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게임 ‘I Am Jesus Christ’ (1)
사후 영혼이 천국 입성하는 과정 재해석한 ‘RiME’
암환자 아이들 직접 돌보는 ‘That Dragon, Cancer’
예수님 사역 직접 재현하는 ‘I Am Jesus Christ’도
신앙 표현해내는 PC·모바일 게임, 가능성 있을까
◈믿음과 게임 콘텐츠: 기독교 신앙을 중심에 둔 게임 콘텐츠 제작
PC, 모바일 기기에 대한 삶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게임 콘텐츠들이 대중문화의 확고한 한 축을 이루어가는 중이다. 이런 동향은 코로나로 인해 더 강화되었다.
작년 문화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2020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생활방식이 일반화되면서 다른 콘텐츠에 비해 게임 콘텐츠 이용자 증가세가 훨씬 가파른 폭으로 상승했다.
조사대상 응답자 가운데 40%가 코로나 이후 게임 이용시간과 비용지출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당연히 게임 시장 역시 급성장했다. 단지 게임사들의 매출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게임 콘텐츠의 종류 역시 이전보다 훨씬 다변화되었다.
특히 어드벤처나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이런 변화가 눈에 띄는데,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상상력 넘치는 작품들이 자주 목격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간혹 내세에 대한 믿음이나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작품들이 발견된다.
과거에도 다신교적 요소들을 도입한 게임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SRPG, MMORPG 등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 롤플레잉 장르에 이런 게임 콘텐츠가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롤플레잉 게임들은 다신교적, 이교적 요소들을 게임 설정과 진행의 부분적 요소로 활용했을 뿐, 기본적으로는 모험, 전투, 아이템 제작을 중심으로 삼는 비종교적 게임성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제작되고 출시된 몇몇 게임들을 보면 내세에 대한 믿음이나 기독교 신앙을 게임 설정과 서사의 중심으로 채택한 사례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이렇게 종교성이나 신앙이 깊게 관여된 작품들의 특징은 단순한 흥미를 추구하지 않고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죽음, 영혼, 그리고 구원에 관한 주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단순한 흥미 위주의 게임성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플레이어로 하여금 인간의 삶과 영혼, 그리고 성경과 하나님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독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페인의 테킬라 웍스가 제작한 《RiME(2017)》, 그리고 미국의 누미너스 게임즈가 제작한 《That Dragon, Cancer》라는 작품을 지목할 수 있다. 아무래도 대중성에서 약점을 갖는다고 생각한 듯 두 작품 모두 저예산 인디게임으로 제작되었다.
《RiME》은 어린 아들을 바다에서 잃은 한 어부의 상상을 그려낸 게임이다. 아내와 일찍이 사별한 한 어부가 자신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바다로 출항했다가 폭풍우로 배에서 아들을 잃는다.
극한의 절망과 죄책감 속에서 어린 아들이 낙원과 같은 섬에 도착해 왕자의 신분이 되어 모험을 펼친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상상을 퍼즐형 어드벤처 게임으로 펼쳐놓은 작품이 《RiME》이다.
이로써 《RiME》은 서구적 내세관, 특히 인간의 영혼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천국의 왕성에 입궁하는 종말론적 내세관을 게임으로 재해석했다.
《That Dragon, Cancer》는 이 게임을 제작한 라이언 그린과 에이미 그린 부부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두 부부는 2010년 셋째 아들 조엘을 출산했으나, 조엘은 생후 12개월만에 간암 진단을 받는다.
진단 당시 의사로부터 조엘이 몇 개월 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기독교인이었던 조엘의 부모는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기도로 위급한 순간들을 넘기며 4년간 아이를 돌봤다.
그러다 2014년 초 조엘이 결국 다섯 살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이 기간 중 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를 돌보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That Dragon, Cancer》의 주된 줄거리이다.
아들의 병마 앞에서 부모가 느낀 좌절감, 그리고 중간중간 간절한 기도로 조엘의 위기를 넘기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강렬한 감동을 준 이 작품은 2016년과 2017년 여러 게임 시상식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성경과 게임 콘텐츠: 성경 교육에 목적을 둔 게임 콘텐츠의 개발
라이언 그린과 에이미 그린 부부는 몇 개월 살지 못할 것이라 진단받은 조엘이 4년 넘게 살아남은 것 자체가 하나님의 기도응답이었다며, 그 은혜를 알리기 위해 《That Dragon, Cancer》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작품은 게임을 통해 삶의 고난과 기도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신앙의 도구로서 게임 콘텐츠가 가진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다.
이에 작년 미국종교학회(American Academy of Religion) 정기 연간 학술회의 ‘종교, 영화, 시각 문화’ 분과에서는 이 작품이 지닌 종교학적 의미를 설명하는 발제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기독교 신앙을 표현하는 작품들 가운데는 실제 신앙인들의 상상이나 체험을 표현하는 것들도 있지만, 성경의 기사들을 직접 소재로 삼고 있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실상 게임 편수로 보면 성경 내용을 담은 게임 수가 압도적이다.
그 가운데서도 2019년부터 제작에 들어간 게임 《I Am Jesus Christ》는 설정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게임의 출시 예정일은 2022년으로 아직 제작 중이기는 하지만,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게임의 설정과 진행방식을 쉽게 알 수 있다.
통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영상 작품이나 게임들은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I Am Jesus Christ》는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즉 플레이어가 예수 그리스도가 되어 제자들을 모으고, 말씀을 가르치고, 귀신을 쫓아내고, 병자를 고치고, 오병이어 이적을 행하고, 고난받고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가 부활하여 무덤에서 나와 제자들을 다시 만나고 승천하기는 내용을 담았다.
당연히 이 게임에 대해 논란이 일어났다. 한낱 게임 플레이어가 그리스도의 관점과 사역을 재현하는 것이 신앙의 입장에서 가당한지 논란이 발생했다.
여기서는 먼저 이 게임의 설정이 지닌 장점에 대해 살펴보고, 그 다음에 해당 논란에 결부된 문제점을 지적해볼 것이다.
《I Am Jesus Christ》가 기독교 신앙을 소개하는 문화적 도구로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갖는 대목은, 바로 1인칭 시점 게임이 주는 몰입감이다.
게임의 몰입감 유도방식은 여타 영상 콘텐츠와 크게 다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 앞에 펼쳐진 가상세계 속에서 능동적으로 캐릭터의 행위를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때 플레이어가 자신이 조작하는 캐릭터에게 느끼는 이입감은 다른 영상 콘텐츠에 비해 훨씬 크다.
이런 몰입감 덕에 플레이어는 게임 설정이나 서사에 다소 부실한 점이 있더라도,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보다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I Am Jesus Christ》는 이런 몰입감을 무기 삼아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쉽게 학습할 수 있게 해주고, 그리스도께서 죄악과 병, 무지로 고통받는 인간들을 대할 때의 마음을 헤아려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복음 소개의 도구로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갖는다.
이런 강점은 특히 최근 미국 내에 만연한 무신론과 종교다원주의 풍조 때문에 성경을 읽어보지 못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유소년, 청소년 세대들에게 좋은 성경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교회의 기능과 사회적 영향력이 약해진 까닭에, 이전처럼 모두가 성경 내용을 아는 것이 당연한 시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렇듯 과거에 목회자의 설교와 주일학교가 담당했던 성경교육 기능이 많이 약화된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말씀을 직접적으로 소개하고 가르치는 게임 콘텐츠 등장은 교회와 신앙인 입장에서 분명 반가운 일이라 볼 수 있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