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슈퍼태풍… 기후 재앙과 빌 게이츠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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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칼럼] 기후 위기, 다음 세대 아닌 오늘의 이야기

▲ⓒ빌 게이츠 공식사이트 캡처

▲ⓒ빌 게이츠 공식사이트 캡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273만 명이라는 사망자를 내고 전 세계 1억 2,342만 명(2021년 3월 25일 기준)을 감염시켰다.

미래학자들은 전염병은 코로나가 끝이 아니며, 앞으로도 코로나와 같은 변종이 계속 생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 지구 환경의 변화, 즉 기후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여러 재난 가운데서 지구의 창조 환경을 복원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문제에 굉장한 관심을 쏟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1955-)도 1995년 ‘미래로 가는 길’을,1999년 ‘생각의 속도’에 이어 금년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원저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김영사)’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앞선 두 권이 모두 IT, 디지털, 정보통신 혁명 등의 미래를 예견한 책이라면, 이번에는 ‘기후’문제다.

저자가 다른 사람이 아닌 빌 게이츠라는 것, 그 책 제목이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니, 빌 게이츠는 도대체 왜 기후변화를 말하기로 했을까? 빌 게이츠가 왜 이렇게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관심 집중! 전 세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빌 게이츠는 책에서 20년 전 소프트웨어(software)를 본업으로 했던 그가 부인과 함께 2000년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고 저개발국을 여행하며 에너지 빈부 격차를 해결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로부터 풀어간다.

“기후변화에 대해 알아야 할 두 가지 숫자가 있는데, 첫번째는 510이고, 다른 하나는 0(제로)”라고 설명한다. 510억톤(t)은 전 세계가 매년 대기권에 추가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다. 0(제로)는 지구온난화를 막고,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인류가 목표로 해야 하는 숫자다. ‘넷-제로(Net-zero)’라 부른다.

그는 말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기술이 청정에너지 기술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이토록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 그에 따르면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야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510억이 0이 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빌 게이츠는 어렵지만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는 ‘탄소 제로(carbon zero)’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년 배출하는 510억톤의 온실가스. 사실 그 양이 도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양인지 가늠조차 안 된다.

그는 온실가스를 제때 줄이지 못한다면 지구 전체에 대규모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기후 재앙으로 코로나 사망자의 5배의 인구가 숨질 것으로 예측하며, 그 해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용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게이츠는 ‘탄소 제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린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로, 온실 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친환경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드는 추가적인 비용을 의미한다.

빌 게이츠는 더러운 에너지를 깨끗한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드는 비용, 즉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깨끗한 에너지 기술이 정부의 정책이 되고 시장에서 활성화된다면 그린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질 것이고, 결국엔 그린 프리미엄이 낮아져서 탄소 감축이 아닌 탄소 배출 제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럼 그린 프리미엄을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 510억톤의 이산화탄소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31%를 차지한 제조 분야이다. 다음은 전기 생산(27%), 동물 사육과 농업 재배(19%), 교통과 운송(19%), 냉난방(7%) 순이다.

이 중에서 어느 부분을 먼저 바꿔야 그린 프리미엄을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전기차만으로는 안 된다. 철강, 시멘트, 육류 등의 탄소 제거가 시급하다.

책에서 “여러 수단들이 여전히 탄소 제로의 목표 중 일부만 달성하게 되므로, 나머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출시해야 한다”며, 가장 적극적인 해법으로 기술 혁신을 들고 있다. 기술 혁신은 삶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대기 오염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란다.

또 하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이미 보유한 수단들을 더 빨리, 그리고 현명하게 사용할 것을 제시한다. 그 중 가장 비용이 싸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원자력 발전에 대한 그의 견해다. 인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방문했을 때, “왜 이렇게 어둡지? 조명은 어디에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빈곤의 본질 중 하나는 전기의 부족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사무실, 공장, 콜센터 등에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조명과 백신을 24시간 냉장고에 냉각시킬 수 있는 믿을 만 하고 저렴한 전기는 어디에 있는가”하고 묻는다. 그러면서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과 발을 맞추지 못하는 (에너지) 정책의 대표적인 예는 원자력 산업이다. 원자력은 거의 모든 곳에서, 매일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탄소 에너지원이다.

