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역’ 주로 많이 했던 선교 현장, 이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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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선교칼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이제는 노령 선교에 접어든 러시아 현장
5-10년이면 모든 것 내려놓아야 하는데
사역과 건물 감당할 ‘일꾼, 제자’가 없다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이 작품은 미국의 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장편소설로, 스페인 내전을 무대로 로버트 조던과 마리아의 사랑을 그린 내용이다. 제목은 17세기 영국 성공회 성직자인 존 던 신부가 쓴 시의 구절을 인용했으며, 1939년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1940년 발표했다.

“반 파시스트 군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로버트 조던은 아주 중요한 교량을 폭파하는 임무를 받는다. 그런데 작전 중에 적의 전략이 바뀌어 조던이 맡은 임무가 무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본부와 연락이 끊겨 작전을 진행하게 되고, 쓸데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다리를 폭파한다. 결국 작전 중에 중상을 입고 죽음에 임하게 된다.”

필자는 요즘 노령화되는 한국교회와 선교 현장을 바라보면서,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 글의 목적은 한국 선교가 방향을 수정하고 차세대 사역자들에게 귀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인데, 혹시 혹자에게 누가 될까 싶어 매우 조심스럽다.

한국인의 선교는 알려진 대로 대략 이렇다. 선교사 파송→ 3개월, 6개월, 1년 이내에 교회개척 사역→ 잘하는 사람은 제1교회, 제2교회, 제3교회→ 건축 진행→ 신학교 사역 등, 교회와 건물을 중심으로 사역이 돌아가게 된다. 이것이 한국 선교의 패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 사역은 짧게 1-2년, 길게는 10여년에 걸쳐 진행하게 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건축에 온 시간과 열정과 재정을 쏟아붓게 되고, 완성되지 못한 건물을 보면서 언제 완성할까 마음의 소원을 품고 기도하게 된다.

한국인 선교사들이 짓는 건축물은 대부분 매우 규모가 크다. 건물은 지역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높은 실내 공간과 함께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느낄 만큼 큰 건물을 짓게 된다.

생각할 것은 왜 그렇게 크게 지어야 하고, 실내는 왜 그렇게 높게 지어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결정은 한국 후원 교회와 선교사의 판단이겠지만, 현장의 반기독교 정서와 문화, 매우 혹독한 겨울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선교의 목적이 건물이나 현지인 대상 목회가 아니라면, 좀 달라져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부분은 크게 지으면 교회가 부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기도하면서 노력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선교는 환상이나 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성령충만, 기도충만으로(오해금지) 선교를 이룬다면, 세계는 벌써 복음화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 않는가?

어떤 이는 매우 어렵게 건축하고, 어떤 이는 풍성한 후원으로 건축한다. 그래서 진행되는 사역은 무엇인가? 모범적으로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이 많이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수 억원에서 수십 억원을 투자하여 건축을 하였는데, 건축 이후 현장은 어떠한가? 100km 떨어진 깊은 산속에 기도원?

한국교회에서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여 매우 큰 건축을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20여년의 세월은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그냥 관리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건물들을 1년에 한두 번만 사용한다면,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했단 말인가?

전형적인 ‘한국형 선교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실례인데,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건물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사역인지, 현장 선교사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도심에 세워진 건축물은 어떠한가? 신학교라고 해서 엄청난 건물을 매입하여 보수하였지만, 10여년 후인 지금은 학생들이 없어 결국은 건물 보수 관리하는 일에민 엄청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주일날 교회로 이용하는 것을 빼면, 이제 보수공사, 세금 문제, 전기세, 난방비 등으로 인하여 상당히 많은 지출이 계속되고 있다. 재정이야 어떤 식으로든지 마련하겠지만.

한두 건이 아닌 수많은 사례를 보고 있다. 다 알아서 제 갈 길로 가겠지만, 한국교회의 기도와 눈물로 헌금하고 열정적으로 보낸 선교비라면, 책임 있는 사역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러시아는 이제 노령 선교에 접어든 현장이다. 필자가 속한 선교부의 경우, 20여 년간 한 사람도 들어오지 않았다. 대부분 다른 교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제 5년, 10년이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건물을 법인화시켜서 관리하면 되지 않는가? 그러나 현재 많은 현지 교회들이 오히려 법인을 취소하고 있다. 그러면 건물을 현지인 명의로 하되 수십 명을 공동으로 등록하여 건물을 보호하고, 사유화 방지 혹은 매매 방지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현장을 모르는 참 순진한 생각이다.

모든 일의 문제는 ‘나를 대신하여’ 사역을 감당하고 건물을 감당할 만한 ‘일꾼’, ‘제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10년을 함께 사역하였지만 한 마디로 신뢰하기 어렵고, 부교역자로 일은 잘 시켰는데 제자라고 하기에는 좀…, 그리고 재산, 건물을 맡기기에는 더욱 더.

그런데 이제 곧 모든 일을 정리하여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제자는 2-3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래서인지 몰라도 자식들에게 건물을 이양하려는 것도 생각해보지만, 그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자식의 인생은 부르심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기에 오해가 없기를.)

현재 다들 이러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보기에 참으로 딱하다. 건물은 큰데 끝없는 보수공사. 그 많은 재정이 투자되었는데, 하는 일은?

이제 나이들어 병들고, 코로나로 사역이 멈추고, 현장을 떠나야 할 시점이 되고, 후배들은 들어오지 않고, 현장에 믿을 만한 제자들은 양육되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암담한 상황인 것을. (너무 비관적인가? 아니, 현실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이런 생각과 고민, 자기 의를 위한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건물에서 무슨 의가 나오겠는가? 자기 자랑, 그것은 한때 폼잡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잠깐이고.

한국 선교는 ‘건물 사역’을 아주 많이 하였다. 지금껏 그렇게 하고 있는 곳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필자는 선교단체, 선교기관,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건물 사역이 아니라 나 대신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책임 있고 믿을 만한 일꾼’을 키우는 일에 ‘모든 열정’을 다하라고 권한다.

할 일은 많고, 와서 도우라고 손짓하는 곳도 수없이 많다. 현장은 언제나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한 곳으로 찾아가 그들의 필요를 ‘지혜롭게’ 채워야 한다. 그것 때문에 현장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뒤로 하고 ‘건물 사역에 재정과 시간과 건강을 소비’하고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제 대체로 한국교회도 어려워지니 말도 없이 후원 중단하는 일이 아주 흔하다. 그래서 매우 전략적인 사역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한다.

기드온 300용사가 필요한 곳이 현장이다. 선교사는 병사가 아니라고 나는 늘상 말한다. ‘장군’으로 보냈는데 ‘사병의 일’을 감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후회한들, 공허한 탄식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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