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천국이 없으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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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주로 ‘저 하늘 끝’, ‘구름 위’ 등의 상징이 자주 사용된다. ⓒMichael und Maartje on Unsplash

▲천국은 주로 ‘저 하늘 끝’, ‘구름 위’ 등의 상징이 자주 사용된다. ⓒMichael und Maartje on Unsplash

◈기독교의 모든 교리가 부정된다

천국(The kingdom of heaven)은 기독교 신앙의 정점이다. 그러나 기독교역사에서 ‘천국 신앙’은 종종 타계주의(the otherworld-ness)로 오해받거나 암울한 시대를 견디는 도피처 정도로 여겨졌고, 평안의 시대엔 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천국이 부정되면 그것의 모든 교리가 부정되고 신앙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다.

먼저 ‘구원의 시발(始發)’인 ‘거듭남(regeneration)’이 부정된다. ‘거듭난다(요 3:3, regeneration)’는 말은 ‘성령으로(of the Spirit) 난다’는 뜻과 함께, ‘하늘로부터(from the heaven) 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에게 천국이 없으면 아기가 엄마의 자궁(子宮) 없이 태어나는 것과 같고, 그것은 결국 ‘거듭남’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또 그리스도인의 모든 ‘헌신, 봉사’가 ‘천국 지향적’이다. ‘천국 소망’이 그들로 하여금 온갖 헌신과 고난을 마다하지 않게 하며 나중에는 순교까지 무릅쓰게 한다. 이런 그들에게 천국이 없다면 그것들의 지향점이 상실되고, 그들에게서 모든 헌신과 열심을 뺏게 된다.

“천국을 위하여 스스로 된 고자(eunuch, 鼓子)도 있도다(마 19:12)”, “그 나라를 위하여 너희가 또한 고난을 받느니라(살후 1:5)”,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하느니라(마 6:20)”.

그리고 천국은 그리스도인의 ‘구원의 최종 완성지’요 ‘상급의 결산지’이다. 만일 그곳이 없다면 그리스도인의 구원은 미완성인 채로 남고, 그들의 신앙결산과 그에 따른 상급 수납(receiving a reward)도 불가능해진다.

“나를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스려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마 5:11-12)”.

“누구든지 이 계명 중에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또 그같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으리라(마 5:19)”.

그러나 자유주의 신학자들에게는 천국이 없어도 별 문제가 없다. 그들에겐 중생, 구원, 상급의 개념이 어차피 형이상학적인(metaphysical) 것에 불과하고, 천국 역시 가상적인 이데아(hypothetical Idea)이기에, 그것(실재하는 천국) 없이도 얼마든지 그것들의 논의가 가능하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거처가 없어진다

만일 천국이 없다면 삼위일체 하나님의 거처가 없어진다. 성경은 천국을 삼위일체 하나님의 거소(居所)로 말한다.

“하늘에 보좌를 베풀었고 그 보좌 위에 앉으신 이가 있는데(계 4:2)”, “내가 또 보니 보좌(성부)와 네 생물과 장로들 사이에 어린 양(성자)이 섰는데 일찍 죽임을 당한 것 같더라 일곱 뿔과 일곱 눈이 있으니 이 눈은 온 땅에 보내심을 입은 하나님의 일곱 영(성령)이더라(계 5:6)”.

물론 이는 ‘너무 완벽하게 창조돼 그것을 창조한 하나님마저도 그것의 지배를 받는다’는 ‘플라톤의 이데아(Idea of plato)’ 개념 같이, 하나님이 천국이라는 공간의 제한을 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은 ‘거기 계신 동시에 그 너머에도 계신(God is there, also is beyond there)’ 초월적인 분이시다. 그 어떤 것도 그를 제한하거나 가둘 수 없다.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등상이니 너희가 나를 위하여 무슨 집을 지을꼬 나의 안식할 처소가 어디랴(사 66:1)”.

