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9] 프로테스탄트 성윤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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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프로테스탄트 개혁가들이 활동하던 16세기 중반 유럽은 흑사병, 백년전쟁, 독일 농민전쟁, 오스만 제국의 팽창과 이슬람의 위협 등 수많은 역사적 격변 속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구원에 대한 열망과 종교적 열의가 굉장히 뜨거웠다. 당대의 가톨릭이 여러모로 부패하고 변질된 데 반해, 프로테스탄트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고 진리의 근원을 성경에서 찾는다는 기독교의 근본적 복음의 교리로 돌아가 대중의 종교적 갈망을 성취시켜 주려 했다.

장 칼뱅(Jean Calvin, 1509~1564)은 프랑스 출신의 개신교 사상가로서 마르틴 루터와 더불어 초기 종교개혁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종래의 가톨릭교회가 부자가 천국에 가기 힘들다고 말하며 무소유의 미덕을 주장하던 것과 달리, 칼뱅은 열심히 일하고 검소하게 생활하여 부자가 된 것이라면 그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깨끗한 부자” 즉 청부(淸富)의 교리를 내세웠다. 이는 막스 베버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비롯된 학설과 유사하다. 이런 신학 때문에 칼뱅은 도시의 상인 계층의 환영을 받았다.

칼뱅은 독신을 좋게 보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복음 전파를 위해서는 독신이 더 낫다고 생각하였다. 당시 종교개혁자들은 카톨릭 사제들을 소돔사람(sodomite. 남색, 수간 등 이상(異常) 성행위에 빠진 사람의 통칭)라고 비난하고 있었다. 개혁자들이 같은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결혼하는 것이 바람직하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결혼을 서둘지 않았다. 칼뱅이 결혼상대로 이상적으로 생각하였던 여성은 미모보다, 신앙심이 깊고, 정결하고, 겸손온유하며, 가사를 책임지고, 자신의 사역에 도움이 되는 여성이었다. 복음설교자로서 결혼이 필요하다는 주위의 권고에 따라, 그는 결혼하였다. 그러나 칼뱅은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거의 수도사 같은 생활을 하였다. 칼뱅은 결혼이 너무 행복할까봐 두려워했다고도 한다. 실제로 칼뱅은 남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부인을 매우 소중히 하였다. 두 사람사이에 아들이 태어났으나 불행히도 곧 죽었다. 3년 후 칼뱅이 36세 때 부인도 병으로 죽었다, 그는 부인을 평생의 반려자, 사역을 위한 믿을만한 조력자라고 회상하였다. 이후 칼뱅은 20여 년간 재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칼뱅의 성에 대한 생각은 확고하였다. 어거스틴, 아퀴나스, 루터 등과 유사하나 더 엄격하였다. 현대인이 보기에는 그의 성애 대한 생각은 매우 금욕적이다. 그의 이러한 가치관은 이후 수백 년간 장로교회를 통해 서구 성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인간은 남녀로 창조되었고, 남녀는 영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동등하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당시 제네바에서는 그는 이혼이나 간음 사건에서 남녀 모두 꼭 같이 다루었다. 그는 수많은 설교에서 성적 결합의 쾌락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에 대해 말하였다. 그 핵심은 남편은 여자가 성에서 만족하도록 해주어야 하며 여자도 남자가 만족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루터와 비슷하였다. 그러나 당시 여성관이나 결혼관에 비하면 매우 현대적이었다. 그는 부부간의 대화를 권하고 학대를 금하였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사회구조적 기능을 하기 때문에 사전에 부모의 허락과 축복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성은 원죄로 말미암아 죄성이 있지만, 오로지 결혼을 통한 성만은 자식을 생산하기 때문에 그 죄를 용서 받는다고 하였다, 이는 루터의 생각과 비슷하였다. 즉 결혼은 인간 섹스의 죄를 막아주는 방어책인 셈이다. 인간의 성적 욕망은 강력하기 때문에 항상 죄를 범할 기회를 노린다고 보았다. 그러나 결혼이 이러한 죄를 범할 기회를 예방해 주므로 결혼은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는 대신 부부간의 성생활도 소박하고 적절하게 절제된 것이라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당연히 칼뱅은 결혼 후의 혼외정사는 물론 결혼 전의 성도 죄악이라 하였다. 당연히 동성애는 죄였다. 독신과 금욕은 하나님 사역에 오로지 헌신하도록 축복된 사람에게만 허락된다고 주장하며, 그런 축복을 받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하였다.

  후에 그는 결혼을 시민의 의무라기보다 하나의 소명(calling)으로 보게 된다. 즉 그는 결혼을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결합에 대한 상징으로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칼뱅은 결혼은 단순히 섹스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일 뿐 아니라 아이를 낳아 기르며 상호 사랑하고 상호 돌본다는 중요한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이런 생각은 루터와 비슷하였다. 그는 루터처럼 결혼을 성례로 보지 않았다. 그가 성례로 인정한 것은 세례식과 성찬식 두 가지였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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