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27] 쾌락원칙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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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보통 사람들은 프로이트가 성본능(리비도)과 성적 쾌락에 대해서만 발언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는 연구생활 종반부에 파괴적인 죽음의 본능에 대해서 말함으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프로이트가 환자를 치료하는 경험이 누적됨에 따라 “성욕의 억압“ 때문이라기보다, 자신을 괴롭히는 내지 파괴하려는 충동으로 인한 노이로제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즉 강박장애 환자는 고통스러운데도 스스로를 해치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드름에 손을 대면 덧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손을 데어 흉터를 남기는 마는 행동, 보다 심각하게는, 죽음사고에 집착하고 반복적으로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는 것, 등이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관찰을 통해, 자기파괴와 반복성이라는 행동의 배후(무의식)에 “죽음을 향하는 본능”이 있다고 추정하였다. (이전에는 강박장애를 성욕의 억압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었다)

그리하여 1920년에 프로이트는 《쾌락원칙을 넘어》 (Beyond the Pleasure Principle) 라는 저술을 출판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죽음의 본능”은 살려는 본능과는 반대된다고 하며, 삶의 본능을 에로스(eros, 고대 그리스의 사랑과 섹스의 신의 이름)라고 불렀고, 죽음의 본능을 타나토스(thanatos-죽음을 의인화한 그리스어)라고 불렀다. 지금은 죽음의 본능을 공격성(aggression)이라고 부른다. 섹스(에로스)는 생식, 자기보존, 성적 하나됨, 조화(화합), 창조 등을 위한 정신적 에너지와 관련되고, 죽음(타나토스)은 파괴, 반복, 공격, 강박, 자기파괴(자학, 자해 및 자살), 무화(無化 annihilation 소멸)와 관련된다. 공격성의 긍정적인 요소는 용기, 투지, 진취성, 자긍심 같은 것이다.

“죽음을 향하는 본능”이 있다는 것과 이는 결국 사람이란 죽음을 향해가기 때문이라 한 것은 상당히 “종교적”으로 들린다. 왜냐하면 공격-파괴 그리고 죽음은 죄와 용서, 구원 등 종교적 요소들과 관련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들 섹슈얼리티는 아담과 이브가 벗었음을 부끄러워하면서, 그리고 공격성은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숨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섹스와 폭력, 달리 말하면 사랑과 미움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본성-원죄인 것이다. 사도마조히즘 같은 성도착증은 이 두 본능이 혼합된 것이다.

죽음이 왜 본능인가 하면, 프로이트에 의하면,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감으로 갈등과 고통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죽으면 타고 남은 재 같은 상태가 되고, 갈등(긴장)은 완전히 없어진(zero인) 상태가 된다. (유물론적 진화론에 의거하여) 생명이 탄생하기 이전의 무기물 상태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욕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이론을 어떤 학자들은 "형이상학적 생물학“(metaphysical biology)라 부른다. 정신분석가들은 이를 불교의 원리에 빗대 열반원칙(nirvana principle)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죽음의 세계가 과연 열반의 세계일까?

정신역동적 의미에서 타나토스는 “과거”로 퇴행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예를 들어 어린들의 위험한 놀이를 하는 것인데 -어른들도 스릴을 즐긴다- 이는 더 어린 시절의(과거) 트라우마 상황을 반복하여, 매번 무사하다는 확인을 함으로, 하나의 긴장을 해소(discharge)하는 방법이 된다. 즉 죽음의 위험을 마스터하고 이로서 쾌락을 얻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죽음의 본능, 즉 폭력의 항사는 쾌감을 주기 때문은 쾌락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역시 현실원칙에 따라 공격성은 통제되어야 한다.

프로이트는 이런 식으로 죽음에 대해 연구하고, 설명하고, 또 강박증 환자를 치료하였으나, 그 자신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이트는 말년에 구강의 암으로 16년간 죽음과 투쟁하였는데, 그는 죽음을 “고통스러운 수수께끼”(the painful riddle of death)라 불렀다 그는 죽음이 의미하는 “버림받음”에 의한 공포(The fear of abandonment)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죽음과 투쟁하면서 스위스 프로테스탄트 목사이면서 정신분석을 추종하던 Oskar Pfister와 편지로 신앙과 기독교에 대해 편지로 대화하였다. 그는 Pfister목사를 사람들을 돕는 진정한 하나님의 종이라고 부르고, 프로이트 자신에게도 잘해 주었다고 말했다. 프로이트가 죽음에 가까이 가서 신을 생각한 것 같지만, 그는 끝내 무신론자로 죽은 것 같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주치의에게 “곤경”에 빠지기 전에 모르핀을 주사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그렇게 수면 중에 죽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 우리 크리스천은 그 믿음으로 사망의 권세를 이긴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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