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vs “불교의례나 법회 아냐”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23일 전북 금산사 월주스님 빈소에서 ‘합장’을 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 전 감사원장은 기독교인이자 장로 직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정치인이 공식적인 목적으로 타 종교를 방문할 때마다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됐다. 타 종교의 의례를 따를 경우 신앙을 지키지 않았다는, 그렇지 않을 때는 ‘종교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최 전 원장의 합장을 두고 비판하는 이들은 ‘정치인이라지만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했다. 크리스천 유튜버 책읽는사자는 “불교 의례를 전혀 모르지만 합장의 의미를 찾아보니 일상적 인사법이라고도 하고, 불타와 보살에 대한 예배의 방법이라고도 한다”며 “추모하고 싶으면 기도하면 되는데 굳이 이렇게 했어야 했나. 아닌 건 아닌 것”이라고 했다.
반면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울산대 이정훈 교수(엘정책연구원)는 “합장은 태국 가서 현지인에게 ‘사와디~캅’ 할 때 하는 것 같은 그냥 인사법”이라며 “태국선교사들도 태국인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합장하고 인사할 수 있다. 절에 가서 불교의례나 법회에 참석해 합장-반배-삼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상숭배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논란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석가탄신일 행사인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을 때도 있었다. 당시 황 전 대표는 합장과 반배를 하지 않고 조용히 기도만 했다.
이정훈 교수는 “봉축법요식이었다면, 분명히 삼귀의례를 했을 것이다. ‘삼귀의’란 불(부처)-법(진리, 가르침)-승(승가)에 귀의한다고 예를 표하는 종교의식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부처에 귀의할 수 없기에, 공손하게 손을 모은 자세로 합장과 반배를 하지 않은 황 대표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황 전 대표는 이후 불교계와의 일반적인 만남에서는 합장을 하기도 했다.
반면 이낙연 전 총리는 4.15 총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위례 상월선원을 방문해 일반적인 합장이 아닌 불상 앞에서 ‘큰절(삼배)’를 해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다른 종교에 예를 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진실되게 넙죽 절을 하더라”며 “보통 불교 인사법은 불상 앞에서도 사람 앞에서도 합장일 텐데, 자신의 종교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