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11] 중세의 LG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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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중세 유럽은 기독교적 성적 규범을 엄격히 지키려 하였다. 당시 동성애는 소도미(sodomy.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서 유래된 용어)라 불렀는데, 이는 또한 동성애 뿐 아니라, 수간 같은 다른 성도착행동들과 결혼 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비생식적인 성적 행위들(불륜, 방탕, 자위 등)에 대한 포괄적 용어였다. 이런 행동들은 중세 기독교에서는 “자연을 거스리는 범죄“(crime against nature)로 보았다. 이런 행동을 언급할 때는 라틴어를 사용하거나 완곡 표현을 사용함으로 죄스러움을 피하려 하였다, 예를 들면 소도미를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악함”이라고 언급하였다.

특히 동성애자는 이단자 또는 악마숭배자와 동급으로 판단하여 색출되면 종교재판으로 고문하거나, 화형하거나 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하지만 왕이나 상류계급에서는 묘하게도 은밀히 동성애가 성행했던 것 같다. 12세기 프랑스의 필리프 2세는 자신의 동성 애인을 추기경으로 임명했다고 하며, 12세기 영국의 리처드 1세도 동성애자라는 의심을 받은바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동성애는 교회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예술가 같은 특정인들이나 특정 계층에게는 은밀히 관용되었다. 이런 인식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즉 동성애는 상류층, 예술가, 지식인, 유명인 등의 타락한 관습이라는 이미지가 그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특이하게도 남성 복장에서 여성스러움의 미적 취향이 강조되었는데, 이는 실상 로마시대 이래의 동성애를 암시한다고 한다.

14세기 경 북이탈리아에서부터 동성애에 대한 법적 금지가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동성애를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가혹한 법이 만들어지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경찰감시가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1533년 영국의 헨리 8세는 동성애(buggery)를 “혐오스러운 악”"으로 규정하고, 동성애법(Buggery Act)을 제정하여 교수형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런 교수형이 실제 시행된 적은 드물었다 한다.

젠더 문제에서 중세 동안은 엄격히 이원적(binary)이었다. 즉 인간은 남녀 두 가지가 있고, 각각은 서로 구별되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빛나는 갑옷을 입은 용감한 기사처럼, 능동적, 전투적, 폭력적, 정복하는 특성들을 가지며, 기사도(chivalry) 또는 신사도(gentlemanliness)의 규범을 따라야 했다. 한편 여자들은 도움을 기대하는 아름다운 숙녀로서 얌전하고, 사려 깊고, 수동적이며, 가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구별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며, 좋은 목적이라도, 폭력이다.

최근, 트랜스젠더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열심히 조사한 결과, 중세에도 이미 남녀간 경계가 유동적인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쟌 다크, 13세기 연극에서 남성역을 한 여자 배우들 등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전적으로 억압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서 중세에도 전형적인 남성의 틀을 깨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들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우는 기사, 연약한 남성 학자나 성직자, 영리하고 농담 잘하는 “경박한” 남자 등이다. 또한 르네상스 시대의 문헌들에도 다양한 젠더에 대한 이야기들이 발견된다. 즉 소녀가 소년으로 변하는 경우, 남녀양성체(hermaphrodites) 이야기, 등등이다. 즉 18세기 전까지도 섹슈얼리티에 있어 모호성, 투과성, 유동성 등의 현상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중세도 사람 사는 세상이며, 현대 사회에서처럼 “죄스러운” 성적 일탈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데, 유럽의 중세는 과연 “암흑”의 시대였던가? 그런 질문에 관련하여 낭만주의자들이 중세를 이상적인 시대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현대인들에게 인기 있는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의 분위기는 기사도적이며 중세적이다. 왜 그럴까? 용감한 남자와 아름다운 숙녀의 “일편단심”의 로맨스 이야기는 현대인들도 동경하는 바이다. 즉 거기에는 캐주얼 섹스나 동성애나 트랜스젠더는 없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역사를 통해 되풀이 입증되는, 인간이 마땅히 추구할 만한 가치있는 일이다.

중세는, 이러한 자연적이기도 하고 엄연한 실재이기도 한 기독교적 성적 규범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시대였다. 이런 노력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죄스러움으로 인해 실패할 때 인간 사회에 질병이 나타났다. (중세의 경우 매독이다. 다음 칼럼에 소개된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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