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12] 매독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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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고대나 중세 초기에는 성교와 관련하여 성기에 생기는 질병에 대해 의사들의 관찰과 치료기록들을 남기고 있으나, 그것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당시 어떤 성병이 있었는지 현대 연구자들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16세기 경 유럽사회에 매독이 등장하여 창궐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매독의 증상은 매우 악성으로 중세인들이 보기에 굉장히 끔찍하였다. 통증도 심할 뿐 아니라, 성기에서 시작되는 전신의 농포와 궤양 등 피부증상이 보기에 험악하였고, 사망률도 높았다. 요행히 장기간 살아남아도 결국 척수매독(tabes dorsalis)에 의한 불구상태와 뇌매독에 의한 전신마비(general paresis)와 정신병(매독에 의한 치매)도 비참하였다. 현대사회에서의 에이즈에 대한 공포처럼, 르네상스시대에 흑사병, 나병과 더불어 매독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매독은 “성기흑사병“이라고도 불렀다.

매독의 유래에 대하여 연구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1493년 콜럼버스의 선원들이 데려왔던 인디안 토착인들이 “당시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병”를 신세계로부터 옮겨와, 바르셀로나에서 매독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콜럼버스 이전 이미 유럽의 동물에 잠복하고 있던 어떤 병이 변이를 거쳐 사람에게 매독으로 나타났다는 이론, 기원전 3000년부터 남서 아시아지역에서 성행위로 인간에게 나타났다는 가설, 중서부 아프리카로부터 남부 유럽의 문명사회로 옮겨와서 병성이 악화되어 현재의 매독이 되었다는 가설 등등이 있다. 또한 이미 1492년 스페인을 기독교국가로 재탈환한 페르디난도와 이사벨이 유태인을 박해하여, 유태인들이 파난길을 떠났는데, 그들 일부가 로마의 성문 밖에 도달하여 머물 때, 그들 중에서 매독이 대 유행을 하였다고도 한다.

유럽에 매독이 처음 공식적으로 알려지기로는 1495년 한 의사가 나폴리를 침공한 프랑스군 병사에서 성교로 전염되는 매독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이후 전쟁이 매독의 주요 전파요인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유럽에서는 용병들이 전 유럽을 다니면서 매춘도하고 강간도 하면서 매독에 전염되어 퍼트렸고 귀향하여 고향에서도 매독을 퍼트렸다고 한다. 15-16세기 봉건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크게 사회변동이 왔고, 불안정해진 젊은이들은 전통적 가족, 교회, 국가의 규제를 피해, 파병, 무역선, 노예무역 등으로 전 대륙으로 여행을 하면서, 매독을 전파시켰다. 이는 이 시대의 성적 문란을 상징한다. 여하튼 16세기 유럽에 매독은 급속히 퍼져 나갔다. 그래서 매독이 다른 나라에서 들어왔다고 탓하기가 시작되었다. 독일과 영국은 매독을 “프랑스병“이라고 하였고, 프랑스는 ”나폴리병”이라 하였고, 터키는 매독을 ‘기독교병”이라 하였고, 무슬림은 힌두교 탓을 하고 힌두교는 무슬림 탓을 하였다.

1530년 베로나의 의사이자 시인었던 프라카스토로가 처음으로 “매독”(syphilis)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무지함이 매독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스티그마를 가져다주었다. 여성의 성기가 내부적이므로 거기에 여자가 악의적으로 병의 원인되는 물질을 숨기고 가능한 많은 남자들에게 전염시킨다고도 하였다. 심지어 월경중 성교가 매독을 생기게 한다고도 보았다.

초기에는 매독을 사혈과 구토로 치료하였으나, 효과도 별로 없었고, 부작용이 많았다. 16세기 프랑스의 한 교사가 이 병에 대해 수은치료법을 고안하였는데, 수은은 오래전부터 아라비아에서 피부병, 나병, 등 여러 질병에 사용되고 있었다, 수은 치료는 심한 부작용을 야기하였으나, 당시 유명한 의사 파라셀수스(1493-1541)는 수은요법을 지지하였다. 17세기 훈증법이 매독치료로 유행하였는데, 당시 매독에 대한 경고로서 “단 한 번의 쾌락, 천개의 고통”, “비너스와의 하룻밤은 머큐리(수은)와의 평생“ 같은 말들이 유행하였다. 당시 매독을 예방하기 위해 처음으로 콘돔이 발명되었다.

세상에는 우연한 것은 없고 모두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였던 중세인들은 매독을 성적 문란에 대한 “천벌”로 생각하였다. 매춘, 방탕, 간음에 대한 천벌이라는 것이었다. 크리스천들은 매독의 창궐을 “하나님의 분노의 임재”, “신령한 힘의 개입”, 또는 “죄의 값”이라고도 하였다. 여자의 죄라고도 탓하기도 하였다. 사회는 매춘을 매독의 원인으로 보고 매음굴을 봉쇄하기도 하였다. 창녀는 나환자처럼 취급되었다. 그만큼 성병에 대한 공포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성욕을 자제할 줄 모른다. 그런 점에서는 중세의 성적 일탈은 현대 사회의 성적 일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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