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서 무장혁명대원에게 복음 전했다가 순교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VOC, 순교자의 날 맞아 로치오 피노 기려

▲콜롬비아 평신도 순교자 로치오 피노.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콜롬비아 평신도 순교자 로치오 피노.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 Voice of Martyrs)는 기독교 순교자의 날인 6월 29일, 전 세계 순교자의 소리 동역 단체들과 함께 콜롬비아 평신도 순교자인 로치오 피노(Rocio Pino)의 순교를 기념한다.

한국 VOM의 현숙 폴리(Hyun Sook Foley)는 “교회의 전통에 따르면, 6월 29일은 사도 바울의 순교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래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그 주간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성도들의 희생을 기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3월 6일 밤, 로치오 피노와 그녀의 남편 제임스(James)는 갑자기 현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 부부는 콜롬비아의 ‘레드존’(Red Zones), 즉 마르크스주의 ‘콜롬비아무장혁명군’(Revolutionary Armed Forces of Colombia)이 통제하는 지역에 살고 있었지만, 집에 찾아온 손님을 항상 환대했기 때문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즉각 반응했다.

한국VOM의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두 남자가 문 앞에 있었다. 제임스는 그들이 2주 전에 그 지역에 도착한 콜롬비아무장혁명 대원이고 자신과도 몇 차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오토바이 엔진에 문제가 생겼으니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녀에 의하면, 제임스는 한 남자와 함께 집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로 걸어갔고, 로치오는 문가에 서서 남편을 지켜보고 있었다. 또 다른 남자는 로치오와 함께 문가에 머물러 있었다. 그 남자가 로치오에게 ‘당신 이름이 마리아인가?’라고 물었고, 로치오는 ‘아니다. 난 로치오 피노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 남자가 그녀에게 세 발의 총을 쐈다. 제임스가 쓰러진 아내를 살피는 동안, 공격자들이 오토바이에 뛰어올라 황급히 달아났다고.

로치오의 집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었고, 콜롬비아무장혁명군 게릴라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기 때문에 로치오는 응급구조대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로치오의 남편과 자녀들은 로치오가 죽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제임스는 로치오가 살해된 것이 몇 주 전 젊은 여성 게릴라 대원에게 복음을 전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폴리 대표는 “그 여성 대원은 로치오의 집에 잠시 들렀고, 로치오는 그녀에게 복음을 전했다. 로치오는 ‘주님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신다’고 말하면서 그녀에게 신약성경을 주었다. 그런데 그 만남으로 콜롬비아 무장혁명군 지도자들의 주의를 끌게 되었고, 결국 그들이 암살자들을 피노의 집에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로치오 피노는 어디에 가든지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로치오와 그녀의 남편은 그리스도의 지상대명령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콜롬비아의 위험한 지역에서 자녀들과 살며 복음을 전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 대가로 로치오는 목숨을 잃었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억압과 폭력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어 하나님 나라를 확장했다”고 했다.

또한 순교자의소리는 피노의 순교를 기억하기 위해, 7월 31일까지 ‘순교자 및 수감자 가족 지원’ 사역에 들어오는 모든 헌금을 콜롬비아의 순교자 가족을 지원하고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전도 사역을 펼치는 기독교인들과 동역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로치오 피노를 기념하는 일은 특별히 기독교 순교자의 날에 적합하다. 대부분의 순교자들이 목사나 선교사나 유명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그날이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로치오처럼, 자신들이 사는 가정과 이웃에서 그리스도의 증인 역할을 신실하게 감당해가는 평범한 기독교인일 뿐이다. 로치오는 ‘나를 만나면 누구나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듣게 될 것’이라는 말로 유명하다. 로치오는 그 약속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었고, 따라서 우리는 그녀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로치오가 죽은 뒤, 제임스 피노와 그의 딸들이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했다. 제임스는 아내를 죽인 사람들을 용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마음의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용서하기 위해 계속 힘쓰고 있다. 기독교 순교자의 날에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생존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즉 그들이 가해자들을 용서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계속 살아갈 힘과 평화를 얻도록 기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순교자의 소리 사무실 ‘순교자 연대표’에 부착되어 있는 로치오 피노의 명판.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순교자의 소리 사무실 ‘순교자 연대표’에 부착되어 있는 로치오 피노의 명판.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현숙 폴리 대표는 “과거 기독교 순교자의 날에 우리가 기념했던 순교자들 가운데는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순교한 북한 지하 기독교인 차덕순과 이른바 ‘공산주의의 무명의 순교자들’이라 불리는 성도들, 즉 1921년부터 현재까지 공산 치하에서 죽은 것으로 순교자의소리와 다른 분석가들이 추정하는 2,500만에서 3,000만명의 기독교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에 우리가 기념한 모든 순교자들이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순교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공산주의는 죽지 않았다. 공산주의는 오늘날에도 남아 있는 5개 공산국가, 즉 중국, 북한, 베트남, 쿠바, 라오스에서 뿐만 아니라, 로치오가 살해된 콜롬비아의 레드존처럼 공산주의자들이 장악한 지역에서도 기독교인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피노의 순교를 기념하기 위해 순교자의소리 사무실에 설치된 ‘순교자 연대표’에 피노의 명판을 추가했다고 밝혔다.다음 링크(https://vomkorea.com/dotcm/)에 접속하면, 피노의 삶과 순교에 관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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