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정신분석 ① 정신분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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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기독교와 정신분석(psychoanalysis)은 모두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정신분석은 전통기독교와는 다른 세계관과 인간관에 기초한다. 정신분석은 인간행동에 영항을 미치는 강력한 무의식과 감정의 힘을 발견함으로 새로운 인간관을 제시하였고, 인간 이성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된다.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 –1939)의 정신분석이 처음 세상에 등장하였을 때 기독교는 이에 대해 반기독교적이라고 의심하며 적대적이기까지 하였다. 프로이트가 무신론자였을 뿐 아니라 그가 하나님을 “소아의 아버지에 대한 환상을 투사한 이미지”라고 했다는 점, 그리고
순진한 어린 아이들에게 성욕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기독교는 그를 악마적이라 비난하였다.
그러나 프로이트 당시 정신분석을 따르는 기독교 목사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루터교 목사였던 오스카 피스터(Oskar Pfister,1873~1956)는 정신분석을 기독교와 통합하려 했던 일반인 정신분석가였다. 그는 스위스 루터교 목사로서 일반인 정신분석가이다. 그는 취리히 대학과 바젤 대학에서 신학, 철학, 심리학을 공부했고, 목사가 되어 취리히 근교에서 사역하였다. 그는 1909년부터 프로이트가 사망한 1939년에 이르기까지 프로이트와 교류하며 정신분석을 공부하였다. 그는 1919년 스위스 정신분석학회를 창설하였다. 그는 프로이트를 옹호하며 정신분석 이론(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거세공포, 유아성욕론 등)을 신학과 교육학에 적용하였다.

2. 정신분석이란

정신분석은 애초 노이로제(히스테리)를 위한 치료법으로 개발되었으며, 이제 역동정신치료로 진화하여 널리 정신장애 치료에 응용된다. 이제 정신분석은 인간행동에 대한 이론인 동시에, 연구방법이기도 하다.

정신분석 이론은 인간 마음에 대한 하나의 가설로서 기본적으로, 마음을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하고(마음의 구조적 이론), 자아, 초자아,이드로 설명하고(마음의 지형적 이론), 인격은 어린 아이로부터 어른으로 성숙 발달하고(정신성발달이론), 현재 행동의 기원이 과거에 있다고 보고(정신결정론), 과거와 무의식(이드와 과거) 및 사회의 자극으로부터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한 자신을 방어하고자 (마음의 경제적 이론) 한다고 본다. 정신분석의 가장 유명한 공헌은 무의식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무의식에는 의식적 마음이 용납할 수 없는, 성욕(리비도)과 공격적 충동과 감정 및 기억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인간 행동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우리는 무의식을 기본적으로 알 수 없으나, 그 파생물,즉 꿈, 실수로 하는 언동, 그리고 정신과적 증상 등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이론은 정신결정론(psychic determinism)이다. 이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이후 성인의 건강한 또는 병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나이별로 구분하여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재기, 사춘기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쾌락을 경험하는 방식과 그것이 성인의 행동이나 정신장애(노이로제)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화하였다.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에서의 쾌락추구를 소아성욕론이라 한다.

