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그리스도의 피를 믿는 자에게 성령으로 알려지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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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육신은 하나님을 알게 하는가?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사람들은 ‘하나님이 보이지 않기에 그를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만일 자신들이 ‘성육신하신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보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하나님을 잘 믿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성육신’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여준 것’이라 정의한다. 물론 ‘성육신(incarnation, 成肉身)’의 문자적인 뜻은 ‘하나님이 사람의 육체를 입으신 것’ 혹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보이는 하나님이 되신 것’이다.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골 2:9)”“그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이요(골 1:15).”

그러나 ‘하나님이 사람의 몸을 입으심’ 자체만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알려지는 것은 아니다. 환언하면 ‘보이는 것(to be seen)’과 ‘아는 것(to see)’ 사이에 반드시 변증법적인 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예수님의 동시대인(同時代人)들이 그를 직접 보고도 그가 하나님인줄 알아보지 못한데 서도 확인되며, 그것은 이미 선지자들에 의해서도 예언된 바이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가서 이 백성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하여(사 6:9).”

앞서 언급했듯,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사실은 ‘보이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 더 어렵다.

이는 ‘보이지 않는 영이신 하나님’이 ‘시각화(visualization)’될 때 사람들이 ‘보는 것을 의존(depending on seeing)’하고 ‘믿음을 의존(depending on faith, by faith)’하지 않아 ‘성령의 가르침’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령은 ‘봄의 영(spirit of seeing)’이 아니고 ‘믿음의 영(Spirit of faith)’이다.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니라(갈 3:14)”, “너희가 성령을 받은 것은 율법의 행위로냐 듣고 믿음으로냐(갈 3:2)”.

물론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타락한 우리의 몸과는 다른 ‘무죄하고 완전한 몸’이긴 하지만 그 몸 자체가 특별한 계시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앞서 언급했듯, 실제로 예수님의 동시대인들 중 ‘성령의 가르침을 받은 일부 소수’ 외는 그를 ‘마리아의 아들 목수 예수(Jesus the carpenter, 막 6:3)’로만 알았을 뿐, ‘성육신 하신 하나님’으로 알진 못했다.

다음 말씀들은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구절들이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마 16:17)”, “아버지께 듣고 배운 사람마다 내게로 오느니라(요 6:45)”,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지 아니하면 아무라도 내게 올 수 없으니(요 6:44).”

◈성육신의 정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

대개 정통신학에선 ‘성육신’을 ‘삼위일체의 자기 계시’로 정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흔히 생각하듯 ‘하나님이 보이는 육신을 입음’으로 그가 절로 사람들에게 계시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의 정확한 뜻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삼위일체 하나님이 알려진다는 말이다.

‘성육신’은 ‘그리스도의 출생에서 죽음까지’를 다 포괄하며, 그것의 정점(頂點)이 ‘그의 죽음’이다. 만일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 사람의 몸을 입기만 하고 죽지않았다면 그것은 ‘성육신의 목적’에 도달한 것이 아니고 나아가, 죄인에게 하나님이 알려질 수가 없다.

“하나님이 제사와 예물을 원치 아니하시고 오직 나를 위하여 한 몸을 예비하셨도다(히 10:5)”는 말씀은 ‘성육신(한 몸을 예비하심)’의 목적이 ‘죽음(제사)’에 있음을 뜻한다. 여기서 ‘성육신은 계시’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확보된다.

곧 성육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원수 된 것(죄의 장벽)이 철폐되니, 죄인들에게 감춰졌던 삼위일체 하나님이 계시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롭고 산 길이요 휘장은 곧 저의 육체니라(히 10:19-20)”는 말씀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 앎(knowledge of God)에 이른다’는 ‘성육신’의 계시적 의미를 시사한다.

사도 바울은 보다 직접적으로 성육신의 정점(頂點)인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하나님을 아는 지혜’로 말한다.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오직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고전 1:23-24)”.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성령으로 알려지는 하나님

성경은 ‘하나님 앎(knowledge of God)’에 이르는 길을 ‘그리스도의 죽음’에 한정짓지 않고, ‘성령으로 말미암았다’고도 말한다.

“오직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을 우리에게 보이셨으니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이라도 통달하시느니라(고전 2:10)”.

“너희는 주께 받은바 기름 부음이 너희 안에 거하나니 아무도 너희를 가르칠 필요가 없고 오직 그의 기름 부음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가르치며(요일 2:27)”.

그러나 이는 ‘하나님 앎’이 ‘그리스도의 죽음’만으로는 부족하여 ‘성령의 보충적(?) 역사’가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상호교호(Interaction) 한다.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알게 됐다’는 말이나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알게 됐다’는 말이나 다 같은 말이다.

 둘을 합치시키면,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안다’이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접하는 자에게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부어지는 성령’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알게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접하지 않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 이는 그에게 ‘아버지와 아들로부터의 성령의 부으심’이 없기 때문이다. 성경이 예수 그리스도(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접하지 않는 유대인들을 향해 ‘성령을 거스리는 자(행 7:51)’, ‘성령이 없는 자(유 1:19)’ 라고 한 말씀도 같은 맥락이다.

예수님이 ‘자신(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유대인들을 향해 ‘소경(마 15:14; 23:19, 24, 26)’이라 지칭한 것은 그들에게 성령의 부으심이 없어 그들이 하나님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영접하는 자가 하나님을 아는 것은 그것을 통해 하나님과의 화목이 이뤄지고, 성부와 성자 그리스도로부터 성령의 부으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부인되는 곳엔 ‘성령의 부으심’이 없고, 성령의 부으심이 없으니 ‘하나님 앎’도 없다.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하시니 이는 믿는 자의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요 7:38-39)”. “성령을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풍성히 부어 주사(딛 3:6).”

기독교가 ‘예수 대속의 신앙’을 생명처럼 여기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기독교의 출발과 완성이 ‘그의 대속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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