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칼럼] 성령세례의 양 차원

|  

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114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 성경 말씀

무릇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우리는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 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뇨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심과 같이 우리로 또한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함이니라(롬 6:3-4)

1.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의 차원이 있습니다.

성령세례는 두 가지 차원으로 분류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의 차원’은 일반적으로 성경에 명확하게 그리고 획일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로마서 6장 1-10절이나 고린도전서 12장 13절과 같은 구절들은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의 차원을 획일적으로 다룬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도 반드시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의 차원만 제시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누가복음이나 사도행전의 ‘성령의 권능’, ‘성령 받는 것’, ‘성령이 임함’ 등에 대한 기록들은 성령세례의 경험적 차원에 더욱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서, 반드시 획일적이라고는 볼 수 없게 여러 다양한 양상들을 보여줍니다.

아볼로가 고린도에 있을 때에 바울이 윗지방으로 다녀 에베소에 와서 어떤 제자들을 만나 이르되 너희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느냐 이르되 아니라 우리는 성령이 계심도 듣지 못하였노라 바울이 이르되 그러면 너희가 무슨 세례를 받았느냐 대답하되 요한의 세례니라 바울이 이르되 요한이 회개의 세례를 베풀며 백성에게 말하되 내 뒤에 오시는 이를 믿으라 하였으니 이는 곧 예수라 하거늘 그들이 듣고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니 바울이 그들에게 안수하매 성령이 그들에게 임하시므로 방언도 하고 예언도 하니 모두 열두 사람쯤 되니라(행 19:1-7)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성령세례의 영적 차원’만 강조하다 보면 몇 가지 문제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성령에 대한 조명을 성경 내용의 해석학적 연구에만 의존하고 인간의 신앙 경험의 차원을 간과할 경우, 우리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영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이 간과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신자의 성령 체험이 성경의 영적 사실에 입각한 획일된 양상으로만 일어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성경의 영적 사실의 차원 위에서 다양한 경험적 적용을 일구어내는 작업에 노력해야 할 줄로 압니다. 적어도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복음적 성령운동의 확산과 건전한 성령 연구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2. 성령세례의 경험적 차원이 있습니다.

성령세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spiritual truth)의 차원과 함께 경험(experience)의 차원 역시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영적 사실의 차원과는 달리, 경험의 차원에서의 성령세례는 얼마든지 한번 이상 경험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례’라고 하는 말도 꼭 일회적(一回的)이어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회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령세례를 자꾸 물세례와 연관 짓기 때문입니다. 물세례야 일생에 단 한번만 받으면 충분하지요. 그러나 ‘세례’란 담그고, 가라앉히고, 덮고, 압도하고, 적신다는 등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서, 그것은 ‘시초’나 단 한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한번 성령세례 받은 사람이 전에 받은 것처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성령세례의 능력을 받지 못할 논리적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성령세례나 성령충만이나 실제로는 똑같은 경험을 표현한다고 전제할 때, ‘성령세례는 일회적이요 초기적이며 그 후에는 성령충만의 경험이 반복된다’고 하는 이론도 결국 ‘세례는 반드시 일회적이어야만 한다’는 관념에서 솟아난 것이므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려해야만 할 점은, 신자의 경험에만 호소하는 신앙은 복음적 신앙의 근거를 흐리게 할 때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 치우치게 될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성령세례를 회심의 체험과 구별하는 것은 하나의 경험론적 이원론으로 기울어져 마침내 성령운동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아직 ‘극적인 경험’을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는 성령 체험과 은사의 가능성에 관한 부정적 기대를 심어주게 되는 반면, 그런 경험을 하고 난 자들에게는 과도한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2) 성령 체험을 자신의 믿음의 성취로 생각하는 신자들은 자칫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분하여 영적 엘리트 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교회의 화평을 깨뜨리고 분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자의 주관적 체험에만 강조점을 두다 보면 그릇된 신앙관에 빠질 위험성이 큰 것입니다.

3. 성령세례의 양 차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앞에서 제시한 여섯 가지 유형의 성령세례론은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과 경험의 두 차원을 다루는 ‘성령세례의 양 차원’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전제해야 할 것은, 성령세례라는 경험의 내용이 신자들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죄성의 제거로서의 성령세례를 강조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신자와의 성령의 매개를 통한 십자가의 연합의 진리 속에 이미 포함된 것입니다. 또 봉사의 능력으로서의 성령세례라 할지라도, 그것은 그리스도의 영으로서의 성령이 지닌 능력의 범주를 초월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성령은 이미 거듭날 때 내주하시는 것입니다. 방언의 표적을 중시하는 성령세례라 할지라도, 그 방언 체험이라는 현상은 이미 거듭난 신자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의 나타남(manifestation)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적 사실의 차원에서는 성령세례가 일회적으로 중생과 연관 지어 간결하게 설명을 마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 경험의 차원에서는 반드시 일회적이어야 한다고 제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례라는 말의 용법상, ‘성령에 충만히 세례 되었다’, 또는 ‘성령세례를 받았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신자의 경험의 차원을 볼 때,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성령세례의 다양한 내용인 ‘그리스도와의 연합’, ‘정결’, ‘봉사의 능력’, ‘그리스도의 전인적 통치’, ‘성령의 나타남’ 등이 일생에 걸쳐 단 한 번에 모두 경험되는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면 ‘성령세례의 양 차원’은 신자의 삶속에 실제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이미 중생과 성령세례를 구분하는 교리를 따르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의 차원’이 정말 자기들의 삶속에 적용되고 있는가를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편 중생과 성령세례의 동시성을 강조하는 교리적 노선의 사람들도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세례의 능력이 그들의 삶속에 ‘경험의 차원’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성령세례의 양 차원’에 대한 이해는 한국교회 내의 성령운동의 혼잡함과 성령론에 있어서의 불협화음을 치유함에 있어서 실제적인 적용성을 지닙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해에 근거한 성령운동의 확산을 통해, 우리는 성경에 나타난 복음적 성령세례의 능력을 한국교회 내에 풍성히 구현시켜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 어려운 용어 풀이: 성령세례의 양 차원

현재까지도 한국 개혁주의신학 내에서 해결 짓지 못하고 있는 성령세례론의 양 노선간의 갈등은 ‘성령세례의 양 차원’의 이해를 통해 충분한 조화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느 노선이든지 자기가 지니고 있는 장점은 손상되지 않습니다. 중생과 성령세례의 동시성을 강조하는 노선에서는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의 차원’을 보전하고 있고, 중생과 성령세례를 구분하는 노선에서는 성령세례의 ‘경험의 차원’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상대방 노선의 강조점을 자신의 노선에 용인함에 있어서 무리가 일어날 리 없습니다. 중생과 성령세례를 구분하는 입장에서는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의 차원’에서의 능력을 확인해 나가면 됩니다. 한편 중생과 성령세례의 동시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도 역시 ‘성령세례의 경험의 차원’을 삶속에서 실증해 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 성령사역을 위한 질문

1. 신앙생활에서 ‘성령세례의 영적 차원’만 강조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 성령세례를 회심의 체험과 구별하는 신앙이 자칫하면 하나의 경험론적 이원론으로 기울어질 수 있는 문제점들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성령세례의 양 차원’은 신자의 삶속에 실제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삶의 적용을 위한 기도

1. 그리스도 안에 예비된 성령세례의 영적 사실의 차원을 더욱 풍요롭게 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2. 성령세례의 더 깊은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유튜브 채널 : 배본철
https://www.youtube.com/user/bonjourbay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