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강화에 中 위구르족 고용 중단 사례 늘어나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강제노동 문제 심각성 인식 확산 중

▲중국 렌즈테크놀로지 사옥.   ⓒ렌즈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중국 렌즈테크놀로지 사옥. ⓒ렌즈테크놀로지 홈페이지

미국이 신장 위구르족 강제노동 문제로 이 지역과 연관된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위구르족 노동력 사용을 중단하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20일(현지시각) “중국 정부가 운영 중인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에서 이탈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은 신장 지역 위구르족을 집단으로 직업 훈련을 시킨 후, 중국 내 각 지역의 공장으로 대량 이동시켜 근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국 기업에서는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위구르인을 고용할 경우, 안정적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 보조금까지 받는다.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 내 빈곤 퇴치를 명목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이 취업 프로그램이 위구르족을 사실상 거주지에서 쫓아내는 강제노동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애플에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는 중국 업체 렌즈테크놀로지가 위구르족 고용을 중단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현직 관계자와 공장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했던 노동자 2천여 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작년 여름까지 계약을 해지한 노동자만 4백여 명에 달하며, 회사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근로자에게 1인당 1,500달러(약 170만 원)에서 2,900달러(약 330만 원) 가량의 위약금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안에 위구르인을 신규 채용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미국에서 위생 마스크를 판매하는 허베이 하이신 그룹, 나이키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태광실업 중국 공장 등도, 위구르족 노동자들과 재개약하지 않거나 기존 노동자들을 돌려보냈다.

이와 관련, WSJ은 “이들 기업이 위구르인 취업 프로그램에서 얻는 보조금 혜택에도 불구하고 위구르인 고용을 중단한 것은, 자칫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국제사회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서방 기업들은 최근 중국 내 공급망 점검을 실시 중이며, 일부 기업들은 별도 조사단을 꾸려 자사 공급망에 위구르족 강제노동 문제가 개입되었는지 조사를 진행하는 등, 신장 지역과 관련된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주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수입을 전면 차단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미 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물품의 수입은 모두 차단되고, 수입 업체는 강제 노동에 따른 생산품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 대한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는 가운데 신장 지역 내 생산품에 강제노동 문제가 개입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 기업들이 이 지역과 관련된 모든 기업들과 협력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취업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얻은 위구르족 노동자들까지 해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선임 연구원인 마야 웡은 “중국 기업들은 스캔들을 피하는데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위구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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