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이웃 북한의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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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교수의 Engagement] 한국교회와 북한 자유화 운동

교회 새롭게 한 차원 부흥·성숙하는 계기
거룩한 사랑과 긍휼과 자비 회복하는 것
목자 심정으로 북한 동포들 품고 껴안길
북한 자유화 위해 하나님의 지혜 구해야

▲대한민국, 중국, 일본과 비교해 북한 지역만 불빛이 보이지 않는 위성 사진. ⓒ비주얼 아틀라스

▲대한민국, 중국, 일본과 비교해 북한 지역만 불빛이 보이지 않는 위성 사진. ⓒ비주얼 아틀라스

지난 136년간의 한국교회사는 다양한 역사적 승리와 패배로 점철되었다.

한국교회가 한민족의 개화와 근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했다는 것은 이미 역사학계에서도 정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제 강점기 이전과 이후에 걸쳐서 근대적인 인권과 자유와 평등 사상의 도입, 근대적 교육제도의 확립, 근대적 의료제도의 확장 등과 관련해서 한국교회의 공헌은 심대했다.

일제 강점기가 종식되고 대한민국이 건국되는 과정에서도 한국교회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 정권은 기독교적인 정신에 기초해 세워졌고, 이어진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역할과 공헌은 지대했다.

요컨대 1948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 약 73년의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가 감당한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겸손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지만, 한국교회가 적어도 이점에 대해 건강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역사적 책무가 남아있다. 그것은 북한의 자유화이다. 남북의 분단상황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자유통일을 이루는 일이다.

이 거대한 역사적 소명 앞에서 한국교회는 흔들리고 있다. 더 단결되고 하나되어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주도해야 할 한국교회가 쓰러져 가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한국교회의 비극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민족사 전체의 비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여년간 한국교회가 흔들림과 쓰러짐을 경험한 근본 원인들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그 중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원인은, 강도 만난 이웃을 생각하는 사마리아인의 심정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휴전선 북녘 2천만이 넘는 동포들은 그야말로 잔인무도한 강도를 만나서, 모든 것을 빼앗긴 채 피를 흘리며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과 인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자유와 평등에 대한 요구는 그야말로 사치에 불과하다. 행복 추구권, 언론과 결사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은 그림의 떡이다.

게다가 지난 70년간 북한을 지배해온 3대 김씨 왕조 체제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적·폭압적 정권이다. 과거 세계 역사에서 출몰했던 프랑스의 절대 왕정 체제, 이탈리아 무솔리니를 중심한 전체주의 체제, 독일 히틀러를 중심한 나치즘, 러시아의 스탈린 공산 독재 체제, 중국과 캄보디아의 공산 독재 체제 등 그 어떤 정치적 체제보다도 북한의 주사파 김씨 왕조 체제는 더 악랄한 인간 살육집단이다.

역사상 최악의 정권 아래서 북한 동포들은 말할 수 없는 폭정의 희생자들이 되었고, 일부 지배 계층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북한 동포들은 절대적인 가난과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목숨을 건 탈출의 과정을 거쳐 한국이나 미국 또는 다른 제3국에 자리잡은 탈북난민들이 그 증인들이다.

그 중에서도 탈북 여성들은 최악의 인권침해를 직접 몸으로 경험하면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그들이 경험한 참혹한 실상은 필설로는 결코 표현이 안될 정도이다.

북한 동포들을 향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심정을 한국교회는 다시 회복해야 한다. 그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고 자유케 해야 할 거룩한 책임이 한국교회에 남아있다.

그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들의 육신적 필요를 위한 떡과 물을 나눠주는 동시에, 그들의 영혼을 위한 자유의 메시지와 십자가의 피 묻은 복음을 전해주어야 한다.

그 동안 한국교회가 북한의 자유화와 북한 선교를 위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지역에서 비밀스럽게 탈북민들을 돕는 사역들이 진행되었다. 심지어는 복음을 전달받은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 선교의 사역을 감당하거나 돕기도 하였다.

북한에 농장과 공장과 병원을 지어주는 인도주의적 사역이 지속되었다. 더 나아가 여전히 심각한 논쟁거리로 남아있지만, 평양과기대 창립과 유지를 위해 엄청난 재정을 한국교회가 감당해 왔고, 지금도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가? 결코 아니다. 북한을 자유화하고, 북한 동포들을 주사파 김씨 왕조 체제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은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주신 민족사적 사명이다. 한국교회는 이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지금까지 감당한 희생과 노력을 10배, 아니 100배 이상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경험하고 있는 정치경제적인 어려움과 한국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심각한 흔들림과 쓰러짐이, 다른 무엇보다도 강도 만난 이웃을 무시한 채 성급하게 승리의 축배를 들었던 한국교회의 탓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휴전선 이북의 형제와 자매들이 강도를 만나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두려움과 무관심으로 그들을 지나쳤던 제사장과 레위인의 모습이 그동안 한국교회가 보여준 모습이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근거없는 명예훼손일까? 결코 아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북한 자유화와 북한 선교를 위해 진행해 왔던 거룩한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이 필자의 의도가 아님을 기억하라. 필자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랑과 긍휼과 자비의 심정을 한국교회가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북한 동포들을 향한 사랑과 긍휼과 자비의 심정을 회복한다면, 한국교회도 반드시 주님께서 살려주시고 회복시켜 주실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그러나 만일 이 지점에서 계속적인 실패의 길을 간다면 한국교회의 흔들림과 쓰러짐은 더 심각한 상태로 전개될 것이고, 마침내는 맛잃은 소금이 되어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마 5:13)”인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다음 세대가 보이지 않는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 위기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새롭게 되고, 한 차원 더 부흥 성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물꼬를 어떻게 틀 것인가? 그 거룩한 실마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한국교회 전체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가졌던 거룩한 사랑과 긍휼과 자비를 회복하는 것이다.

거룩한 목자의 심정으로 북한의 동포들을 품고 껴안는 것이다. 그들이 자유화되고, 더 나아가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우리의 시간과 재능과 물질을 헌신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 난민들, 소위 새터민들에 대한 사랑과 긍휼과 관심을 회복하자.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자. 더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북한을 자유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자.

주님께서 반드시 함께하실 것이며, 인도하실 것이다. 이 시간 한국교회는 모세의 심정으로 돌아가 “Let my people go, 내 백성을 가게 하라(출 5:1)”고 외쳐야 한다.

북한 자유화 운동은 이 시대의 출애굽이며, 노예 해방 운동이다. 이 거룩한 민족사적 대사명 앞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 6:8)”라고 응답하는 한국교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정성욱 교수.

▲정성욱 교수.

정성욱 박사
美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저서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10시간 만에 끝내는 스피드 조직신학>, <삶 속에 적용하는 LIFE 삼위일체 신학(이상 홍성사)>,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십자가 신학과 영성>, <정성욱 교수와 존 칼빈의 대화(이상 부흥과개혁사)>, <한국교회 이렇게 변해야 산다(큐리오스북스)>, <밝고 행복한 종말론(눈출판그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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