사례도 눈여겨 볼만 하다. 최대 5,150만원까지 주택구매 대출금을 내주는 ‘3쾌(快)한 주택자금지원’ 사업을 도입했다.
결혼 후 5,000만원 이상 주택자금을 대출한 가정이 아이를 낳으면 첫째 150만원, 둘째 1,000만원(2년 4회 분할 지급), 셋째 4,000만(4년 8회 분할 지급)을 지원한다. 셋째까지 낳으면 총 5,150만원의 은행 빚을 지자체가 대신 갚아준다고 한다.
사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 출산 장려 관련 현금 지원 비율이 멕시코 다음으로 낮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주거지원, 현금지원, 육아서비스 공급, 조세 정책 등 맞물려 돌아가야 할 요소들이 있다.
가족구성원들이나 사회 시스템이 함께 결혼, 가사노동, 출산, 양육, 교육 등의 몫을 함께 감당해 주지 않으면 경제, 직장, 주거, 세금 등의 장벽을 뚫고 결혼과 출산으로 나가긴 어렵다.
그래서 출산 때부터 대폭 지원하는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세액공제 혜택도 주로 중산층 이상에 쏠리는 만큼 저소득층 젊은 신혼부부의 출산율 재고를 위해 현금 지원 형태는 늘려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 저출산 너머를 볼 수 있는 비전, 미래로 나가기 위한 시스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앞장 선 정치적 결단,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control tower)가 없다.
백수가 태반인 젊은이들이나 수입이 없는 서민들의 삶이 이토록 팍팍한 것은 경제도, 부동산 정책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제 출산은 ‘취업-결혼-육아’ 등 라이프 싸이클(Life Cycle)과 관련된 문제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일·가정 양립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사회로 나가기 위해 재정적인 지원뿐 아니라 가족친화적인 사고를 가지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비용’이 아닌 ‘내일을 위한 투자’이다. 우리 정부의 여성부, 복지부 등 여러 부처와 지자체들도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식의 뜬 구름 잡는 캠페인이 아니라, 산재해 있는 가족 정책을 모은 컨트롤타워로 피부에 와 닿는 직접적이고 효과있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문경시의 경우 신축년 첫 넷째 출산 가정이 탄생해 3천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문경시 점촌2동 김모(35)·강모(34) 씨 부부의 남아로, 2남 2녀의 막내가 됐다.
문경시의 출산장려금은 첫째 360만원, 둘째 1천400만원, 셋째 1,600만원, 넷째 이상 3천만원이다. 이러한 출산장려 정책에 힘입어 문경시는 2019년부터 출생아 수가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출생아는 328명으로 전년도 대비 14명이 증가했고 이는 경북도 내 유일한 출산증가 기록이다.
출산 절벽시대에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다음 세대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효상 원장
시인, 칼럼니스트, 근대문화진흥원, 한국교회건강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