정통정신분석은 주로 성욕(리비도)과 공격성(타나토스)의 본능이론,정신성 발달(psychosexual development), 갈등과 불안이론 등을 강조한다. 또한 무의식의 충동은 방어기제를 통해 조정되어 사회적 적응행동으로 표현된다는 것, 인격의 발달 수준에 따라 선택되는 방어기제의 성숙도가 다르다는 것, 스트레스 상황에서 미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수준(소아수준)으로 퇴행하게 되면, 정신장애가 나타난다는 것 등을 말한다. 치료에서도 철저한 자유연상과 꿈 분석을 강조한다. 따라서 무의식과 과거를 깨닫게 함(통찰)으로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노이로제에서 해방된다고 본다. 그 과거란 주로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와 그에 관련된 부정적 감정으로 무의식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 무의식과 과거의 진실을 알게 하는 기법은 “대화”이다. 즉 대화로 하는 치료(talk therapy)이다. 구체적 방법은 자유연
상(free association), 꿈의 해석, 전이와 저항의 해석이다. 자유연상(free association)이란 환자가 편안한 가운데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억제하지 않고 모두 진술하는 것이다. 꿈의 해석도 기억하는 꿈 내용에 대해 자유연상에 기초하며, 꿈에 나타난 상징들을 해석한다. 또한 치료적 대화 중에 발생하는 전이(transference-환자가 분석가를 과거의 중요한 인물처럼 생각하게 됨으로 무의식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방해된다)와 저항(resistance-무의식을 밝히는 것에 저항하는 것으로,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거나 침묵하거나 치료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 등)을 해석(interpretation)하는 것이다. 이로서 환자는 자신의 무의식을 통찰(insight)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성으로 내면(무의식)의 진실을 통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정통 정신분석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으며, 힘든 과정이어서, 끝내 분석이 성공하려면 피분석자가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프로이트 이후 여러 제자들에 의해 여러 형태의 정신분석이 분화,발전하였다. 학파에 따라 강조점은 조금씩 다르다. 그 중에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와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이 중요한 선구자 중에 속한다. 아들러는 성(sex)이 아니라 열등의식이 인간행동과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핵심요소라는 것과, 열등감 또는 무력감과 이를 보상 또는 극복하려는 “권력에의 의지”(will to power) 등의 이론을 제시하면서, 프로이트와 결별하였다. 그는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을 창설하였다. 매우 실제적이어서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융 분석은 성욕으로서의 리비도 개념을 삶의 에너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확대하였다. 무의식도 개인 무의식과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으로 구분하였다. 융 정신분석은, 프로이트와 달리, 무의식에 이미 자기(the Self)라는 원형(archetype)이 있어 이를 발견하는 것을 치료목표로 삼았다. 즉 무의식을 발견하여 이를 의식과 통합하여 하나의 전체가 되는 것을 소위 자기실현(self-realization)이라 하였다. 융은 이 과정을 모든 종교적 구원의 과정과 공통적이라 하였다. 그러나 융정신분석이 기독교적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도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정신분석의 분파들이 있다. 성욕보다 환경과 문화의 영향을 강조하는 분파도 있고, 대인관계에 초점을 두는 분파도 있고, 무의식보다 자아를 강조하는 분파도 있고, 인간실존을 강조하는 분파도 있다.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소아정신분석도 있는데, 대화보다 주로 놀이(play)의 기법을 사용한다.

에릭 에릭슨(Erik Erikson, 1902-1994)은 정신성발달단계에 기초하여 사회적 발달과 정체성에 대해 연구하였다. 에릭슨은 이러한 기본적 모자 관계가 만족스러우면 이후 모든 인간관계에서 기본적 신뢰(basic trust)라는 덕목을 획득하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면 성장한 후 모든 인간 관계에서 기본적 불신(basic mistrust)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기본적 불신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 아버지의 아들이 인간 개인에 대한 사랑으로 대신 죽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알렉산더(F. Alexander)는 통찰을 통한 변화보다 치료자-환자의 관계를 통해 교정적인 감정을 경험(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함으로써 감정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어릴 때 환자의 부모가 너무 엄하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면, 치료자가
그와 반대로 따뜻하며 융통성 있는 비권위적 태도 그리고 때에 따라 단호하고 한계를 짓는 태도를 보인다면 환자는 이러한 새로운 부모상에 적응하고 치료자를 자신과 동일시하게 된다. 이를 치료적 닮기(therapeutic modeling)라고도 한다.

이 모든 학파들은 모두 이후 정신의학뿐 아니라 정신치료, 상담,교육 나아가 사회학, 종교 등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1) 역동이론

정신분석 이론에 근거한 현대 정신의학을 역동정신의학(dynamic psychiatry)이라 한다. 쉽게 말하면 심리학적 정신의학인데, 뇌과학에 근거한 생물학적 정신의학(신경정신의학)에 대비된다. 역동정신의학에서 의 정신치료(psychotherapy)는 정통 정신분석과 기타 발전한 정신분석
의 분파들의 이론을 포괄적으로 종합하여 환자에게 가능한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통찰을 얻게 하려 한다. 통찰 능력이 부족하거나 통찰이 오히려 위협이 되는 사람에게는 지지적 정신치료(supportive psychotherapy)를 통해 환자를 분석해 주기보다 지지해주고 기존의 방어기제 중 건강한 부분을 강화해 준다(지지적이라 하더라도 치료는 정신분석적 이해에 근거한다).

(2) 가장 최근의 발달은 정신화 기법이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정신화(精神化 mentalizing)는 포나기(Peter Fonagy, 1952~ )가 말하는 기법으로, 암묵적으로 또는 표현적으로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지각하고 해석하여, 내적 정신강태(욕구, 동기, 느낌, 신념 등)와 연결, 통합하는 인간의 자연스런 능력을 말한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공감, 사회적 지능, 감정지능, 등이 있다. 이는 정통 정신분석과 정신분석가 John Bowlby의 애착이론, 그리고 인지이론도 다소 포함한 이론으로 어떤 종류의 정신치료를 하든 간에 정신병리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유용한 이론이다(반면 “마음챙김”으로 번역되고 있는 mindfulness라는 개념은 자타의 “현재”의 정신 상태에 주의를 준다는 의미이다. 정신화는 자서전적 이야기 (narrative)에 기반 한다는 점에서 마음챙김과 다르다). 정신화 능력은 아기엄마간의 애착(attachment)에서 발달한다. (계속)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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