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탈북민 피해 배상하라”… 한국판 ‘웜비어법’ 만든다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지성호 의원, 피해자들 의견 모아 대표 발의

▲북한 법정에 나설 당시의 오토 웜비어.  ⓒBBC

▲북한 법정에 나설 당시의 오토 웜비어. ⓒBBC

북한에서 비참한 대우를 받은 탈북민들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지성호 의원(국민의힘 북한인권위원장)이 28일 북한 세습 정권에 의해 인권 침해를 받은 탈북민들이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북한의 인권 침해 피해 배상에 관한 특별법(이하 북한인권침해피해배상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군포로와 납북피해자 가족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법원은 북한 인권 침해 피해 배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피해자인 탈북민에 대한 피해배상법은 없었다.

북한인권침해피해배상법은 탈북민이 북한에 거주할 당시 북한 정권에게서 받은 불법적이고 강제적인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선박, 부동산, 금융 압류 식으로 재원 마련

이 법에 따르면, 북한 인권 침해 피해자의 배상을 위한 심의·지원위원회를 설치하여 피해자 범위와 자격을 결정하여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영역에 들어 온 북한 선박, 동산·부동산 및 정부가 북한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융 및 기타 자산을 기초로 재원을 마련하여 북한 인권 침해 피해자 기금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2017년, 여수항을 출항한 홍콩 선박 ‘라이트하우스 원 모어’ 호가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 2호에 정유 제품 약 600t을 환적한 사실이 적발된 적이 있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은 제2375호에 “금지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 항구에 입항한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토록 규정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여수항에 재입항한 해당 선박을 억류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오토 웜비어 북한 핵 제재 및 집행법’을 제정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대북 제재 대상자에게 고의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 재무부장관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따라 제재를 가한다. 외국 금융기관의 재산과 물권이 미국 내에 있거나, 미국으로 들어오거나, 미국인의 점유나 지배를 받게 될 때, 재산과 물권 거래를 봉쇄하고 금지하는 식이다.

일본도 「외환 및 외국무역법」(2004.02), 「특정선박입항금지조치법」(2004.06) 「납치 문제 및 기타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 침해 문제 대처에 관한 법률」(2006.06) 등을 통해 북한에 의한 일본 납치 피해자 및 일본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독자 경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 의원은 “유엔과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는 입법을 통해 대북 제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권 침해 피해 배상에 관한 법률은 없어 이 법 제정안에 의미가 크다”며 “북핵 폐기를 위한 대화는 지속되어야 하지만, 북한 인권 개선의 실질적인 조치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인권 침해 피해 배상법 제정안 대표 발의에 앞서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오토 웜비어 모친 신디 웜비어, 일본 납북피해자 가와사키 에이코, 탈북 작가 지현아 씨 등은 특별법 제정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몇 년 전 북한 체제선전물을 훔쳤다는 혐의로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되었다 혼수상태로 고향에 돌아온 오토 웜비어가 귀국 후 6일 만에 사망하자, 그의 부모는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일본 납북 피해가 가와사키 에이코는 간담회에 참석하여 “재일 한인 북송사업은 북한의 선전과 매우 달랐다. 북한으로 이주한 후 아오지 탄광과 같은 곳에 집단 수용되는 인권 침해를 받았다”며 “어떠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국가도 개인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저 혼자 국제형사재판소에 김정은을 제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탈북 작가 지현아 씨는 “한국으로 오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잡히게 되어 평안남도 교도소, 증산 교화소 등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특히 중국에 있는 25만 명의 탈북민의 인권 침해가 많다”며 “지성호 의원의 ‘북한인권침해배상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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