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보고서 ③: 공정한 공개 재판 받을 권리 없어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미국 국무부가 작성한 2019년도 ‘국가별 인권보고서’의 북한편이 통일부‧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해 최근에야 공개됐다. 본지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침해 실상이 담긴 해당 보고서 원문을 주제별로 공개한다.

재판을 거치지 않고 정치범 수용소로 이송
수감자 가족 석방 청원도 국가 반역죄로 간주
정치범 수용소 수감 국가안전보위성 단독 결정
국제법 규정의 절차와 공정한 재판 보장 안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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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자의적 체포 또는 구금

북한법은 자의적 체포와 구금을 금지하고 있으나 탈북자, 언론 및 비정부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금지 조항을 준수하지 않았다.

체포 절차 및 피구금자 처우

북한법은 기소 및 재판 기간 동안 구금을 제한하고 영장에 따른 체포를 규정하고 자백강요를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항이 적용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위기관원들은 정치적 범죄의 혐의가 있는 주민들을 체포하여 재판을 거치지 않고 정치범 수용소로 이송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한 비정부기구에 의하면, 인민보안성은 검찰의 승인 없이 형사사건을 직접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검찰의 부패 때문이라고 한다.

한 비정부기구는 법적으로 조사관들이 조사를 목적으로 최대 2개월간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위원회는 국가안전보위성이나 인민보안성 조직이 용의자들을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심문했다고 보고했다. 재판이 있을 때까지 보석 또는 석방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민을 정부가 마음대로 구금, 수감하거나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시키는 데 대한 제약은 없다. 피구금자의 가족 또는 관련인들은 사실상 피구금자에게 적용된 혐의 및 형량에 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한다. 탈북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피구금자의 체포, 구금, 형량에 대해 가족들은 통보받지 못하며, 구속적부심 혹은 항소 제도는 법률상으로나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2015년에 자의적 구금에 관한 유엔 실무그룹에서 채택한 의견서에 따르면, 정치적 죄목으로 수감된 피구금자의 가족은 피구금자의 석방을 청원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는데 이는 정부가 이같은 정치범 옹호 행위를 국가 반역죄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며 가족의 구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구금자 변호인 접근에 관한 정보는 구할 수 없었다.

자의적 체포: 자의적 체포가 이루어졌다고 보고된다. 2019 유엔사무총장 북한인권보고서에서는 자의적 체포가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피구금자가 법원에 구금의 적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능력: 탈북자들에 의하면 개인이 법원에 구금의 적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E. 공정한 공개 재판 받을 권리 없음

북한 헌법에 의하면 법원은 독립적이며 법에 엄격히 의거하여 사법절차를 수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독립된 사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2019년 통일연구원 백서에 의하면, 수사 혹은 예비 심문 단계와 구금 시설에서,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판∙검사 뇌물 수수와 부패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다.

재판 절차

공식적인 형사소송절차 및 관행에 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며, 사법제도에 대한 외부인 접근은 교통법규 위반 및 기타 경범죄 사건을 다루는 재판에 국한되었다.

북한 헌법은 세부적인 사법절차상의 보호장치를 명시하고 있다. 즉 법률에서 규정하는 일부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 모든 재판은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에 의하면 피고인에게는 변호권이 주어지는데, 실제 재판이 열렸을 때 정부는 국선변호인을 배정했다고 한다. 일부 보고서는 정치범과 비정치범의 구분에 주목하고 있으며, 정부가 비정치범에 국한하여 재판과 국선변호인을 제공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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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보위성이 모든 정치적 사건에서 “사전심리”나 예비 심문을 수행하지만 재판은 법원에 의해 이뤄진다고 한다. 일부 탈북자들은 국가안전보위성도 재판을 수행한다고 증언했다. 2018년도 통일연구원 백서는 일부 탈북자 증언을 인용하여 정치범 수용소 수감 여부는 재판에 상관없이 국가안전보위성에 의해 단독으로 결정된다고 밝혔다. 정부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변호인이 존재한다는 징후도, 당국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른다는 징후도 없었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대다수의 수감자들은 재판 없이 혹은 국제법에 규정된 절차와 공정한 재판 보장을 준수하지 않는 재판에 근거하여 투옥되었기 때문에 자의적인 구금의 희생자들이다.”

정치범과 피구금자

정치범과 피구금자 전체 숫자는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2018년 통일연구원 백서에 따르면 8만명에서 12만명이 관리소에 수감되어 있다. 비정부기구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치범들은 기타 재소자 및 피구금자들 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받고 보호는 덜 받았다. 북한 정부는 체제 비판자를 정치범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과거 보고에 따르면 한국으로의 탈북 시도나 한국으로 탈북한 가족 구성원과의 접촉, 김일성 또는 김정일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깔고 앉거나 김일성의 낮은 학력을 언급하는 행위, 혹은 김일성 부자의 사진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정치적 범죄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일반’ 재소자들은 사실 “국제법과 양립될 수 있는 실체적 이유 없이 구금된” 정치범들이었다.

해외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동기의 보복행위

북한이 정치적 목적으로 다른 국가에 탈북자를 송환하도록 압박을 행사한 신뢰할 만한 여러 보고가 있었다. 유엔 사무총장에 따르면 여러 유엔 회원국 및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이 고문을 비롯한 인권 침해를 당할 상당한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였다.

민사 절차 및 구제 제도

북한 헌법은 “공민은 신소와 청원을 할 수 있다. 국가는 신소와 청원을 법이 정한데 따라 공정하게 심의 처리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소와 청원에 관한 법에 따라 국민은 권익의 침해를 중지시키기 위한 신소를 제기하고 권익 침해로 인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각종 보고들은 정부 관리들이 이러한 권리들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국가 행정에 관한 익명의 청원이나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 인민보안성이나 국가안전보위성은 작성자 신원 파악에 들어가며 이들은 조사 및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개인과 기관은 국내의 불리한 결정을 지역 인권 단체들에게 호소할 능력이 없다.

F. 사생활, 가정, 주거, 통신에 대한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

북한 헌법은 인신과 주거의 불가침 및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엄격히 통제한다. 북한인권위원회의 12월 보고서 ‘디지털 참호: 북한의 정보 반격’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이웃 감시대’ 라고 할 수 있는 인민반이라는 방대한, 다층적 정보원 망을 이용해 비판론자나 정치범을 찾아내고 있다. 당국은 때때로 사법부 허가 없이 가택수색을 하며 주민공동체 전체에 보안 검열을 했다.
북한 정부는 서신과 전화 통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기타 디지털 통신 내역을 감시하는 것으로 보였다. 민간 전화회선은 국제전화의 송수신이 불가능한 시스템 상에서 작동했고, 국제 전화회선은 제한적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이 가능하였다.

국가안전보위성은 휴대폰 사용 및 전자 미디어 접속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 당국은 중국 전화망을 통한 국제전화 사용을 차단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에서 자주 휴대폰 신호를 방해하였다. 중국 유심카드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적발된 이들을 체포하여 벌금을 물리거나 간첩혐의 또는 기타 범죄혐의를 씌우고 장기 수감을 포함하여 혹독한 처벌을 받게 하였다. 국가안전보위성 및 기타 정부 기관은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주민을 감시하고 체포권을 유지하고 특수 목적의 비군사적 수사를 진행하였다.

북한 정부는 주민을 엄격한 충성도에 따른 계층, 즉 성분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용, 고등교육, 거주지, 의료시설, 특정 상점, 결혼상대, 식량배급에 대한 접근권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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