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율법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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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자기 영광을 위해 율법주의자는 구원하지 않으심

하나님은 자기가 절망적인 죄인임을 알고 그리스도만을 의지하는 자를 구원하시고 자기 의(義)로 구원 얻으려는 율법주의자(a legalist)는 구원하시지 않는다(마 23:15).

물론 동시대인들에게 바리새인들(pharisees)이 그렇게 비쳤듯, 자기 의를 추구하는 율법주의자의 진지함이 겉으론 매우 신앙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 의(self- righteousness)로 율법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 곧‘반(反) 신앙, 반(反)하나님 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자기 영광 추구자(a self-glory seeker)’인 하나님이 이렇게 ‘반(反) 하나님적인 자들’을 구원하실 리 없다.

이것이 ‘인간의 의(義)’를 ‘신의 동정(the sympathy of God)’을 살 만한 일로 여기는, 소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는 것을 슬로건(motto)으로 삼는 세상의 종교관과는 구별되는 점이다.

유독 기독교는 ‘인간의 의’를 독약으로 여긴다. 이는 그것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을 잠식시키기 때문이다.

만일 하나님이 그리스도가 아닌 자기 의(義)를 의지하는 자를 구원하시면 그것은 기독교의 대전제인 ‘하나님의 영광’과 배치된다.

하나님이 ‘죄인을 구원하는 목적’이 자기 영광을 위함이듯(시 79:9), ‘죄인을 구원하지 않는 목적’역시 동일하다. 그는 ‘자기 의(self- righteousness)’를 신뢰하는 자를 구원하므로 자기 영광을 손상시키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으신다.

또한 그것은(자기 의를 신뢰하는 자를 구원하시는 것은)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버리신 성자 그리스도의 죽음을 헛되게 하고(갈 2:21), 나아가 그의 죽음을 ‘죄인의 그것’으로 만드는 신성모독이기에 결코 하나님은 그런 자들을 구원하실 수 없다.

하나님은 성자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화롭게 하는 구원 방식, 곧 ‘예수 믿어 구원 얻는’ 방식을 채택하심으로 ‘삼위일체의 영광(the glory of the Trinity)’을 위하셨다.

◈율법은 무능할 뿐더러 해롭기까지 하다

‘율법이 무능(無能)하다’ 함은 죄인이 아무리 그것을 성취하려 해도 안 된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유일하게 율법 성취가 가능한 성자 그리스도에게만 율법이 유능(有能)하다). 이처럼 ‘율법의 무능’은 ‘죄인의 무능’과 맞물린다.

따라서 그 말의 정확한 의미는 ‘율법 자체의 무능’을 의미하기보단, ‘죄인에게 율법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함이 옳다.

‘율법’이 ‘구원의 능력(롬 1:16)인 복음’, ‘칭의의 통로인 믿음(갈 2:16)’과 대척점에 서서 죄인에게 오직 ‘정죄와 심판’만 갖다 준다는(갈 3:11) 점에서, 죄인에게 율법은 ‘무능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죄인들은 ‘율법’이 그들에게 ‘의와 구원’을 줄 것으로 생각하여 율법에 목을 맨다. 그러나 언제나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빈손이다.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를 공수로 보내셨도다(눅 1:53)”라는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는 “자기 의의 결핍을 인정하는 자(주리는 자)를 의(義, 좋은 것)로 배불리시고, 자기 의로 율법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자(부자)를 공수로 보내셨다”는 말이다.

그리고 ‘율법’은 무능할 뿐더러 그것을 붙드는 자에게 해악(害惡)이기까지 하다. 이 말 역시 사용상 주의가 필요하다.

율법 자체는 절대적으로 선하고 의롭다(롬 7:12). 그것이 성취되는 곳에 ‘의, 구원, 영생’이 따르고, 몽학선생이 되어 죄인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한다(갈 3:24).

이는 ‘율법을 법 있게 쓰는’ 한, ‘의롭고 선하다(딤전 1:8)’는 뜻이다. 그러나 율법이 오용될 때, 그것은 자신을 죄, 사망, 저주에 빠뜨리는 ‘저주거리 해악’이 된다. 물론 그들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나름, ‘의’를 이루어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 함을 받으려는 순수한 마음(?)의 발현인데, 결과는 언제나 정반대로 나타난다. 이는 그 바탕에 그들의 ‘자기 의의 신뢰’와 ‘삼위일체 그리스도에 대한 무의식적인 적의’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심장을 살피며 폐부를 시험하시는 하나님(렘 17:10)”이 그들의 숨겨진 의도를 모르실 리 없다. 이런 죄인의 숨겨진 의도는 이미 하나님을 향한 유대인들의 열심에서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율법에 대한 그들의 열심’이 ‘하나님 영광’의 발로처럼 보였지만, 사실 거기엔 그것들(자기 의의 신뢰와 그리스도에 대한 적개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희가 하나님께 열심이 있으나 지식을 좇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의를 복종치 아니하였느니라(롬 10:2-3).”

사도 바울 역시 과거 자기가 유대교도였을 때 하나님과 자신을 위해 열심으로 율법의 완전을 도모했던 것이 위선으로 점철된 ‘저주거리 해악’이었음을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새롭게 깨달았다.

“열심으로는 교회를 핍박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로라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기노라(빌 3:6-8).”

여기서 그가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기노라”는 죄인이 ‘율법으로 구원을 얻으려고 하면 할수록 구원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율법의 해악(害惡)’를 말한 것이다.

늪(swamp)에 빠진 자가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깊이 빠지듯, 죄인이 율법으로 구원을 얻으려 할수록 그리스도에게서 더욱 멀어진다는 뜻이다.

◈율법의 두 얼굴

율법은 그것이 완전하신 성자 그리스도께 적용될 땐 무한히 의롭고 영광스럽다. 이는 그가 율법을 성취함으로 본래 그것이 의도한 목적에 도달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인이 자신의 율법적 의로 의롭다 함을 받으려 할 땐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을 율법아래 두어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한다.

“무릇 율법 행위에 속한 자들은 저주 아래 있나니 기록된 바 누구든지 율법 책에 기록된 대로 온갖 일을 항상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 아래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갈 3:10).”

“우리가 알거니와 무릇 율법이 말하는 바는 율법 아래 있는 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니 이는 모든 입을 막고 온 세상으로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게 하려 함이니라(롬 3:19).”

이런 점에서 율법은 ‘뜨거운 감자(hot potato)’이며, ‘두 얼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죄인이 율법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안전할 수(의롭다함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것의 완성자이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서이다(롬 10:4).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그러므로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줄 우리가 인정하노라(롬 3:20, 28).”

따라서 죄인이 진정으로 ‘율법을 의지하는 길’은 율법의 마침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율법의 마침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미완성의 율법’을 의지하는 것은 오히려 율법을 훼방하여 저주를 불러온다.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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