새로 개발하는 원자로는 더 안전하고 더 저렴하다. 하지만 올바른 정책이 부재하고 적절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이런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과학은 무용지물이다.”

원자력은 매일 24시간 사용 가능한 유일한 무탄소 에너지원이라고 한다. 그가 제시하는 깨끗한 에너지 기술인 풍력, 지열, 태양열, 배터리, 바이오 연료, 탄소포집 등에 대한 기술 혁신과 정부 지원, 민간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후 선진국들은 탄소 제로 실천을 위해 화석연료를 친환경 대체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에 주력해왔다. 탄소배출 7위 국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한국은 탈원전 기조하에 재생에너지에 집중해 왔지만, 사실 ‘기후 악당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탄소 배출 측면에서 효율성이 가장 높은 것은 원자력 발전이다. 무분별하게 태양광 발전을 보조하는 것이 혁신의 전부가 아니다. 태양광 설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그로 인한 간접적인 건강 위험까지 없애는 노력이 진정한 혁신이다. 또 작은 위험 때문에 원전을 포기하기보다, 원전 위험 제로 기술에 도전하는 것이 혁신이다.

빌 게이츠는 책의 마무리에서 기술 변화와 혁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삶의 방식에 많은 변화가 찾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기에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한 목소리로 기후변화 정책을 요구할 때, 정치인들은 움직인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부는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기업 활동을 자극하고 시장을 유인해야 할 것이다.

종말이 오고 있는 건가.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미래가 불타고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SOS(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회복을 위한 ‘회복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미국 지구물리학보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여름은 길어지고 더 더워지며 겨울은 짧아지고 더 추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2100년이면 1년 365일 중 절반인 174일이 여름이고, 가을은 57일, 겨울은 27일로 한 달도 채 안되는 것으로 예측했다.

프랑스는 최근 헌법 1조 “기후변화에 맞서 싸운다”를 통과시키고, “공화국은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전을 보장하고, 기후 변화와 맞서 싸워야 한다”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렇게 지구 온난화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100여국, 400여 개의 도시에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Joe Biden, 1942-)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가 탈퇴했던 파리 협정에 재가입했고, 각 나라와 연구소들마다 풍력발전소, 저탄소 제트 연료 등 복잡한 계산을 통해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는 가운데, 탄소 포집 기술 개발하는 팀에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1971-)가 1억 달러를 상금을 주겠다는 기사도 보았다.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주입하고 봉인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물질로 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울시도 그린 뉴딜(Green New Deal)로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도시로 만들려는 플랜(plan)을 계획하고 있다.

기후 재앙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도 가장 큰 문제이나, 제대로 방향을 못 잡고 실현 가능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대중도 물질적 욕구가 우선되다 보니 환경은 아직 관심 대상에서 제외되는 측면이 크다. 적절하게 제어할 수단도 부족하니, 기업에겐 그저 환경과 관련된 비용 지출은 세금 걷는 명목 정도로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사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이라기보다 당장 살아가는 이번 세대의 이야기라고 이해되어야 한다. 그나마 돈이 개입되니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비용을 가장 적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요즘 기업들도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경영을 확대하고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을 만들 때 에너지 소비효율 1-5등급으로 나눠서 생산할 것이 아니라 1등급만 만드는 식으로 바꾸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물론 현재도 1등급을 구매하는 이들에게는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모든 전자제품을 1등급으로 만든다면 빌 게이츠가 말했듯 그린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것 아닐까?

우리 삶이 더욱 변화해야 한다. 숨 막히는 미세먼지부터 가뭄과 폭염, 슈퍼태풍, 식량 폭동과 테러, 대규모 환경 난민 발생까지. 코앞에 닥친 기후 위기의 현실 앞에서 그리고 대안은 찾고 그런 노력을 할 순 없을까.

창틀에 정원을 만들고,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탄소 금식’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탄소 제로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회다. 탄소 문명을 청정에너지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 세계인의 공동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먼 훗날의 기후재앙에 미리 대처하려면….

▲빌 게이츠 저서와 이효상 원장.

▲빌 게이츠 저서와 이효상 원장.

이효상 원장
시인, 칼럼니스트
근대문화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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