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수강거부권 또는 대체과목 권고 논란
기독교 계열 사립대학이 채플 이수를 졸업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이를 대체할 과목을 개설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이하 인권위)가 ‘종교의 자유 침해’로 판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는 광주의 한 사립대학에서 재학생이 채플 과목 의무 수강 규정에 반발해 낸 진정에 대해, 해당 대학에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 과목을 개설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해당 대학은 1972년 기독교 건학이념에 의해 설립돼, 보건인력 등 전문직업인 양성을 교육목표로 하는 종립대학이다. 기독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학과가 없고 신입생 지원자격에도 ‘기독교인’ 규정은 없지만, 창학정신에 기독교 정신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A대학의 채플 수업이 설교, 기도, 찬송, 성경 봉독 등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특정 교회의 예배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립종립대학은 종교행사의 자유와 대학 자치의 원리에 따라 종교적 건학이념을 교육과정을 통해 폭넓게 실현할 권리가 있다”며 “(그러나) 특정 종교의 전파를 목적으로 한 종파교육은 피교육자인 학생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피진정대학은 학생들의 개별적인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사실상 종파교육을 강요함으로써 학생의 종교의 자유(특정 종교를 믿지 않을 소극적인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대학은 “채플 수업이 ‘비신앙인’ 학생에게 기독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기독교적 소양과 사회가 요구하는 지성을 함양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종교 전파에 대한 강제성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대학의 경우 학교 선택권이 자유로워 입학 자체가 종파교육에 대한 동의로 볼 수 있다”며 “종립사립대학은 건학이념에 맞춰 교과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종교교육을 할 수 있고, 그 학교를 선택해 입학한 학생들은 상당한 정도 종파교육을 받는 것에 일정한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대한민국의 대학구조상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라며 “대학선택 기준이 학생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 대학 서열화에 따른 타의적 요소가 다분히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피진정대학과 같은 종립대학의 입학이 학생들의 종교교육에 대한 무조건적 동의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