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까지도 용서하고 사랑으로 다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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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12)]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James L.W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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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사람들은 주는 것보다 받기를 좋아한다. 움켜쥐려고 하는 건 자기애(self-loving)의 또 다른 이름이며, 이것은 타락한 인간의 본성이다. 인류의 조상은 선악과를 ‘움켜쥐는’ 첫 범죄를 저질렀다. 그 후로 모든 인간들은 움켜쥐려는 죄성을 타고난다.

그러나 둘째 아담이자 마지막 아담인 그리스도는 정반대이다. 움켜쥐기는커녕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는 말씀을 남기셨다. 따라서 그분 안에 있는 우리는 남에게 받기보다는 주기를 좋아해야 한다.

그 분은 스무 살의 한 청년을 그렇게 빚어가셨다. 원래는 움켜쥐기를 좋아했지만, 어느덧 주는 기쁨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 많이 가진 것과 상관없이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걸 터득하고 있었다.

1999년 마지막 달이었다. 그 청년은 크리스마스 전날 아이들에게 복음과 선물을 나눠 주려고 마음먹었다. 신문배달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구독자 집안의 경제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평소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기억해 뒀다가, 마침내 기회가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주려고 결심했다.

일단 월급의 일부를 떼어 여러 가지 선물을 샀다. 그러고 나서 신문지국의 오토바이를 빌려 성탄절 전날 밤에 온 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려고 밤늦게 ‘작전’을 수행하였다.

집집마다 대문 너머로 복음 메시지가 담긴 카드와 예쁜 선물을 던져 넣으면서, 선물을 받는 아이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하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그의 이러한 마음에 동참이라도 하듯,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빛을 환하게 발하면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대망의 2000년이 밝아왔다. 다들 밀레니엄(millennium) 시대가 도래했다고 들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새해에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힘든 이웃에게 조그마한 정성을 나누려고 노력했다. 특히 지적장애 친구들에게 그의 눈이 자주 쏠렸다. 되도록 그런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힘썼다.

어느 날 그는 용문이라는 중학생을 알게 되었다. 이 친구도 지적장애가 있어,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용문이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있어, 성도들의 위로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는 용문이를 한 번씩 자취방으로 데려와서 따뜻한 밥을 해 먹이며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깨닫게 해 주었다.

용문이 외에 또 다른 녀석이 있었다. 이 친구는 ‘펩시맨’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아마 콜라 색깔처럼 얼굴이 시커멓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펩시맨은 정말 그 동네의 명물이었다. 막 개업한 가게 앞에서 홍보 도우미들이 춤을 추며 낭랑한 목소리로 홍보 행사를 하면, 펩시맨도 그 앞에서 덩달아 춤을 추곤 했다. 오히려 이 친구의 기괴한 행동 때문에 행인들이 개업한 가게를 한 번 더 쳐다보는 듯했다.

펩시맨과 친해진 그는 가끔씩 자취방으로 초대해 저녁을 같이 먹었다. 펩시맨도 지적장애가 있어서 한 번씩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했다. 어느 날 자취방에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했는데, 정말 희한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율아, 오늘 내가 9시에 일 마치니까 7시에 보자. 알겠지? 저녁에 맛있는 거 해 줘야 돼!​”

“뭐라고? 아… 아무튼 7시에 보… 보자는 말이지?”

펩시맨의 말은 앞뒤가 안 맞아서 해석의 단계를 거쳐야 했다. 아무튼 저녁에 펩시맨을 극진히 대접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방 청소를 하다, 지갑에 돈이 몽땅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펩시맨이 범인이었다.

일주일 뒤에 그는 또다시 펩시맨을 자취방으로 초대했다.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이 친구를 방 안에 들여놓고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방 안에서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재빨리 문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이 녀석이 옷자락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야, 펩시맨! 지… 지난번에도 니가 내 지… 지갑에 있는 돈 몽땅 훔… 훔쳐갔지?”​

“어, 그게…. 친구야, 정말 미안하다. 한 번만 용서해 주라.”​

“내 성질 같았으면 바로 경… 경찰서로 끌고 가고 싶지만, 하나님이 나를 용서하신 대로 나도 너를 용… 용서할 테니까, 다음부턴 절대 이런 짓 하지 마라! 잘 알… 알아들었지?​”

그는 그 후로도 펩시맨을 초대해서 종종 저녁을 같이 먹었다. 주님 안에서 이전처럼 다시 잘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왠지 그런 범죄자까지 용서하여 사랑으로 다스리기를 주께서 원하시는 것 같았다.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하니, 이 세상에서 바보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떠올렸다. 죄가 없으신 그분이 도리어 우리의 죄를 지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은 누가 봐도 ‘바보’였다.

그러나 주님의 그런 모습은 마침내 원수까지 용서하게 하는 가장 위대한 사랑이었다. 십자가의 그 사랑이 계속해서 그의 일상을 지배하기를 원했다.

21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바보처럼 살기 원한다. 남들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주 골라서 한다. 그때는 힘든 사람들을 찾아서 섬겼다면, 지금은 힘든 선교지와 교회들을 어떻게 하면 섬길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오해도 간혹 받는다. 뭔가 다른 계산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면서.

하지만 그때 깨달은 말씀을 아직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을 그는 정말로 믿는다!

그 복은 일상 중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주어지고 있다. 다양한 모양이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인지 많은 이들이 보고 느낀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면 우리 모두가 주는 일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하지 않겠는가?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권율 목사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현재 부산 세계로병원 원목(협력)으로 섬기면서 여러 모양으로 국내선교를 감당하는 중이며, 매년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강사로도 섬기고 있다.

저서는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 <연애 신학> 등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외 3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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