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소수종교인들, 이슬람 국교화 반대 시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세속국가 표방하면서 국교 정하는 건 모순”

▲방글라데시 농촌의 중심 교회인 슈칸뿌꾸어교회.

▲방글라데시 농촌의 중심 교회인 슈칸뿌꾸어교회.

방글라데시의 기독교인들과 소수종교인들이 이슬람을 국교로 확립한 1988년 수정헌법에 반대하는 ‘블랙 데이’(Black Day) 시위에 참여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지난 9일 진행된 블랙 데이에 참석한 기독교 지도자인 니르몰 로자리오는 “헌법 개정으로 종파 정치의 씨앗이 심겼다. 힌두교인, 불교인, 기독교인들이 모두 사는 국가에서 하나의 종교를 국교로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로자리오는 “헌법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세속국가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교가 이슬람교라고 한다. 이는 명백한 모순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슬람 근본주의와 종교적 증오심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크리스천 프리덤 인터내셔널(Christian Freedom International, CFI)은 보고서를 통해 “방글라데시 경찰이 소수종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CFI는 “방글라데시에서 기독교가 성장하고 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신앙에 대한 ‘보복’을 막기 위해, 예배 활동을 비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앞서 기독교 박해감시단체인 영국 오픈도어선교회는 “이슬람 배경의 교인들이 만나는 가정교회들은 기독교 상징물을 전시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때로 역사적인 교회나 중요 교회들도 십자가나 다른 종교적 상징물을 내세우는 데 있어 반대와 제한에 직면한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사회는 정치적 노선을 따라 분열돼 있다. 방글라데시의 언어와 문화를 자랑하는 뱅골 민족주의자들은 1971년 방글라데시 해방 전쟁 이후 파키스탄에서 독립한 역사를 선호한다. 종교만으로는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오늘날 파키스탄으로 불리는 서파키스탄이, 독립 전 방글라데시로 불린 동파키스탄에 종교적 패권을 행사한다고 여긴다.

반면 이슬람 민족주의자들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의 분리에 반대하며, 방글라데시의 독립으로 그들의 자존심이 손상됐기 때문에 방글라데시의 이슬람화를 지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기독교인 수는 약 160만 명으로, 전체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족 22명이 피습을 당했고, 목사와 14세 딸이 납치됐다. 또 미얀마의 민족적·종교적 박해를 피해 수천 명의 난민들이 살고 있는 콕스 바자르 지역의 교회와 학교가 파손됐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 자격으로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이양희 특보는 당시 로힝야 기독교인들이 가장 어려운 처지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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