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영혼과 육신을 도왔을 때, 나에게 일어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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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8)] 이웃을 섬기는 강렬한 행복감

▲ⓒImage by Sasin Tipchai from Pixabay

▲ⓒImage by Sasin Tipchai from Pixabay

인간이 느끼는 행복 중에 이웃을 섬기는 행복이 있다.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내어 주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강렬한 행복감을 느낀다.

예전에 ‘적십자 봉사회’ 활동가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크리스천이 아니었는데도, 시간만 나면 구호물품을 챙겨 어려운 이웃들을 방문한다. 대화를 해 보면 그 일 자체를 정말로 기뻐하며 행복해한다. 자기 실속만 챙기는 크리스천들(?)과 어찌나 비교가 되던지.

필자도 남을 섬기는 행복을 느낀 적이 있다. 본성이 착해서 그런 건 아니고 전능자의 섭리로, 또 그분의 강권하심 때문에 그런 행복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어릴 적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나의 시간과 물질로 남을 섬기는 건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어떤 중학생이 점심시간마다 찾아와 돈을 좀 달라고 했다. 거의 매일 찾아와 형들에게 돈을 요구했다. 어느 날 이 녀석을 붙들어 놓고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저희 집엔 저 혼자밖에 없어요. 아빠는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지금 엄마는 새엄마인데 얼마 전에 집 나갔어요. 형하고 누나는 벌써 가출해서 집에 거의 안 들어와요.”

병창이의 말을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 굶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까지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후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보다 훨씬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마침내 결심했다. 병창이를 친동생처럼 섬기고 사랑하기로!

다음 날부터 점심시간만 되면 병창이를 찾아가 1,000원씩 주었다. 당시 이 돈이면, 학교 매점에서 우동 한 그릇 사 먹고도 200원이 남는 돈이다.

그리고 성경 말씀을 매일 들려주었다. 물질은 쓰고 나면 없어지지만, 생명의 말씀은 언젠가 자라나서 천국의 열매를 거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날이 갈수록 ‘재정 압박’을 받게 되었다. 부모님 몰래 병창이를 돕고 있어서, 매일 1,000원씩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물론 용돈을 최대한 아껴 기쁜 마음으로 이 아이를 돕고 있었다.

그러다 몇 달이 지났다. 어느 날 수중(手中)에는 집에 갈 때 써야 할 차비 1,000원만 남았다. 점심시간에 병창이를 만나 오늘은 돈이 없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점심 값을 애타게 기다리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차마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병창아, 오늘도 형이 점… 점심 값으로 1,000원 준비했다. 얼른 받으렴.”

“율이형, 부담되시면 이제 안 주셔도 돼요.”

“부담되기는. 난 병창이 같은 동… 동생이 있어서 정말 기뻐. 밥 먹기 전에 오… 오늘도 형한테 성경 말씀 들어야지?”

사실은 심히 부담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방과 후에 친한 친구에게 차비를 빌렸다. 걸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내… 내일부터 저 어떻게 하지요? 제 딴에는 구제사역 한답시고 일을 저… 저지른 건데, 이제 더 이상 돈이 없습니다. 앞으로 병… 병창이 그만 만날까요?’

깊은 고뇌에 잠긴 채,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낯선 아저씨가 다짜고짜 나를 붙들어 세우더니 말을 건넸다.

“학생, 혹시 차비 있어? 없으면 내가 끊어놓은 차표 학생이 가져.”

“네? 갑자기 이… 이걸 왜 저한테….”

“난 필요 없으니까 아무튼 학생이 가지게나.”

아저씨는 이 말만 하고 불현듯 사라졌다. 나는 심히 당황스럽고 화들짝 놀랐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하다가, 마침내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 도착 시간이 남아서 대합실에 앉아 성경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여자 분이 다가왔다. 신기하게도 아까 그 아저씨와 거의 똑같은 말을 건넸다.

“학생, 혹시 차비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니니? 없으면 내가 차비 줄까?”

“네? 원… 원래는 없었는데, 조금 전에 오… 오다가 우연히 생겼는데요. 아… 아무튼 감사합니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두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혹시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들’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그 시간에 내가 차비가 없다는 걸 알고 마주치게 되었을까. 그것도 연거푸 두 번씩이나.

확신하건대, 하늘의 전능자가 어린 학생의 ‘구제사역’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계셨다. 남을 섬기는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시려는 당신의 섭리였다.

그때부터 나는 주변을 살피며 섬김이 필요한 대상을 찾곤 했다. 단순히 말씀에 따른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그들을 섬길 때 나도 정말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정한 행복은 자기애적 사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데 있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사시며 죄인들을 섬기셨을 때 그 마음이 어떠했을지 이제 짐작이 간다.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권율 목사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부산 부곡중앙교회와 세계로병원 협력목사로 섬기면서 가족 전체가 필리핀 선교를 준비하는 중이며, 4년째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집중강의 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는 <21세기 부흥을 꿈꾸는 조나단>,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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