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 “죽음이 허무와 끝 아님을, 딸은 보여줬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민아 목사 9주기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개정판

눈물로 품었던 땅끝의 아이들, 어른 되어 다른 아이들 품어
학생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들, 젊은 이들 통해 이어져 간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 열림원 | 332쪽 | 17,000원

“수척한 얼굴로 마지막에 나에게로 돌아온 너, 네가 살던 고향 집에 돌아온 너는 패자가 아니었다. 천사들이 널 호위하였고 하나님이 성령의 빛을 보내셨다. 장한 딸, 지혜로운 딸, 날 눈뜨게 한 효녀, 고맙다. 내 딸아, 이제 굿나잇 키스를 보내지 않겠다. 밤이 없는 빛의 천국, 너는 영원히 잠들지 않는 하늘의 신부가 되었으니까(276쪽).”

사랑하는 딸 故 이민아 목사를 천국으로 보내고 나서, 이어령 교수가 세상 모든 딸과 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를 위로하려는 마음으로 썼던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가 이민아 목사 9주기를 맞아 6년여 만에 새롭게 출간됐다.

암으로 딸을 보낸지 약 10년, 암 투병 중인 이어령 교수는 딸을 생각하면서 서문을 다시 썼다.

‘민아야 이제 울어도 된다’는 제목의 이 서문에서 이 교수는 “지금 너의 눈물 자국마다 꽃들이 피어나고 너의 울음소리마다 꽃을 노래하는 새소리가 들려온다”며 “미사여구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네가 눈물로 품어주었던 땅끝의 아이들은 지금 어른이 되어 다른 아이들을 품어주고, 네가 학생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들은 젊은이들의 입을 통해 지금 다른 마당에서 이어져 가고 있다”고 전한다.

▲이어령 교수. ⓒ크투 DB

▲이어령 교수. ⓒ크투 DB

그러면서 “죽음이 허무요 끝이 아니라는 것을 너는 보여주었다. 그래서 십여 년 만에 너에게 보냈던 책을 다시 새롭게 꾸며 바치려고 한다”며 “똑같은 내용의 책이지만 새롭게 꾸민 이 책에는, 동화처럼 밝고 색칠을 한 그림들이 책갈피마다 춤을 추고 있다. 눈물로 얼룩졌던 활자에서는 초원의 향그러운 풀냄새가 난다. 그때의 검은색은 사라지고 축제마당의 깃발처럼 현란한 색채들로 채워진 잔치”라고 했다.

이에 딸에게 “너를 떠나보낸 그 책이 새롭게 거듭났으니, 이제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며 “그 눈물과 울음소리는 슬픔이 아니라 황량한 불모의 땅을 적시는 비요, 겨울이 가고 꽃피는 봄을 노래하는 새소리가 되었으니까.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의 영혼이 달라진 게다. 선혈이 흐르던 상처가 아물고 그 딱지가 떨어진 아픈 살에서 새살이 돋는다”고 했다.

개정판 서문의 말처럼 초판에서 한 부분을 차지했던 시들이 빠지고, 따뜻한 삽화와 함께 1부에는 떠나간 딸에게 전하는 아버지 이어령의 말이, 2부에는 이민아 목사와 생전 주고받은 편지들이 실렸다.

저자는 개정판 서문 마지막에서 딸이 ‘돌아왔다’며,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찬란한 아침을 약속하는 굿나잇 키스’라고 말한다. “네가 돌아왔구나. 널 잃고 황량했던 내 가슴에 꽃으로 새로 돌아왔구나. 민아야. 이제 눈치 볼 것 없이 엉엉 울어도 된다. 만나서 기쁜 울음인 거다. 민아야 오래 못 본 내 딸아. 이제 마음껏 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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