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 핍박 피해 읽던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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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15)] 인생의 필수코스, 광야 학교!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성경에서 ‘광야’는 위대한 인물들을 배출한 은혜의 현장이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기 전에, 왕자의 신분을 박탈당하고 ‘미디안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났다(출 3:1-12).

사사 시대의 입다도 위대한 용사로 쓰임받기 전에 자신이 기생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형제들에 의해 ‘돕 땅’으로 쫓겨났다(삿 11:1-4).

세례 요한도 성령으로 충만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나타나기 전까지 ‘빈 들’에 거하였다(눅 1:80). 심지어 성령께서 예수님마저 40일 동안 ‘광야’로 몰아내셨다(막 1:12-13).

이처럼 광야는 한 영혼을 위대하게 빚어내기 위한 전능자의 손길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에게 ‘광야 학교’의 현장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집구석이 너무나도 싫어 밤에 잠들면서 집 나갈 계획을 여러 번 세우기도 했다. 우리 집 농장은 마을에서 떨어져 있었다. 농장 앞쪽을 제외한 삼면은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밤이 되면 한 번씩 산짐승이 울부짖곤 했다. 이 동네는 할머니가 사는 마을보다 훨씬 더 오지였다.

그래서 아침에 등교하는 문제가 가장 걱정스러웠다. 동네가 너무 외딴 곳이라 마을 버스가 하루에 서너 번 정도 들어왔는데, 이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닐 수는 없었다.

학교 가려고 시외버스를 타려면 적어도 30분 이상 걸어 나가야 했다. 오히려 우리 농장에서는 작은 산을 두 개 넘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가 당신의 아픈 몸으로 아침에 두 아들을 학교까지 차로 태워 주셨다. 새어머니도 우리와 함께 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하셨다.

나는 할머니 밑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가족 모두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아서 우리가 새벽에 그날 농장 일을 모두 해야 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피곤을 이길 수 없었다. 학교에 가면 오전 수업 시간 내내 졸았다. 고등학생이라서 가뜩이나 공부에 시달려 피곤해 죽겠는데, 새벽마다 노동에 시달려야 하니, 이제는 정말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아버지는 선심을 쓴답시고 저녁마다 공장 식당의 잔반을 수거하는 일에 나를 동원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중학생인 내 동생이 무척 고생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면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와야 했다. 밤 10시가 넘어 시골 논길 사이를 가로질러 가려니, 처음에는 너무 무섭고 떨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몇 번 경험해 보니까 어느덧 밤길에 적응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내게는 마치 일종의 ‘담력 테스트’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고는 집까지 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한 번은 정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 날따라 유난히 쌀쌀하면서 날이 어두웠는데, 좁은 길가에 띄엄띄엄 박혀 있는 가로등의 어렴풋한 불빛을 따라, 침착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집 담벼락에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내 앞에 귀신이 출몰한 줄 알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숨을 가다듬고 다시 들여다 보니, 그것은 전신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었다.

그 집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전신거울을 담벼락에 걸어 두었을까?

덕분에 밤길을 가야 하는 순진한 고등학생이 까무러치게 놀랐다. 신기하게도 그날 후로는 밤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농장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집에 있는 사냥용 공기총으로 돼지들과 개떼들을 모조리 쏘아죽이고 싶었다. 다른 건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노골적으로 나의 신앙을 핍박하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앞으로 성경 보다가 나한테 걸리면, 그땐 성경책이고 뭐고 전부 불태워 버릴 줄 알아! 이 새끼가 요즘 교회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먼.”

아무리 아버지의 핍박이 극에 달해도, 말씀을 향한 나의 열정을 잠재울 순 없었다. 그 후로는 성경책을 가방에 숨겨놓고 학교에서만 성경을 보거나, 아니면 새벽에 1시간 더 일찍 일어나 아버지 몰래 말씀을 묵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 번은 들켜서 성경책과 신앙서적들을 모조리 압수당했다.

그래도 성경을 향한 나의 열정은 좀처럼 식어들지 않았다. 하루하루 성경을 읽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어느 날 할머니 집에 가서 성경책을 몰래 훔쳐 왔다. 분명히 8계명을 어긴 도둑질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성경책을 훔친 건 하나님이 왠지 용서해 주실 것 같았다.

역시 나 같은 사람은 고난을 당해야 영적으로 성숙하나 보다. 아직은 고난과 역경 속에 갇혀 이것이 은혜의 순간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언젠가는 그 고난의 순간들이 ‘전능자의 손길’이었음을 깨닫게 되리라!

그 소년은 25년이 지나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다. 당시를 추억해 보니, 내 인생에 허락하신 하나님의 ‘광야 학교’였음이 틀림없다.

한 영혼을 당신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시려고 반드시 겪게 하시는 인생의 필수코스! 지금도 전능자께서는 또 다른 영혼들을 당신의 광야학교로 밀어 넣고 계신다.

그걸 지켜보셔야 하는 당신의 마음이 정말 편하지 않으실텐데도 말이다.

권율 목사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현재 부산 세계로병원 원목(협력)으로 섬기면서 여러 모양으로 국내선교를 감당하는 중이며, 매년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강사로도 섬기고 있다.

저서는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 <연애 신학> 등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외 3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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