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기독교 악질적 묘사, 대응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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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넷플릭스 세계 1위 오른 <오징어 게임> (中)

근래 콘텐츠, 교회가 악인들만 있는 듯 현실 왜곡
기독교 신앙 근본적 가치 알아보려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조롱과 비난만 자행, 무지와 적개심 소치

기독교계, 교회 바깥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교회의 선한 면 납득되게 소개할 콘텐츠 제작을
비판적 논평만으로 왜곡 메시지 차단·교정 못해

▲목숨을 건 잔혹한 데스 게임을 소재로 삼은 넷플릭스 드라마 &lsquo;오징어 게임&rsquo;.

▲목숨을 건 잔혹한 데스 게임을 소재로 삼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대중문화 속 기독교 비하: 교회를 악인들의 집합소로 묘사한 <오징어 게임>

최근 많은 국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노골적인 기독교 비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에 반응해 여러 목회자들과 기독교 평론가들이 유감과 우려, 그리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작품 속 기독교 비하 내용 대부분은 작품 중반부에 등장하는 줄다리기와 구슬치기, 그리고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에 집중되어 있다.

먼저는 자기 합리화를 위해 사사건건 하나님의 뜻을 들먹이며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논리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데 앞장서는 태도를 보이는 한 사이비 교인이 등장한다.

다음으로 지영(이유미 분)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기독교 교역자와 얽힌 자신의 지옥 같은 과거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아버지는 목사였는데, 딸인 자신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다가 만류하는 아내를 살해하였고, 이에 지영은 인면수심의 아버지를 칼로 살해했다는 암울한 이야기이다.

▲&lsquo;오징어 게임&rsquo;에서 오로지 기독교 비하를 위한 목적으로 소비되는 캐릭터 지영(왼쪽, 이유미 분).

▲‘오징어 게임’에서 오로지 기독교 비하를 위한 목적으로 소비되는 캐릭터 지영(왼쪽, 이유미 분).

기독교인들에 대한 이 두 가지 악질적인 묘사는 두 가지 함의를 지닌다. 첫째, 진정으로 거듭나지 않은 이들, 성경의 가르침을 심각하게 왜곡해 받아들이는 이들의 비위와 몰상식한 행태가 교회에 대한 세간의 인식에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지 보여준다.

둘째, 교회가 이런 거짓된 기독교인들을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 방치해 둠으로써 감내해야 할 해악에 대해 되새기게 해준다.

일단 <오징어 게임> 내에서 기독교를 비하하는 방식은 분명 크게 잘못되어 있다.

자극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극단적이고 극악한 예를 든 다음, 마치 그것이 기독교 신앙 본연의 한계인 것처럼 묘사하는 처사는 신앙의 본모습에 대한 심각한 편견과 무지의 소치다. 이에 대한 목회자들과 기독교 평론가들의 비판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다만 <오징어 게임>에 묘사된 거짓된 기독교인들의 저열한 행태가 전적으로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자신의 실책과 이기적인 모습을 신앙과 하나님을 뜻을 들먹이며 합리화하는 행태를 자주 목격한다. 또한 일부 부적격 목회자들이 성범죄를 저질러 교회의 성결함을 위협해 왔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오죽 하면 목회자의 성범죄를 중심 소재로 담은 영화가 개봉되겠는가. 4년 전 논평한 영화 《로마서 8:37》은 한 중대형 교회 중년 담임목회자가 교회 봉사에 열심인 대학부 자매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교회의 중책을 맡는 한국교회의 비정상적 행태를 비판한다.

그나마 이 영화는 신앙의 순전함을 바라는 반대편 교역자와 성도들이 성범죄 문제 해결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함께 담아내면서 한국교회의 신앙과 정서 전반을 두루 살피려 한다.

반면 <오징어 게임>은 온전히 거듭나지 않은 채 교인 혹은 교역자 신분을 자처하며 어둡고 부정적인 행위들을 자행하는 이들을 마치 한국교회 교인들과 교역자들의 정형인 것처럼 소개한다. 오로지 악하고 위선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그것이 핵심이자 본질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 교회의 책임도 존재한다. 한국교회는 그 안에 들어와 있는 진정으로 거듭나지 않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회심을 촉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남의 노력이 보이지 않을 경우 “이방인과 같이 여기거나(마 18:17)” 혹은 “교회로부터 물리쳐야 할(고전 5:2)” 책임을 오랜 시간 회피한 채 교회의 양적 팽창에 치중해 왔다.

그 결과 교회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기독교 신앙 자체가 거짓과 위선의 산물이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데 열심을 내고 있다.

▲지영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기독교 비하를 위한 목적으로 소비되는 캐릭터, 244번 기독교인 참가자.

▲지영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기독교 비하를 위한 목적으로 소비되는 캐릭터, 244번 기독교인 참가자.

◈대중문화를 통한 기독교 변증: 선악의 공존 속에 신앙의 숭고함과 순전함을 추구하는 교회

그러므로 일단 한국교회 일부 교인들과 교역자들 사이에 잔존하는 성경에 대한 오해와 무지, 그리고 죄악된 습성과 미혹을 파하고, 온전한 신앙의 갱신을 이루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본모습에 대한 세간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첫 번째 방법이다.

다음으로는 기독교에 대한 극단적 비하가 일상화된 대중문화 콘텐츠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 역량을 지닌 교회 및 교인들이 기독교 신앙을 올바르게 소개하는 영향력 있는 콘텐츠 제작에 힘써야 한다.

