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위해 적금 깬 성도… 왕성교회 따뜻한 기적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십시일반 1억 모아 미자립교회들 위해 전달

▲서울 신림동 왕성교회가 6일 성도들과 함께 모은 1억원을 관악구 내 미자립교회 62곳에 전달했다.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좋은땅교회 김한식 목사, 관악구교구협의회 회장 박선원 목사, 길요나 목사, 사무총장 윤창규 목사. ⓒ송경호 기자
▲서울 신림동 왕성교회가 6일 성도들과 함께 모은 1억원을 관악구 내 미자립교회 62곳에 전달했다.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좋은땅교회 김한식 목사, 관악구교구협의회 회장 박선원 목사, 길요나 목사, 사무총장 윤창규 목사. ⓒ송경호 기자

한 성도가 오랫동안 모아온 적금을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웃 교회를 위해 내어놓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이 지역사회를 위해 고민하던 목회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에 그는 용기를 내어 성도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감동이 물결처럼 퍼졌고, 순식간에 1억이 모였다. 이는 지역의 어려운 목회자들에게 커다란 부활절 선물이 되었다.

6일 ‘따뜻한 교인들의 나눔, 사랑의 기부금 전달식’을 진행한 서울 신림동 왕성교회(길요나 목사) 이야기다.

이날 왕성교회는 교인들과 함께 모은 코로나19 극복 지원금 1억 원을 관악구교구협의회(회장 박선원 목사, 사무총장 윤창규 목사)의 협조로 선발한 구내 미자립 교회 62곳에 전달했다. 지원금은 각 교회 재정 상태에 따라 100~200만원씩 차등 지원된다.

왕성교회의 코로나 대규모 지원은, 지난해 2월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이 거셀 즈음 대구지역 30개 교회에 100만원 씩 지원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지원금은 길요나 목사를 중심으로 왕성교회 교인들이 지난 3주간 자발적으로 모아 마련했다.

길 목사는 지난해 이미 성도들과 한 차례 힘을 쏟아낸 터라 재차 모금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 특성상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로 성도들의 생활고가 가중됐고, 교회 역시 재정 상황이 점점 악화되었다.

자녀 위한 적금, “어려운 교회 돕겠다”며 결단
길요나 목사 “지역교회와 함께 나아가겠다”

길 목사는 “코로나가 2년째로 접어들며 어떻게 지역을 섬길 수 있을까 마음에 부담이 있었지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기도만 하고 있었다”며 “한 성도님께서 자녀를 위해 들었던 적금이 만기가 되었는데, 기도하다 하나님께서 코로나로 어려워진 지역교회를 도우라는 마음의 부담을 주셨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 성도의 말이 길 목사를 결단케 했고, 성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며 왕성교회가 속한 관악구 지역의 어려운 교회들을 지원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길 목사는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성도님들께 많은 감동을 주셨다. 애초에 지난해와 같이 3천만원을 상한선으로 생각했는데, 3주 만에 1억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기뻤고, 한편으론 그간 목사의 믿음이 부족했고, 지역을 품고 더 열심히 기도하지 못했다는 회개가 밀려왔다”며 “지원받는 교회들이 작게나마 도움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길요나 목사는 “하나님께서 ‘너희가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뻗으라’는 거룩한 부담을 주셨다. 믿음으로 호응해준 성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길요나 목사는 “하나님께서 ‘너희가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뻗으라’는 거룩한 부담을 주셨다. 믿음으로 호응해준 성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감동적 사연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한 성도는 어려워진 상황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에서 나오며 받은 실업급여를 내어놓았고, 또 한 성도는 남편을 여의고 홀로 학습지 교사를 하며 추운 겨울을 승용차도 없이 보내느라 고생하며 모은 돈을 내어놓기도 했다.

길 목사는 “하나님께서 ‘너희가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뻗으라’는 거룩한 부담을 성도들에게 주셨다. 믿음으로 호응해준 성도들에게 감사하다”며 “한편으로 힘들어하는 교회들을 보며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공생해야 교회 생태계가 산다”며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지역교회와 함께 지역 성시화를 위해 기도하며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관악구교구협의회 회장 박선원 목사는 “부활절을 마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 주를 시작하게 되어 감동과 은혜를 받았다”며 “점점 개교회주의가 만연되는 시대에 왕성교회 성도들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사무총장 윤창규 목사는 “많은 개척교회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 월세조차 내기 힘들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목회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으신 분들께, 왕성교회의 지원금이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지원 혜택을 받은 좋은땅교회 김한식 목사는 “저 역시 어려움을 겪는 작은교회 목회자 중 한 사람으로, 왕성교회가 큰 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개교회 중심의 한국교회 상황에서 왕성교회가 교회의 통일성, 보편성을 이루는 데 모범을 보여 주셨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사역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왕성교회는 이번에 관악구 목회자 자녀 6명(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매년 사랑의 쌀, 사랑의 김치, 사랑의 라면 등 지역 구민들을 위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더불어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이웃을 계속해서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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