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합법화된 벨기에서 의료진 고충 담은 책 출간
2002년 이후 안락사를 합법화한 벨기에 의료계 종사자들의 경험을 다룬 책이 나왔다. 이에 따르면, 안락사를 시행하는 의사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은 새로운 조력자살법안이 올 가을 벨기에 상원에서 제2의 독회(법률안을 신중히 심의하기 위해 3단계로 나눠 심의하는 제도)를 가질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이 법안은 지난 5월에 제1 독회를 가졌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신간 ‘안락사: 전체 이야기 찾기’(Euthanasia: Searching for the Full Story - Experiences and Insights of Belgian Doctors and Nurses)’는 루벤가톨릭대학교 의학과 교수인 티모시 데보스 박사가 집필했다.
응급간호사이자 나무르 신경정신병원 윤리위원회 프랑수아 트뤼핀 회장은 이 책의 9개 장 중 한 장을 썼다. 그는 안락사가 의사들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에 관해 다뤘다.
트뤼핀 회장은 “의사들은 안락사를 통해 겪는 깊은 고통의 직·간접적인 목격자가 된 경우가 많다"면서 “요양기관에서 여러 차례 안락사를 했다는 전문의들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밤, 눈앞에서 안락사시켰던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나 식은땀을 흘리며 깬 적이 있다. 당시 눈물이 글썽거렸다”고 말했다.
이 책은 안락사가 가까운 가족들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도 묘사하고 있다. 완화 의료 간호사 에릭 버미어는 ‘비탈길 증후군’(The Slippery Slope Syndrome)에 관한 장에서, 남편이 안락사를 요청했으나 남편에게 언제 안락사가 이루어질지 말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간호사의 ‘큰 고통’을 묘사했다.
이 간호사는 안락사에 대해 버미어의 강연을 듣고난 후, 그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제 남편은 안락사당했고, 남편이 (안락사를 위한) 비범죄화 조건을 충족시켰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정말 고통받고 있었지만, 약으로 그 고통을 덜어주었다. 며칠간, 나는 안락사를 실시할 적당한 날이 언제인지 자문했지만, 그에게 이를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의사와 함께 날짜를 정했고 동의했지만, 남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사랑해’나 ‘고마워’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안락사하던 날, 우리 둘 다 죽었다. 그는 육체적으로, 난 정신적으로 죽었다.”
버미어는 그녀가 어떻게 눈물 범벅이 됐는지 묘사하면서 “난 할 말이 없었고, 그저 침묵했다”면서 “죽음이 의도적으로 주어졌을 때 슬픔의 과정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 보인다. 자연사일수록 애통의 과정도 자연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