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에 담긴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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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7)] 전능자의 섭리, 몸에 지닌 그들

▲선교지에서의 권율 목사.

▲선교지에서의 권율 목사.

“여기에 오신 여러분, 장애인으로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감사하십시오. 또 장애인 부모로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도 감사하십시오. 하나님이 그들보다 여러분을 더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또 하나님이 여러분보다 그들을 덜 사랑해서도 아닙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섭리 때문에 장애인들을 이 땅에 보내셨습니다(출 4:11). 하나님께서 능력이 없어서 그들을 못 고쳐 주신다고 생각합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 기도를 미친 듯이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제가 깨달은 바는, 우리 하나님은 고치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 땅에서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신다는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상 누군가는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바로 그들이 하나님의 섭리를 몸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에도 장애 문제를 잠시 다루려고 한다. 얼핏 보면 ‘행복 신학’과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위에 나오는 말은 실제 장애를 가진 목사님이 세미나에서 비장애인 교사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강의하는 내내 환하게 웃는 표정과 재치 있는 말투로, 당신이 행복하다는 걸 친히 보여 주셨다. 지금은 다소 경미해진 언어장애(유창성 장애)를 앓는 나를 당신이 심히 부끄럽게 만들었다.

현재 교회에서 장애인 부서를 맡고 있어,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그런 분들과의 만남은 중학교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당시 기독교 동아리 ‘마하나임’은 학기마다 몇 차례씩 경북 고령군에 위치한 국제재활원을 방문했다. 어느 해에 필자도 선배들을 따라 갔는데, 때마침 동짓날이라 이곳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맛있는 팥죽을 쑤고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장애인들을 대면하게 되었다. 뇌성마비, 소아마비, 지적장애 등의 수많은 장애인들이 한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혼자의 힘으로는 다들 생활하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하나님은 무슨 이유로 이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셨을까? 당신의 전능한 능력으로 치료해 주실 것도 아니면서, 어째서 세상에 이들을 나오게 하셨을까? 당시 어린 나이였던 필자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재활원에서 시키는 대로 친구들과 함께 여러 일을 거들었다. 재활원 식구들과 하루 종일 어울리다 보니, 어느덧 그분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런데 날씨가 유독 추워서 바깥에 있는 분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래서 내 목에 감겨있던 목도리를 어떤 자매님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 혼자 조용히 재활원을 둘러보는데,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했다. 어떤 꼬마가 몰래 주방에 들어가 간식을 훔쳐 먹다가 들켜서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지적장애인 이 꼬마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이 아이는 그저 기본적 욕구에 충실했을 뿐일텐데….

마침내 우리는 하루 동안의 봉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차에 올라타려고 하는데 누가 나를 급하게 찾아왔다. 아까 목도리 선물을 했던 그 자매님이 목도리를 돌려주려고 찾아온 것이다.

지적장애인인 그 자매님이 나에게 뭐라고 말을 했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짐작하건대 자기에게 목도리를 안겨준 사실만으로도 고마우니, 이 목도리는 그냥 당신이 가지라는 뜻인 것 같았다.

지적장애인들도 타인의 따뜻한 배려를 느끼고 고마워할 줄 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들을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대하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공교롭게도 중학생의 이런 다짐을 테스트하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당시 시골의 조그마한 중학교라서, 전교생이 대부분 서로 잘 알고 지냈다.

2학년 어느 날, 김순동이라는 선배를 알게 되었다. 이 형은 집이 워낙 가난해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점심시간에 굶고 다녔다. 더구나 지적장애가 있어 친구들에게 늘 따돌림을 당했다.

어느 날 형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 도시락을 같이 나눠 먹자고 했다. 그런데 젓가락이 하나밖에 없었다. 내 젓가락을 형에게 주고, 학교 건물 뒤로 가서 나뭇가지를 꺾어 젓가락 대신 사용했다. 점심시간에 우리는 교실 복도 한쪽 구석에서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었다.

갑자기 형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따돌림당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상했으면, 이런 조그마한 일에 이토록 감동하는 걸까!

때마침 학생과장 선생님이 우리 곁을 지나가셨다. 선생님은 한동안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이윽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셨다.
당시에 필자는 교회에 다니면서 주기도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마 6:11)”.

보다시피 예수님은 오늘 “나에게”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라고 말씀하셨다. 양식이 충분한 자들은 없는 자들과 자기 양식을 나누라는 주님의 당부처럼 들렸다.

그 마음을 아버지께서 허락하시도록, 또 아버지께서 실제적으로 “우리” 양식을 채워 주시도록 기도하라는 말씀으로 들렸다. 어느 순간부터 내 것을 나누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필자는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기회가 많았다. 그분들을 이 땅에 존재케 하시는 전능자의 섭리가 늘 궁금했다. 현재도 장애인 친구들을 담당하는 사역자로서 그분의 섭리를 조금씩 깨달아갈 뿐이다. 당신의 섭리를 몸에 지니고서 비장애인들에게 행복을 깨우쳐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늘날 교회 안에는 사지가 멀쩡해도 ‘성격장애’(성품결핍)를 가진 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겉으로는 경건한 척 해도, 실상은 ‘신앙장애’(순종결핍)를 가진 자들도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

나는 과연 어떠한 상태이고, 이 글을 읽는 그대의 상태는 또한 어떠한가? 하나님이 자신의 섭리에 따라 이 땅에 보내신 장애인들을 떠올리며, 나의 신앙과 조국 교회의 영적 상태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권율 목사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부산 부곡중앙교회와 세계로병원 협력목사로 섬기면서 가족 전체가 필리핀 선교를 준비하는 중이며, 4년째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집중강의 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는 <21세기 부흥을 꿈꾸는 조나단>,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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