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17] 바로크와 로코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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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르네상스 이후 인본주의는 모습을 달리하며 지속적으로 성적 자유를 기리고 찬양하여 왔다. 역사적으로 성혁명적 사건은 대개 작가나 예술가 같은 엘리트 집단에 의해 “문화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바로크(baroque)와 그에 이어지는 로코코(rococo) 문화가 두드러지는데, 이때의 미술에서도 당시 은밀한 성문화가 드러난다.

바로크 문화가 생겨난 배경은 대개 계몽주의와 공통적이다. 즉 ① 기독교에 의해 억제된 지상의 가치, 즉 인간이 지닌 감정, 상상력 등에 대한 가치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② 수공업과 상업에 바탕을 둔 부르주아들이 과거 귀족들의 경제적 수준에 버금가는 부를 이루었고, 이들이 절대 군주를 지지하기 시작하면서, 화려하고 장식적인 바로크나 로코코의 예술 형태를 권력의 상징으로 간주하고 소비하였던 것이다.

바로크라는 용어의 의미는 장식이 과다한, (취미 따위가) 저속한, (문체가) 지나치게 수식적인, 등등이다. 따라서 바로크 문화의 특징은 생각보다 감성을 존중하며, 장식성을 우선시하고, 정체된 안정보다 움직임을 중시하고, 기발한 비유, 대조, 과장 그리고 파격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 등이다.

로코코는 1720년대 프랑스의 예술양식이다. 이는 바로크와 비슷한 시대에 발생해 좀 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로코코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죽음 이후 중앙집권이 약화되면서 귀족들의 밝고 경박한 향락문화로 나타났고, 더 부유해진 루이 15세와 루이 16세 시대에 프랑스 “궁정”과 귀족사회에서 크게 유행했다. 바로크가 왕실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크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제시했다면, 로코코에 이르러서는 그 특징이 더욱 과장되고 더 화려하게 나타났다. 로코코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한 프랑스 귀족 부인들의 화려하고 섬세하면서도 사치스럽고 퇴폐적이며, 이국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로코코문양은 자개세공 같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나뭇잎 같은 곡선들과 율동적인 화려하고 섬세하고 우아한 장식이 특징이다. 그러나 스테레오타입적인 그리고 다소 피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로코코의 섹슈얼리티는 회화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로코코의 회화 주제는 주로 육체적 쾌락, 우아함, 가벼운 사랑 등이다. 규모는 작지만, 색깔이 정교하고, 밝고 파스텔 풍이다. 그림의 내용은 대개 품위 없는 방탕, 퇴폐, 현란한 스타일, 부유함의 과시, 그리고 지루함과 한가함 속의 경박한 유희 등등을 혼합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그림으로 Jean-Honoré Fragonard (1732–1806)가 그린 「그네」(1767)가 있는데, 유희적 에로티시즘을 잘 나타내고 있다. 초상화에는 귀족들의 정부를 그린 것이 많은데, 인체의 아름다움보다 유혹적인 누드를 주로 그렸다. François Boucher의 누드화 「Reclining Girl」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로코코 미술은 “18세기 플레이보이”(The 18th Century Playboy)라는 말을 듣는다. 심지어 동물도 에로틱하게 그렸다. 예를 들어 개가 주인을 핥는 장면 같은 것이다. 18세기 로코코 회화들을 보면 귀족들은 종일 섹스만을 즐기는 것 같아 보인다.

소위 말하는 화려한 유럽풍 드레스는 보통 이 로코코 시대의 디자인인 경우가 많다. 남성 패션에도 “여성적” 장식으로 멋스러움을 더했다. 여성 복식의 경우는 체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코르세트 같은 보정물이 유행하였다. 프랑스의 패션이 전 유럽에서 유행의 첨단을 달리었다.
문학에서는 소위 18세기 프랑스 방탕 문학(French libertine fiction)이라고 부르는 연애소설들이 성행하였다. 이는 대개 “밤”에 방탕한 남자들이 방탕한 여자를 유혹하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어두움 속에서의 에로스를 자유롭게 즐기다”라는 이미지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꼈다. 따라서 당시 영국의 엘리트들의 눈에는 로코코는 “프랑스적”인 퇴폐적이고 타락한 문화였다. 이러한 로코코문화는 앞시대의 고전적 쾌락주의와 17세기 방탕주의와 연결되고, 후대 19세기의 “belle epoch”로 연결된다.

당시 일반적 성문화는 계몽시대와 거의 마찬가지로 문란하였지만, 전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기독교의 보수적 성윤리를 따르고 있었다. 따라서 로코코 성문화는 어떻게든 쾌락을 즐기고자 하는 엘리트들의 교활한 심리와 재능이 잘 드러나는 문화였다. 표면적으론 우아하고 순결을 강조하고 성에 대한 규제가 많았으나, 실제적으로는 방탕한 매춘의 어두움의 문화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 댓가는 비쌌다. 성병이 창궐하였다. 그리고 권력과 부유함과 사치는 결국 피비린내 나는 혁명을 자극하였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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