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자력으로 죄를 해결할 수 없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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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원죄

기독교는 인간의 죄를 ‘원죄’와 ‘자범죄’로 구분한다. 이런 죄 인식은 일반 세상의 종교나 윤리엔 없는 기독교만의 독특한 죄 인식이다.

물론 문학, 정치에 종종 ‘원죄(original sin)’혹은 ‘원죄 의식(original sin consciousness, 原罪意識)’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죄의 원흉(a ringleader of the sin)’이라는 뜻이지, 성경이 가르치는 바 ‘인류를 죄에 참여시키는 아담의 원죄’ 개념 같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그들의 원죄 문법은 죄의 초점을 ‘원죄자(아담)’가 아닌 ‘인류’에게 맞추므로, 성경의 ‘원죄’ 개념을 왜곡시킨다.

죄인이 ‘자기의 의(義)’를 율법 성취가 가능한 ‘완전한 의(義)’로 간주하는 것도 분수를 넘는 일이지만, ‘자기의 죄(罪)’를 ‘원죄’로 격상시키는 것도 분수를 넘는 일이다(물론 이는 인류가 아담의 원죄에 참여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인류가 자력으로 ‘의인(義人)’이 될 수 없듯, ‘원죄자(原義者)’도 될 수 없다. 그의 ‘죄(罪)의 시작’은 자신이 아니라 ‘원죄자 아담’이다. 이것을 안다면, 누구도 자신의 죄에 대해 자기가 무한책임을 지려는, 예컨대 ‘그리스도의 대속’을 거부하고 자기 죄는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망발을 떨지 않을 것이다.

타락한 인류가 원죄자(原罪者)가 될 수 없는 이유가 많지만 한 가지만 든다면, ‘생득적인 죄인(born sinner)’인 인류는 무죄한 상태에서 죄를 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직 한 사람, 타락하기 전 태초의 무죄자 ‘아담’에게만 그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원죄를 구속할 수 있는 분 역시 ‘생득적인 죄인’이 아닌 인류 조상 ‘아담’보다 먼저 계셨던 성자 ‘예수 그리스도’ 뿐이시다.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자범죄

우리는 우리의 ‘원죄’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범 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원죄(original sin, 原罪)’는 그리스도께로 전가시키고, ‘자범죄(actual sin, 自犯罪)’는 개인이 책임진다고 주장하며 그것의 책임을 인간 소관아래 두려고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이가 한국의 ‘토종 이단’이라고 하는 S교회 K목사이다. 그는 인류의 원죄는 예수님의 대속으로 해결됐고(원죄에 관한한 신·불신자의 차이가 없다고 함), 사람이 ‘천국 가느냐 지옥 가느냐’는 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곧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인류에겐 ‘원죄 심판’이 없어졌고 오직 ‘자범죄 심판’만 남았는데, 그를 믿어 자범죄를 사함받으면 지옥에 안가고 안 그러면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불신자의 원죄’까지 그리스도의 구속 대상에 포함시키고, ‘믿음의 필요성’을 ‘자범죄의 구속’에만 한정지우는 이 해괴망칙한 요설(妖說)은, ‘그리스도의 구속의 완전성’을 부정하고 ‘믿음’을 무용화시켜, 결국은 기독교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원죄와 자범죄의 결속’을 파기하는 그의 가르침 역시 반(反)기독교적이다. ‘원죄(原罪)’와 ‘자범죄(自犯罪)’는 하나로서, 둘은 불가분리이다. ‘후자’는 그것의 뿌리인 ‘전자’에서 나온다.

따라서 뿌리인 ‘원죄’를 해결하면 열매인 ‘자범죄’는 절로 해결된다(이는 원죄를 해결하면 다신 자범죄를 안 짓게 된다는 말이 아닌, 그것의 죄책(guilt, 罪責)을 면한다는 말이다).

근병근치(根病根治)라는 말이 있다. ‘병의 근원을 치료하면 모든 병증은 사라진다’는 뜻이다. 뿌리와 열매는 하나이기에, 둘은 동시에 치료되든지 동시에 치료되지 않든지 한다. 동일한 원리로 ‘원죄와 자범죄’는 동시에 구속되든지, 동시에 구속되지 않든지 할 뿐이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이를 인하여 그는 새 언약의 중보니 이는 첫 언약 때에 범한 죄를 속하려고 죽으사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여금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히 9:15)”라는 구절을 인용한다.

그러나 이 구절은 그리스도의 죽음이 ‘자범죄’를 제외한 오직 ‘원죄’만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뿌리인 ‘원죄’와 그것의 열매인 ‘자범죄’까지 구속했다는 말이다.

“하물며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 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너희 양심으로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못하겠느뇨(히 9:14)”.

◈성화는 구속의 열매이지 죄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원죄(原罪)’든 ‘자범죄(自犯罪)’든, 그것들의 해결책은 모두 인간의 책임 영역 밖에 놓여있다. 모두 ‘그리스도의 구속’으로만 해결 가능하다.

‘자범죄’라고 하니, 인간이 해결 가능한 ‘사사로운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앞서 언급한 K목사도 그들 중 하나다. 반면 그들은 역사적이고 공적인 ‘원죄’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원죄’만 역사적이고 공적(公的)인 것이 아니라, ‘자범죄’ 역시 그러하다. 물론 내용상으론 개인의 ‘사사로운 죄’가 그것의 주(主)를 이루지만, 그것의 뿌리는 역시 ‘원죄’이다.

그들의 혼란은 ‘칭의(justification)와 성화(sanctification)’의 관계 설정을 잘못한 이들이 ‘성화’를 ‘칭의의 조건’으로 삼았듯, ‘성화’를 ‘자범죄의 해결책’쯤으로 잘못 생각한 데서 나온 결과이다.

예컨대 성화를 많이 이루면 자범죄가 상쇄된다고 생각한다. 율법주의에 근거한 성화론이다. 그러나 ‘성화’는 ‘원죄’뿐만 아니라 ‘자범죄’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성화’는 ‘원·자범죄(原自犯罪)’를 해결받은 자에게 따르는 열매이다.

‘칭의’가 성화를 낳지만 ‘성화’는 칭의를 뚫고 들어가지 못하듯, ‘성화’로 ‘원·자범죄(原自犯罪)’를 뚫을 수 없다. 성화로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마차를 말 앞에 두는 것’과 같다.

‘성화’란 그리스도의 구속을 받은 자가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구속받은 자 답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그리스도를 믿어 하나님의 아들이 된 자들이 그의 아들답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마 5:44-45).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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