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전하다 핍박당할 때도, ‘찬송’ 부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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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14)] ‘따라쟁이’를 만들어 내는 참 교육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고전교육 학교 Logos School의 설립자인 더글라스 윌슨(Douglas Wilson)은 교육을 이렇게 정의했다.

“교육이란, 한 사람이 하나님을 섬기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다른 모든 우상들과 싸우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기독교 고전교육의 내용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교육의 방식과 상황은 변해도, 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독교 교육에 있어 최고의 ‘고전’인 성경을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의 지향점과 원리가 성경에 들어 있다. 그때와 지금의 교육적 컨텍스트는 전혀 다르지만, 윌슨이 말한 교육이 성공한 사례는 성경에 분명하게 소개된다.

사도 바울은 자신을 가리켜 복음의 “선포자와 사도와 교사”라고 말했다(딤후 1:11). 물론 이때 말하는 교사는 복음적 교리를 바르게 가르치고 전수하는 오늘날의 신학교 교수에 가깝다.

그럼에도 기독교 교육 또는 교회 교육의 내용이 그를 통해 다음 세대에 잘 전수되었다는 맥락에서, 교사로서의 그의 모범은 오늘날 다음 세대의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필자가 바울을 통해 발견한 교육의 원리는 ‘따라쟁이들’을 양산하는 것이다. 디모데후서 3장에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안디옥과 이고니온과 루스드라에서 당한 일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 성읍들에서 복음 전하다가 얼마나 고된 일을 당했는지 사도행전 13-14장에 구체적으로 나온다.

바울은 이런 끔찍한 순간들을 디모데에게 상기시키면서 이렇게 말한다. “네가 과연 보고 알았거니와!”(딤후 3:11). 그런데 헬라어 원문에는 “그러나 너는 잘 따랐다”(But you have carefully followed, NKJV)라고 되어 있다.

디모데가 무엇을 잘 따랐다는 말인가? 바울의 “교훈과 행실과 의향과 믿음과 오래 참음과 사랑과 인내와 박해를 받음과 고난”(10-11절)을 디모데가 잘 따랐다는 말이다.

‘교훈’과 ‘의향’을 좀 더 정확하게 번역하면, ‘교리적 가르침’과 ‘삶의 목적’이다. 바울은 다음 세대의 디모데에게 자신의 가르침과 행실과 삶의 목적은 물론이고, 복음 때문에 당하는 박해와 고난까지도 잘 따라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교육의 정의를 다시 떠올려 보자. “한 사람이 하나님을 섬기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다른 모든 우상들과 싸우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바울을 통해 디모데에게 잘 전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하나님을 섬기고 우상들과 싸우는 것은 단지 교리적 가르침을 잘 전수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바울처럼 그것과 함께 우리의 행실과 삶의 목적과 박해와 고난까지도 그대로 전수되어야 한다.

하나님을 섬기고 우상들과 싸우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 실존적 변화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도 바울과 같은 스승이 있어서 인생이 변화되고 그 가운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중고등부 시절 우리 교회에 계셨던 전도사님과의 에피소드이다. 나는 이 분으로부터 평생 잊지 못할 은혜를 경험했다. 비록 체구가 왜소하게 보였지만, 그 중심에는 ‘성령의 불’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 이분에게 역사하시는 성령께서 어느덧 나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계셨다.

토요일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교회당으로 달려왔다. 하루 종일 전도사님을 따라다니며 전도하는 법을 열심히 배웠다.

고등학교 교복이 전도 유니폼처럼 비춰졌다. 전도사님은 교회 장로님께 오토바이를 빌려, 나를 태우고 신나게 전도하러 다니셨다. 우리는 오토바이 뒤에 초코파이 한 박스를 싣고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녔다.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증거하였다.

나는 전도사님의 뛰어난 유머와 재치에 늘 감탄했다. 이 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을 정말로 잘 웃기신다. 곧바로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드시는 은사가 있었다.

한 번은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전도사님이 먼저 인사하시고는,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방금 그 아주머니 누구냐고 하신 적도 있다. 아무튼 전도사님의 이런 엉뚱한 모습까지도 정말 본받고 싶었다.

게다가 전도사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진정 사모하시는 분이었다. 호주머니 속에 항상 암송 쪽지를 넣고 다니셨는데, 잠시라도 틈만 나면 그것을 꺼내 중얼중얼 말씀을 암송하셨다.

전도사님은 나를 데리고 다니시며 말씀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셨고, 삶의 기준을 하나님의 말씀에 두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조언하셨다.

어느 무더운 토요일이었다. 전도사님과 나는 우리 교회에서 가까운 마을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전도용으로 준비한 초코파이가 뜨거운 햇볕에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듯했다.

평소에는 동네 아이들이 길거리에 많았는데, 이 날따라 유난히 더워서인지 도무지 눈에 띄질 않았다. 그래서 전도사님은 아이들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자고 하셨다.

“민수야, 전도사님 왔다. 들어가도 되나?”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전도사님과 나는 초코파이를 들고 집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민수 아버지가 대뜸 방문을 열고, 큰소리로 나무라기 시작했다.

“당신들이 뭔데 자꾸 우리 애한테 교회 나오라고 꼬드기는 거요? 빨리 안 나가면 경찰에 신고해 버릴 줄 알아!”

“저희는 단지 예수님의 사랑을 어린 아이들에게 전하려고….”

“허튼 수작부리지 말고 빨리 나가란 말이오!”

전도사님과 나는 황급히 쫓겨나와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전도사님이 갑자기 찬송을 부르기 시작하셨다!

그 순간 나는 전도사님의 불타는 심령에 감동을 받아, 예수님의 십자가를 힘써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증거하다가 핍박당할 때 오히려 기뻐 찬송해야 함을 두 눈으로 직접 보며 전인격적으로 깨달았다.

26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분에게서 배운 성경암송을 그대로 따라 한다. 그리고 복음 사역 때문에 당하는 어려움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는다. 디모데가 바울의 믿음과 고난을 잘 따른 것처럼, 나도 그분의 모습을 잘 따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깨달았다. 이제는 그 행복을 나누기 위해 또 다른 ‘따라쟁이들’을 만드는 중이다.

권율 목사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현재 부산 세계로병원 원목(협력)으로 섬기면서 여러 모양으로 국내선교를 감당하는 중이며, 매년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강사로도 섬기고 있다.

저서는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 <연애 신학> 등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외 3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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