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난민 캠프 참상 속… 교회 10개 세워져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순교자의소리 “교회는 최적의 여건 아닌 혼돈 속에 탄생”

▲에리트레아오 에티오피아 사이에 있는 티그레이 지역.

▲에리트레아오 에티오피아 사이에 있는 티그레이 지역.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Tigray)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9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유엔 에리트레아 인권 특별조사관이 해당 지역의 파괴된 난민 캠프 두 곳에서 도망친 에리트레아 기독교인들의 참혹한 사정을 전하는 한편, 이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 Korea)는 이 같은 참상 속에서도 새 생명이 피어난 것에 주목했다. 그 새 생명이란 바로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난민들이 난민 캠프 밖에서 자신들의 삶을 다시 추스리기 시작하면서 생긴 10개의 새로운 교회다.

VOM Korea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우리는 보통, 최적의 사회적 여건이 갖춰졌을 때 교회를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약성경은 마치 교회가 별처럼,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구름 속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아 탄생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새로운 난민 교회에 지금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숙 폴리 대표는 세계 다른 지역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교회 개척을 순진하게 혹은 이상적으로 축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녀는 “새롭게 교회를 이룬 이 에리트레아 기독교 난민들은 그리스도를 의지함으로 서로 하나가 된다. 그리스도에 대한 그런 절대적 의존을 체험해 본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을 것이다. 새로 생긴 이 열 교회 성도들은 서로에게 매달리고 하나님께 매달린다. 그들 삶의 다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쪼개지고 불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이들은 다락방의 제자들처럼 잠긴 문 뒤에서 모인다. 어느 도시에 가서 어떤 방을 얻어도 마찬가지다. 남은 것은 말씀밖에 없으므로 이들은 말씀으로 서로 격려한다. 난민들이 많이 도피하는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에리트레아 난민들은 다른 사람과 ‘융화’되기가 불가능하다. 에티오피아 북동부 분쟁으로 민족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따라서 티그레이족과 에리트레아 시민권자 개신교 기독교인들이 무슬림과 정교회 소속 다수 인종 집단에게 깊은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심지어는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웃에 사는 경우에 난민 기독교인들은 그들에게서 숨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2019년 에티오피아 티그레이 지역으로 피신한 에리트레아 난민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회복 훈련을 시키고 있는 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 대표.

▲2019년 에티오피아 티그레이 지역으로 피신한 에리트레아 난민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회복 훈련을 시키고 있는 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 대표.

현숙 폴리 대표는 히사츠(Histsats) 난민캠프와 시멜바(Shimelba) 난민 캠프가 파괴되면서 거처를 잃고 쫓겨난 에리트레아 난민 2만 5천명의 상황과 관련, 무함마드 압델살람 바비커(Mohamed Abdelsalam Babiker) 에리트레아 인권 유엔 특별조사관이 보고한 내용이, 순교자의소리가 장기간 협력해 온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 동역자들에게서 받은 보고와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현숙 폴리 대표는 “지난 6월, 유엔 특별조사관은 목격자들의 증언 뿐 아니라 유엔 난민위원회 고등판무관의 현지 보고서를 토대로 자신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리트레아 군대가 에티오피아 국가 방위군(Ethiopian National Defense Forces)과 동맹을 맺고 싸우며 이 난민 캠프들을 끔찍한 학대의 ‘특정 표적’으로 삼는 사건이 ‘명백하고도 지속적인 패턴’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신속히 조사해줄 것을 유엔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녀에 따르면, 유엔 특별조사관은 “에리트레아 난민이 ‘식량, 물, 의료품, 기타 기본 생필품 없이 몇 달 동안 방치된’ 후에 2만 명이나 실종되었고, 성적, 성별에 근거한 폭력과 티그레이 지역 에리트레아 난민을 대상으로 한 납치, 살해, 공격, 도피 금지에 대한 끔찍한 보고들 때문에 이렇게 구체적으로 ‘경종’을 울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티그레이 지역 현장 사역자의 보고가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며 “그 사역자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로 피신한 수천 명의 에리트레아인이 에리트레아 정부에 의해 다시 에리트레아로 끌려갔다. 그들 일부는 기독교인이다. 에리트레아에 도착한 뒤에 그들 일부는 감옥으로 보내졌고, 일부는 에티오피아로 가기 전에 군인이었으므로 다시 군대에 징집되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또 다른 에리트레아 난민 수천 명이 에티오피아의 여러 도시로 피신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새로 생긴 에리트레아 난민 교회 10곳은 이런 대규모 난민 무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그리스도의 백성들을 위로하고 계신다. 그분께서는 이 난민들뿐 아니라 이 분쟁 때문에 삶이 완전히 바뀐 이들을 위로하고 계신다.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들고 있다. 그들은 교회에서 슬퍼하고 있다. 시신들을 교회로 운구하여 대규모 묘지에 매장한다. 그리스도는 사람들이 소망을 얻을 수 있도록 계속 길을 만들어 주신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2021년 현재까지, 에티오피아로 피신한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난민과 에리트레아에 수감되어 있거나 그곳에서 순교한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가족을 돕기 위해 순교자의소리에서 1,350만 원을 보냈고, 올해 3분기와 4분기에도 한국교회 성도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추가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달 ‘순교자 및 수감자 가정 지원’ 사역에 들어오는 기금은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에리트레아 사역에 사용된다.

*티그레이 지역의 난민 캠프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eVYhOE5hD4

순교자의 소리는 2017년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난민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에리트레아 난민 캠프를 영상에 담았다. 그 지역의 에리트레아 난민 캠프 네 곳 가운데 두 곳은 현재 진행 중인 분쟁으로 파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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