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장로회 “평등법 철회에 동의한 적 없다”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명의 도용됐다며 정정과 사과 요구

▲한국기독교장로회 로고

▲한국기독교장로회 로고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가 지난 7월 28일 ‘평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 반대 및 철회 촉구 성명을 발표한 것과 관련,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이건희, 이하 기장) 측이 “우리 교단은 동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기장 측은 3일 입장문에서 “그 성명을 채택한 7월 20일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정례모임에 본 교단을 대표하는 그 누구도 참석한 바 없거니와 이후 동의를 구하는 절차 또한 일체 없었다”며 “이는 명백히 본 교단의 의사와 상관없이 명의가 임의로 도용된 경우”라고 했다.

이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충분한 숙의와 더불어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며 “평등법 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그 논의의 기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이를 반기며, 그간 14년간 미뤄져 왔던 사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충분히 다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천명한다. 아울러 이미 명의가 도용되고 언론에 보도된 사태에 대해서 해당 기관(정정과 사과 공표)과 언론사(정정 보도)에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지난 7월 28일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우리는‘평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반대하고 법률안의 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에 연명된 23개 교단 가운데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가 포함되어 있어, 그 성명의 취지에 동의한 것으로 오인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 성명을 채택한 7월 20일 한국교회교단장회의정례모임에 본 교단을 대표하는 그 누구도 참석한 바 없거니와 이후 동의를 구하는 절차 또한 일체 없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명백히 본 교단의 의사와 상관없이 명의가 임의로 도용된 경우입니다. 어떤 경우든 예외 없지만 특히 논란이 되는 첨예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천명할 경우 더더욱 신중하게 구성원들에게 동의 절차를 구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절차 없이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실로 유감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해 7월 1일 교회와 사회위원회 명의로<모두의 평등한 삶을 위하여 차별은 금지되어야 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105회 총회와 이후 실행위원회 등을 통해 사후 보고 절차에 관한 문제가 지적되었을 뿐 해당 입장에 대한 철회나 번복 결의가 이뤄진 바 없습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평등법 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관한 찬성과 반대 상호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건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충분한 숙의와 더불어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합니다. 평등법 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그 논의의 기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이를 반기며, 그간 14년간 미뤄져왔던 사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충분히 다뤄지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교회와 시민 사회에서도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해당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그 논의조차 가로막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천명합니다. 아울러 이미 명의가 도용되고 언론에 보도된 사태에 대해서 해당기관(정정과 사과 공표)과 언론사(정정 보도)에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2021년 8월 3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총회장 이건희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총회 총무 김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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