그리고 천국은 성부(聖父)의 나라(마 13:43; 26:29)일 뿐더러 성자(聖子)의 나라(골 1:13)이기도 하다. 성자는 성부와 함께 그곳에 삼위일체로 계시다가 성육신 하셨고(요 3:13, 요일 1:2), 구속을 성취한 후엔 성부가 계신 그곳으로 승천하셨다(요 16:28).

만일 천국이 없다면, 그는 ‘다른 곳’으로 갔든지 아니면, ‘소멸’된 것이기에 그의 승천(昇天)은 거짓말이 된다. 성경은 그가 계셨던 천국으로 올리우셨다고 확언한다. “주 예수께서 말씀을 마치신 후에 하늘로 올리우사 하나님 우편에 앉으시니라(막 16:19)”.

천국이 없다면 그의 재림(the second advent of Christ) 역시 부정된다. 이는 그것의 출발지가 천국이기 때문이다. 그는 승천하여 그곳에 계시다가 지상으로 재림하신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가 말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승천)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재림)을 너희가 보리라 하시니(마 26:64)”.

천국 없이 그리스도가 재림하시는 것은 땅 없이 이륙하는 비행기와 같다. 그는 첫 강림(the first advent) 때처럼, 재림 때도 천국에서 이 땅으로 오신다. “우리는 우리의 구주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곳’에서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빌 3:20)”.

성령 역시 하늘로부터 강림하셨다. 성령은 천국에서 삼위일체로 계시다가 ‘오순절’에 강림하셨다. 만일 천국이 없다면 ‘성령의 강림(the advent of the Holy Spirit)’도 불가능했다.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불의 혀 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행 2:1-3)”.

(하나님의 삼위를 이렇게 자세히 구분지어 말함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삼위의 일체성’을 훼손하려거나 ‘세대주의적인 구분법’을 따르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힌다.)

◈성도의 실존이 부정된다

천국은 그리스도인이 거듭난 본향인 동시에 그리스도와 함께 그곳으로 옮겨져 거처하는 현재적 거소(居所)이다. 그의 몸은 이 땅에 거하지만 거듭난 그의 영(靈)은 천국에 올려졌다.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너희가 은혜로 구원을 얻은 것이라) 또 함께 일으키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하늘에 앉히시니(엡 2:5-6)”.

물론 이는 거듭난 그의 영(靈)과 육체(肉體)가 분리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의 거듭난 영혼이 절대 안전하다(요일 5:17)는 것과 함께, 이 땅에서 천국생활을 맛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만일 천국이 없다면 내 거듭난 영혼이 거할 안전한 처소도, 현재적인 천국 생활도 없게 된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천국은 미증유의 세계만이 아닌 성령으로 말미암은 ‘현재적이고 내재적인 경험적(present and immanent experience) 세계’임을 말했다.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 12:28)”,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17)”.

그것은 성령으로 말미암은 복음적 경험이다(마 5:3). 이 복음적 천국 경험은 불건전한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이나 ‘천국방문(visit to heaven)’같은 것에 견줄 수 없는 ‘오류 제로(zero error)’의 ‘초월적이고도 확실한 경험’이다. 이러한 천국의 현재적 경험이 그리스도인에게 그곳에의 갈망을 부추기고 천국지향적인 신앙생활을 하도록 이끈다.

마지막으로 천국은 성도가 죽은 후 그의 영혼이 머물 곳이다(이는 거듭난 영혼이 천국으로 올려진 것과는 구분된다).

예수님이 승천하실 때 “내가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요 14:2-3)”고 한 것은 구원받은 성도의 영혼이 사후에 머물 처소(천국)의 준비를 의미했다.

그리스도인의 사망 후 ‘그의 신체(body)’는 그것의 근원인 흙으로 돌아가고(창 3:19, 시 104:29) ‘그의 영혼(soul)’은 천국(낙원)으로 올라간다(전 3:21, 눅 23:43).

만일 천국이 없다면 구원받은 성도의 영혼이 있을 곳이 없게 되며, ‘영혼 불멸(immortality)’사상은 부정되고, 유물론자들의 주장이 옳게 된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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