일단 기독교 신앙을 제법 설득력 있게 격하시키는 콘텐츠가 한번 대중에게 공개되면 그 파급력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된다.

특히 <오징어 게임>처럼 여러 국가에서 인기를 얻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작품의 경우에는 더 그러하다.

이런 콘텐츠가 공개되면 목회자들이나 기독교 문화 평론가들이 아무리 그 문제점을 면밀하게 밝혀 제시해도, 대중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애초 강력한 영상미와 스토리를 지닌 콘텐츠 앞에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판들은 사후약방문 수준으로 취급될 뿐이다.

그래서 기독교계는 대중문화의 기독교 비하 행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바로 기독교 신앙의 선하고 공의로운 본모습, 그리고 그 신앙을 추구하는 이들의 약점과 고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흡입력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에 힘써야 한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 교회는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2019년 개봉한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 2019)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2013년 전임 가톨릭 교회의 수장 베네딕토 16세(요제프 라칭거)가 퇴위하고, 현재의 수장 프란치스코(호르헤 베르고글리오)가 후임으로 들어온 이야기를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의 전임 수장과 현 수장의 만남과 대화를 담은 영화 &lsquo;두 교황&rsquo;(2019).

▲가톨릭 교회의 전임 수장과 현 수장의 만남과 대화를 담은 영화 ‘두 교황’(2019).

베네딕토 16세의 퇴위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크게는 로마 교황청 내부의 각종 비리 및 부정부패, 그리고 동성애 범죄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자정과 개혁을 시도하던 베네딕토 16세가 조직 내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의견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프란시스코의 가톨릭 교회 수장 취임 역시 뒷말이 많았는데, 이는 그가 과거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독재정권에 협력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민주화 저항운동을 주도했던 가톨릭 사제들을 만류하는 한편, 젊은 사제들이 해방신학에 물들지 않도록 단속하면서 정권에 반대하는 운동에 가담하지 못하게 적극적으로 차단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결국 <두 교황>의 서사는 두 사람의 가톨릭 교회 수장이 각각 겪고 있는 개인적 차원의, 혹은 교회 차원의 부조리와 불의를 조명하면서, 이런 한계와 실책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앙의 순전함은 여전히 숭고하며(가톨릭 교인들 입장에서), 이 숭고한 이상을 위해 많은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여전히 싸워나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두 교황>의 예를 차치하고서라도, 가톨릭 교회는 자신들의 공동체 안에서 일하는 성직자들이 참되고 순전한 신앙을 가졌다는 점을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으로 어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엑소시즘 영화들이다. <엑소시스트> 시리즈로 대표되는 엑소시즘 영화들은 귀신에게 붙들린 자들에 대한 연민과 영적 싸움 가운데 겪는 고뇌를 회피하지 않는 헌신적인 구마사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톨릭 교회 신앙의 변증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전에 한국에서 개봉한 <검은 사제들>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톨릭 교회 구마사제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 &lsquo;검은 사제들&rsquo;(2015).

▲가톨릭 교회 구마사제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2015).

가톨릭 교회의 대중문화 활용 방식은 한국교회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가톨릭 교회를 변호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가톨릭 공동체가 무조건 선하고 신실한 이들로만 채워져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 안에 거짓되고 악질적인 이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도, 그런 이들이 가톨릭 신앙의 본모습에서 한참 먼 이들이며, 상당수의 진정한 신앙인들이 그런 위선과 죄악에 대항해 싸우고 경계하면서 교회를 세워나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전략은 외부인들로 하여금 교회의 상황 전반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교회 안에는 분명 거짓되고 불의한 거짓 신자들, 거짓 교역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근래 제작되는 많은 기독교 비하 콘텐츠들은 그런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만 조명해서 마치 교회가 순전히 악인들로 구성된 것처럼 현실을 왜곡한다.

기독교회가 말하는 거듭남과 구원이란 죄와 허물로 가득한 인간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고상하게 포장하기 위한 가상적 이론이라는 생각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이는 기독교 신앙의 근본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조롱과 비난만을 자행하는 무지와 적개심의 소치다.

그래서 기독교계도 교회 바깥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교회의 선한 면과 부족한 면을 납득되도록 소개해 줄 수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에 나서야 한다.

물밀듯이 쏟아지는 기독교 비하 콘텐츠들에 대해 단지 소극적으로 비판적 논평만 덧붙이는 것으로는, 이런 대중문화 작품들이 행사하는 왜곡된 영향력과 메시지를 차단하고 교정할 수가 없다.

▲편파적이고 무책임한 기독교 비하 내용을 담은 &lsquo;오징어 게임&rsquo;.

▲편파적이고 무책임한 기독교 비하 내용을 담은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은 이러한 어려움을 재차 상기시켜 준다. 이 작품에 소개된 기독교인과 목회자의 부정적이고 죄악된 모습은 분명 한국교회 내부의 거짓 신자들, 거짓 교역자들 사이에서 간간이 확인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이비 신앙인을 마치 전체 교회 교인들의 본모습처럼 매도하는 드라마의 묘사는 극도로 악의적인 일반화로서, 신실한 신앙을 추구하는 기독교인들의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다.

이런 행태는 교회에 대해서만 아니라 교회 바깥의 이들에 대해서도 일종의 기만이다. 이 기만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근거 없는 적개심과 조롱의 정서를 심어주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이런 부당한 문화적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교회 바깥의 이들이 기독교인 개개인과 교회에 대해 보다 온전하고 균형잡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작품성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 노력이 한국교회에 절실히 요구된다고 믿는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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