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10] 중세 의학과 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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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초대교회 이후 남녀가 다 같이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영적으로 동등하다는 것, 그리고 섹스는 절제하여야 한다는 기독교적 교훈은 끊임없이 다양한 형태로 도전받아 왔다. 중세동안에는 남성 우월주의가 지배적이 되었고, 반면 여성에 대해서는 성욕과 열정이 없는 존재로 치부하거나, 남자를 유혹하는 존재 또는 유혹에 약한 존재로 보았다. 그래서 여성의 성을 불신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억압하려 하였다. 그 결과, 무리하게 여성을 자주 마녀로 투사하거나 정조대로 가두려 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중세의 의학은 다소 객관적이었다.

중세시대의 의학은 거의 갈렌(Claudius Galenus 129~199?)의 의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로마의 마커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시의였다. 갈렌의 의학은 고대 로마 뿐 아니라 이후 중세 기독교시대, 르네상스 그리고 종교개혁시대까지 지배적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중세 동안 그리스시대 이래의 약초들이 계속적으로 사용되었다. 현재 시각에서 보면 중세의학은 상당 부분 미신-주술적이었다.

성에 관련하여, 갈렌 의학은 거의 전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었다. 갈렌은 남녀의 신체의 구성요소들은 근본적으로는 같으나, 그 “완전성”에서 다르다고 하였다. 이를 ”one sex“ 모델이라 한다. (현대인은 남녀가 다르다는 점에서 ”two sex“ 모델을 따른다) 갈렌에 의하면 인간은 가장 완전한 존재이며, 따라서 가장 뜨거운 존재이다. 이를 갈렌의 "생명의 열“(vital heat) 이론이라 한다. 그는 인체 특정 부위에서 나오는 "생명의 열“’이 양적으로 남녀 간에 다르다고 하였다. 그는 남자에게 생명의 열이 많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보다 더 완전한 존재라고 하였다. 남녀의 성기들도 근본적으로 같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단지 그 위치에서 남자는 열이 많아 성기가 몸 밖에 있고, 반면 여자는 몸이 차가와 성기를 안에 두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런 남성 위주의 "one-sex" 이론 때문에, 17세기까지 해부학 책에 여성의 성기 구조, 즉 질, 음순, 음핵 등에 해당하는 용어가 없었다. 당연히 이 시대의 의학적 교과서들과 문헌들은 전적으로 남자들에 의해 남자들을 위해 기술되고 가르쳐 졌다.

갈렌의 의학은 일반 사회에서 남성의 우월성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하였다. 당시 사회에서는 남자들은 자유인(free man)으로 대접받았지만, 여자들은 아내 또는 소유물로서 통제되고 지도를 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이런 견해는, 남자(man)를 인간(men)을 대표하는 표준적(canonical) 존재로 보는 시각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

성에 있어서는 생식이 우선시되었다. 갈렌의 “one sex” 모델은 생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 한다: 상호 절정의 지경까지 남녀 성기를 마찰함으로서 일어나는 열(heat)과 그에 동반되는 쾌감의 놀라운 결합으로부터 태아가 생겨난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성교에서, 성적 쾌락, 흥분, 및 오르가즘의 절정은 열을 생산하는데, 남자에서 열은 위로 올라가서 혈액이 정액(씨)으로 변환하고 오르가즘 때 사정된다. 여자도 동시에 자신이 스스로 생산한 씨를 사정하기 위해서는 절정의 성적 쾌락이 필요하다. 이처럼 열이, 남녀의 두 가지 씨가 섞이고 합쳐져서 새 물질과 새 생명을 생산하는데 긴요하다. 이를 갈렌의 two seed model이라 한다. 나아가 그는 생식을 위해서는 여자에게도 성적 쾌락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갈렌은 사정을 경기와 같다고 보고, 너무 자주 사정하면 남자 몸이 여자처럼 보이게 된다고 경고하였다. 여자가 성적 쾌락을 높이기 위해서는 합창과 춤추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도 하였다. 그리고 또한 남녀 모두 성교 전에 감정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고 하였다.

중세 후기에 이르면 여성의 성적 쾌락에 보다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 역시 표면적으로는 생식을 위함이었다. 15-17세기 동안 의사들과 산파들이 만든 임신하기 위한 지침서에 어떻게 하면 여성의 성적 흥분과 쾌락을 유도하는가 하는 방법들이 기술되어 있다. 예를 들면 1636년 John Sadler는 조언하기를, 임신을 확실히 하기 위해 여자의 비밀스런 곳과 유두를 자극하여 여자가 성욕이 일어 불이 붙게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야만 자궁이 자신의 씨를 분출하고, 남자의 씨를 받아들여 거기서 섞으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었다. 1671년 의사이자 산파인 Jane Sharp는 여자가 정욕에 불타 성교의 즐거움을 아는 일이 없다면 임신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런 지침들은, 갈렌의 남성 우월적 의학의 압도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중세의 의사들은 경험과 관찰에 근거한, 나름 인간 섹슈얼리티와 여성의 성적 쾌락에 대한 발전된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성적 쾌락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따라,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반응한 결과로 보인다. 즉 중세 사람들도 생식을 핑계 삼아서라도 성적 쾌락을 인정하고 추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성적 쾌락의 추구는 르네상스와 계몽시대를 거쳐 서서히 표면화되어 갔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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