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최근 ‘한반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 것은 대한민국이 ‘안보’의 위기를 넘어 ‘존재’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청문회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부터 시행된 소위 ‘대북전단금지법’이지만, 청문회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의 인권 상황 전반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현 정부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 중국과 북한의 시스템을 따르려 한다는 것,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삭제하려고 했다는 것 등이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자랑스러운 나라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동맹, 기독교가 든든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 넷은 모두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돼 상호작용해 왔으며, 단 하나라도 잘못되면 모든 것이 틀어지고 무너질 수 있다. 더욱이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청문회는 그 모든 것이 흔들리고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서 자유민주주의국가들과 멀어지며 공산·전체주의국가들과 가까워지려 하고, 우리 국민들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및 자유보다는 북한 정권의 비위를 위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위협하고, 기독교회를 탄압하는 조짐들과 사건들이 많았다.
이번 청문회는 전 세계 자유진영의 지도국가 역할을 해 온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동맹국가의 법률과 내부 문제에 대해 이처럼 이례적으로 심도 있는 문제 제기를 할 리 없다.
국내 일각에서는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지만, 과연 대북전단금지법 등이 전 세계의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인권 및 윤리에 부합했는가를 먼저 냉정히 반성해 봐야 한다. 지금 미국 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유엔에서도 이에 대한 강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그들은 모두 우리나라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었는데, 또한 우리나라도 현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도 모두 내정간섭이란 말인가.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 박해국이고, 중국은 그것을 비호하는 국가이다. 물론 외교에는 운용의 묘도 중요하겠지만, 선악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과 개념을 혼동하거나 뒤집어 버려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 정부 인사들이 이를 철저히 깨닫길 바란다.
한국교회도 세계의 교회들과 또 양심 있는 지도자들과 연대애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의 동포들, 복음을 접할 기회조차 차단당하고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 속에 고통받는 그들을 저 지옥에 내버려 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