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OM, 긴급 지원 나서
에티오피아 티그레이 지역의 지하교회 목회자들이 전쟁 중에도 현지에 남아 박해받는 다른 기독교인들을 돕고 있다고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가 최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의 T 목사(보안상 익명 표시)는 최근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인도했다. 보통 에티오피아에서 결혼식을 인도할 때 T 목사는 여러 가지 세세한 일들에 마음을 쓰지만, 이번 결혼식은 여느 때보다 더 신경을 써야 했다.
T 목사의 교회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격렬한 전쟁 지역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11월 초, 티그레이 인민 해방 전선(Tigray People’s Liberation Front, TPLF)과 에티오피아 정부군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났다.
현재 티그레이 지역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 만 명 정도가 난민이 됐다. 국제 정세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티그레이 지역으로 출입하는 도로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T 목사는 한국VOM과의 인터뷰에서 “여긴 인터넷도, 은행도 없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불(전기)이 들어왔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많은 노인과 어린이들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도 한 어린이가 죽었다. 전쟁 때문에 젊은 여성들이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많은 건물이 파괴되었다. 지금도 제가 사는 데서 불과 10km 떨어진 지역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T 목사와 그의 교회는 한국 VOM과 오랫동안 동역하며, 에리트레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핍박 때문에 국경을 넘어 에티오피아 티그레이 지역으로 피신한 에리트레아 지하교인을 섬겨왔다.
한국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에리트레아는 기독교인과 반정부 인사에 대한 가혹한 핍박 때문에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의 북한’이라고 불려왔다. 한국VOM은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 사이의 국경을 넘어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지역으로 계속 들어오는 많은 에리트레아 기독교인들에게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상담과 영적·물질적인 필요를 제공하며 오랫동안 T목사와 동역해 왔다.
그러나 이제 티그레이 지역은 난민들의 나라가 되고 말았다.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도망쳤다. 그러나 국제 연합과 에티오피아 구호단체들이 이 지역의 많은 난민 캠프 가운데 두 곳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당하면서 교회는 기독교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되었다. T 목사와 교회는 오직 교회만 의지하는 에리트레아 기독교인들을 염려하여 그곳에 계속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티그레이 지역의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난민들이 그 혼란 속에 에리트레아 정부군에게 검거당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다는 다양한 보도와 관련하여 더 세부적인 정보를 얻기 계속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하며 설명한다. 그녀는 “난민들은 난민 캠프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생필품을 공급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T 목사와 목사님의 교회는 자신들을 돌보기도 벅찬 환경에서도 현재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난민들을 돌봐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T 목사는 한국VOM과의 인터뷰에서 “당신(한국 VOM 에릭 폴리 목사)은 무엇이든지 우리가 가진 것으로 우리 몸이나 피, 음식으로 사람들을 섬기라고 가르치셨다. 우리가 먹을 음식도 충분하지 않지만, 그 굶주림을 기회로 삼아 사랑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한국VOM이 그 지역에 기금을 송금하는 방법을 찾았고, T 목사의 교회는 물론이고 그의 교회가 지원하고 있는 에리트레아 난민들을 위해 1천만 원의 기금을 이번달에 T 목사에게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그녀는 “다른 비정부기구들은 안전을 찾아 티그레이 지역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지만, 한국VOM의 역할은 그 지역에 계속 남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로 결단한 기독교인을 돕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순교하거나 투옥된 기독교인의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계속 남아 있는 T 목사님 같은 분들을 돕는다”고 덧붙였다.
한국VOM은 이번달 ‘순교자 및 수감자 가정 지원 사역’ 헌금을 이 긴급 사태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